[수입] La Double Life Of Veronika -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이엠아이(EMI) / 1998년 7월
평점 :
품절


 

이 음반을 산 건 순전히 '그' 때문이다.
그는 입버릇처럼 얘기하곤 했다:
"비 오는 날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을 들으며 빗속에서 춤을 추지."

 

 

향에 개인주문까지 해가며 음반을 구하고는
영화를 구하기 위해 비디오가게를 전전했고,
마침내 중고 테입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때의 희열이란...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집착이었을 뿐이지만.

 

'그'보다 몇 년이란 시간을 뒤쳐진채 출발한 나는
이제는 어느 정도 그와 대등한 위치에 서 있다고 느끼지만
동시에 우리가 더이상 같은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언제나 꿈꿔왔다.

같은 거리를 걸으며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일.
그건 정말 멋진 일이다.
본질적으로, 그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이런 몇 년간의 그와 나와의 추억이 담긴 음반이다.
추억? 아니 이제는 별다른 감정 없는 단순한 기억들일지도 모르겠다.
아프지도 않고, 그립지도 않다.
감정의 무덤을 쌓으며 보낸 몇 년이었다.

 

하지만 오늘처럼 영화같이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어딘가에서, 먼 어딘가의 빗속에서
이 음반을 들으며 춤을 추고 있을 그가 생각나는 것을 어쩔 수 없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그와 함께 춤을 추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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