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시대의 사랑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7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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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한가운데]가 “18년간 한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받지 못함에 대한 이야기”라면,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50년간 마음으로는 한 여자를 사랑하면서도 다른 수십 명과 실컷 정사를 즐기다 노년에 비로소 첫사랑을 다시 쟁취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이렇게만 쓰면 조금 한심할까? 그냥 카사노바 이야기 같기도 하고. 하지만 [에브리맨]이나 [소립자]를 읽고 카사노바 이야기라고 폄하하는 일은 또 없지. 오히려 ‘불멸의 사랑’이니 ‘달콤한 러브 스토리’라고 홍보되는 책이니, 방점은 ‘50년’에 있다고 봐야 하는 게 맞는 듯. 말이 50년이지, 흔히 말하는 식으로 강산이 다섯 번 바뀔 시간이다. 그 긴 시간에 걸쳐, 몸은 차치하더라도, 마음에 한 사람만을 담아두는 게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대상이 죽은 사람도 아니고 산 사람이라면 더더욱.

동작가의 [백년의 고독] 혹은 카사레스, 보르헤스, 아옌데 등의 ‘마술적 사실주의’ 작품과 비교하면, 이 소설은 ‘마술적’의 색체가 ‘사실주의’에 비해 매우 옅다. 50년간의 짝사랑이 결실을 맺는 후반부로 가면 오히려 더욱 그렇다. 인물은 낭만적이지만 그들을 둘러싼 시대, 사회, 관습은 냉정하다. 이런 면에서, 오늘날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 ‘노년의 사랑’이라는 문제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낼 수도 있겠다.

이렇게 여러 층위의 담론을 하나의 소설로 엮을 수 있다는 게 작가로서 마르케스의 힘일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중이 주목하는 것은 사랑 이야기고, 그렇게 보면 이 소설은 앞서 말했듯 너무나도 낭만적인 러브 스토리다. 사실주의적 요소마저 러브 스토리의 낭만성을 강화하는 데 일조한다고 볼 수도 있다. 노년의 사랑에 대한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에도 굴하지 않는 그들의 사랑!

현대인(나)의 삶은 낭만이라는 단어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 소설까지 딱딱한 것만 읽을 필요는 없겠지. 다음에는 [폭풍의 언덕]이라도 읽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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