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0 Anos Depois Entre Venus E Marte (LP Miniature)
M2U Records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작년 8월에 M2U에서 복각시킨 본작 [10000 Anos Depois Entre Vénus E Marte]는 번역하자면 10000 years later between Venus and Mars라는 제목의 음반이다. 커버 아트와 타이틀에서부터 스페이스록적인 분위기가 풀풀 풍기고, 간만에 M2U에서 나온 음반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망설임 없이 음반을 구매했고 그 결과는, 대만족이다.

일단, 아는 사람을 알겠지만, 가히 세계적이라 할 수 있는 M2U의 LP 복각 수준에 다시 한 번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본작은 게이트폴드 LP 미니어처로서, 겉지를 펼치자 총 6장의 삽화로 이루어진 부클렛이 감동적으로 재현되어 있었고, CD는 클림트의 (논란을 일으켰던) 베토벤 벽화(Beethovenfries II)가 인쇄된 슬리브에 곱게 담겨 있었다. 여기서 6장의 삽화가 중요한 이유는 컨셉트 앨범인 본작의 내용을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너스 트랙을 제외한 트랙 리스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괄호 안은 英譯).

#1. O Último Dia Na Terra (The Last Day In The Land)
#2. O Caos (The Chaos)
#3. Fuga Para O Espaço (Escape For The Space)
#4. Mellotron O Planeta Fantástico (Mellotron The Fantastic Planet)
#5. 10000 Anos Depois Entre Vénus E Marte
#6. A Partir Do Zero (From The Zero)
#7. Memos


삽화와 트랙 리스트만으로도 본작의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대략, 지구에 종말이 닥치게 되자 어느 남녀가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탈출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외계 행성에 들리기도 하다가 1만 년이 지나 원시 상태로 정화된 지구로 돌아와 마치 아담과 이브처럼 다시 살기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각 곡은 이러한 주제를 훌륭하게 전달하고 있다. 기타와 멜로트론, 무그 등 심포닉록적인 악기 편성과 편곡을 통해서 우주의 공간감과 아득함, 아련한 정서를 표현하고 있는, 수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3의 아름다운 선율은, 이 곡 하나만으로도 음반을 구매하는 이유가 충분히 될 수 있을 정도로 감동적이다.

사실 본작은 78년이라는, 프로그레시브록의 역사에 있어서는 상당히 늦은 시기에 발표된 음반이다. 70년대 중반을 지나며 프로그레시브록은 서서히 장르 자체의 매너리즘에 빠져들고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중견 밴드들은 극도로 세련된 프로그레시브록 혹은 팝의 영역으로 전향하고 있었다.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프로그레시브록의 불모지에 해당하는 중남미, 그중에서도 포르투갈에서 발매된 본작은, 동시대 이탈리아 심포닉록 밴드들(PFM, QVL, Il Volo 등)의 세련된 음악에 비하면 다소 빈약하고 미숙한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오히려 이런 빈티지한 느낌을 좋아한다. 장르의 한계 안에서 더 이상 진화할 곳이 없어 기형적으로 극세련화된 중견 밴드들의 앨범보다, 조금 미숙해도 예술가의 열의를 느낄 수 있고 풋풋함이 살아있는 이런 숨겨진 수작이 더 좋다. 필자에게는, PFM 같은 몬스터 밴드의 명반 3장을 손에 넣는 것보다, 본작과 같이 세월에 묻혀 숨겨있던 한 장의 수작을 소장하는 것이 훨씬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것은 필자가 M2U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윤보 씨가 쓴 라이너 노트의 마지막 문장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한 음악인의 예술적 열정이 최고조에 달하던 시기에 그가 추구하려 했던 음악적 모험이 고스란히 스며있는 앨범을 뒤늦게나마 경험해 본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05-06-10, 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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