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This Lush Garden Within (2900원 팝 수입 특가 할인)
Projekt / 1997년 7월
평점 :
절판


본작 [This Lush Garden Within]은 키보디스트 샘 로젠달(Sam Rosenthal)이 이끄는 Black Tape for a Blue Girl(이하 BTBG)의 5집이다. 조금 혼돈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인데, 앨범의 녹음은 92년에 이루어졌는데 1집 [Rope], 2집 [Mesmerized by the Sirens]와 함께 97년에서야 발매가 되었다. 이는 96년에 나온 6집 [Remnants of Deeper Purity]가 크게 성공한데에서 기인한 상술일런지도 모르겠다.(실제로 AMG 평점을 보면 6집은 별 4개 반에 AMG 앨범 픽까지 차지하고 있는 반면, 이듬해 몰아서 나온 1,2,5집은 모두 별 3개에 그치고 있다.)

 

BTBG의 음악은 고딕 록(메탈이 아니라), 다크 웨이브, 엠비언트 등 여러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장르를 꼬집어서 분류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러나 고딕적인 정서의 가사와 음울하고 멜로드라마틱한 색체의 사운드로부터 이들의 팬층을 짐작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특이하게도 곡의 구성에는 대부분 기승전결이라고 할 만한 게 없고, 계층을 이루는 에테르한 사운드 메이킹에 있어서는 (당시로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는 그룹이다.

 

샘 로젠달이 깔아놓은 이런 분위기의 사운드 위에 남성 보컬(샘과 오래 함께 한, 오페라적인 발성과 창법을 보여주는 오스카 헤레라(Oscar Herrera)가 주를 이룬다.)이 애증, 고뇌, 상실, 분노와 같은 주제를 다루는 가사를 노래하기도 한다. 여성 보컬은 몽환적이고 체념적인 톤으로 남성 보컬과 듀엣을 이루거나 독백을 한다. 이 앨범에서는 #2, #8, #10, #13 정도가 방금 언급한 전형적인 BTBG적인 사운드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5집에는 Projekt 레이블(샘 로젠달 본인이 설립했고, 운영하는 레이블이다)의 많은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는데, Thanatos, Lycia, Love Spirals Downwards(줄여서 LSD) 등 Projekt 레이블의 간판 스타(사실 소속 아티스트가 몇 되지도 않지만)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 점은 분명히 본작의 구매 포인트로 작용한다. 그러나 그로 인해 앨범의 통일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강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중세 에스닉한 분위기의 #3은, 곡 자체는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트랙들과 융화를 하지 못하는 느낌을 준다.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는, 다분히 엠비언트적인 #6 역시 마찬가지다. Thanatos가 참여한(v,g) #5와 바이올리니스트 Laurie Anderson의 곡을 커버한 #11과 같은 소곡은 interlude로서의 역할보다는 마치 컴필레이션 음반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로 인해 6집에서 깊게 맛볼 수 있었던 슬픔의 정수(essence)가 이 5집에서는 느껴지지 못한다. 현악기가 사용되지 않은 것은 논외로 해도, 유기적이지 못한 선곡으로 인해 집중해서 듣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6집의 주된 정서를 이끄는데 큰 역할을 한 Lucian Casselman의 보컬을 들을 수 있어 반갑고(그녀는 5,6집에밖에 참여하지 않는다.) #4, #13의 보컬을 맡고 있는 Susan Jennings의 새 목소리 역시 BTBG다운 분위기의 형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둘의 보컬은 여전히 청자를 허무와 우울의 나락으로 끌어내리고 있으며, 바로 이 점이 BTBG의 큰 매력이다.

 

사실상 이들의 최고 명작이라 할 수 있는 6집을 사는 것을 추천하고 싶지만, 현재로서는 6집은커녕 어느 앨범 하나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본인은 6집을 부산에서 어렵사리 중고로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본작을 구매하는 것도 BTBG의 음악 세계를 느끼는데 있어, 다른 앨범들보다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라 여겨지므로, 자신이 우울한 음악 좀 듣는다 싶은 청자라면, 기회가 닿을 때 본작을 꼭 구매할 수 있기를 권한다.(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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