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You Need is Kill 2 - 완결
오바타 타케시 지음, 사쿠라자카 히로시 원작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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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우연히 코믹스를 접했고, 그다음에는 영화를 봤다. 원작을 읽으면 감동이 더하다고들 하는데, 원작까지는 굳이 찾아보지 않았다. 이런 류의 작품은 설정이 9할이고, 미디어 믹스도 훌륭하게 이뤄졌다는 게 중론이니까(이렇게 귀차니즘을 변명해본다).

단 두 권뿐인 코믹스의 첫 화를 마쳤을 때 내 뇌(아마도 변연계)는 짜릿함을 알리는 신호를 보내왔다. 정확히는 주인공이 이 세계의 룰을 알아차리고 각성(!)하는 장면. "루프물이다!" 그것도 밀리터리+근미래 SF+외계인 소재가 가미된 루프물이다! 덧붙여 러브스토리까지 있다! 가령 [에이리언 2]나 [프레데터]에 루프와 러브스토리를 가미했다고 상상해보라. 그야말로 심쿵! 작(화)가는 이 종합선물세트 같은 장르적 재미를 단 두 권이라는 간결한 구성 속에 더없이 훌륭하게 녹여냈다. 더 읽고 싶다는 여운이 넘칠 정도로. 정말로.

루프 설정에서 의문을 제기할 곳이 없는 건 아니다. 특히 내가 대부분의 타임리프물을 볼 때마다 드는 의문인, '미래가 과거에 영향을 주는 메커니즘' 부분. 이 작품에서는 시간을 초월한 타키온 입자라는 매개체로 어떻게 보면 명확하게 이 메커니즘을 설명하려 했는데, 그게 굉장히 납득할 만한가 하면, 글쎄. 사실 일반인의 머리에 썩 와 닿는 건 아니다. 물론 [프리퀀시](나아가 [동감] 그리고 [시그널])처럼 일반인에겐 쉽게 와 닿는 대신 아무런 과학적 설득력도 없는 매개체를 내세운 것보다는 백배 낫다고 본다.

사족이지만, 이걸 그나마 설득력 있게 다룬 예는 시간의 선형성이라는 전제 자체를 부정한 {네 인생의 이야기} 정도다. 물론 이 소설조차 개념의 명징함보다는 서사의 힘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고, 그걸 감안하면 코믹스에서 기대할 사안은 아니다. 그러려니 하고 봐야지. 그런 의미에서 [나인]이나 [시그널]이 꼭 나쁜 작품인 것도 아니다. 전자는 애틋한 러브스토리로서 성공했고, 후자는 형사물로서 가치가 있으니까.

본론으로 돌아와서, 톰 크루즈가 킹왕짱 영웅이 되는 영화 버전은 코믹스(이게 그나마 비교적 원작에 가까운 걸로 알고 있다)와 얼개가 매우 다른데, 좋은 의미에서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었다. 러브스토리…는 빠졌다고 봐야 할 텐데, 오히려 그 덕분에(…) 해피엔드일 수 있었고, 또 그게 전혀 나쁘지도 않았다. 하위 장르가 이렇게 할리우드 영화가 되는 일은 물론 극소수이겠지만, 그래도 그나마 루프물은 (잘 쓰면 돈이 될) 가능성이 있는 하위 장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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