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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에게 보낸 편지 - 어느 사랑의 역사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학고재 / 2007년 11월
평점 :
프랑스의 한 지성인이 아내와 함께한 평생을 돌아보며 남긴 사랑의 기록. 불치병에 걸린 아내를 20여 년간 간호하다 침대에 나란히 누워 동반자살했다고 하니 화제가 될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저자 사망 후 두 달 만인 2007년 11월에 번역서가 나왔으니 더욱 그랬을 터다(원서는 저자 사망 전인 2006년 10월에 이미 나와 있었다). 당시 김훈, 신경숙, 고종석, 최성일 등 문학가들도 추천한 바 있다. 2011년 중반인가는 일시 품절 상태가 되며 '희귀 절판본'이 되는가 했지만 곧 물량이 다시 풀렸다. 나도 그때 사서 읽었다.
60년 동안 함께 산 것도 모자라 같이 죽음까지 함께했다...라. 물론 요즘 세태에 비추어보면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나, 더 대단한 건 그 60년을 글로 남겼다는 점이다. 더 극적인 삶과 죽음을 겪는 이도 어딘가 분명히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록을 남기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은 어떤 것도 알 수 없다.
저자는 언론인(그리고 노동이론 및 생태주의 사상가였다)이라 그런지 참 '성실하게' 함께한 세월과 사랑을 기록했다. 자서전+연애편지 같은 내용이다 보니 내용 자체도 어렵지 않고 문장도 막힘이 없다. 그 성실함과 담담함이 오히려, 그들의 상황을 아는 독자들에게는 먹먹함으로 다가온다. 일종의 경외와 함께.
당시 책을 읽으며, 노인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으니 그냥 자살론이 아니라 노년의 자살에 관한 담론도 대두될 때가 아닐까 생각했더랬다. 근데 당시에도 그런 책은 없었고, 5년이 지난 지금도 딱히 대중이 읽을 만한 책은 나오지 않은 듯하다. 하긴 지금 세대는 노인이 돼도 책은 안 읽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