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딕 프란시스 / 미래향문화 / 1992년 7월
평점 :
절판


서바이벌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내심 정글 속에서 펼쳐지는 액션물이라 생각하고 읽었는데 알고 보니 그런 내용은 아니었다. 서바이벌에 대한 부분은 주인공 존이 쓴 책과 황야(숲)에서의 연명술, 그리고 그다지 흥미롭지 못한 살인방법에 국한되어 있을 뿐, 밀리터리적인 요소는 들어있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저자 딕 프란시스는 경마를 소재로 삼기로 유명한 추리작가였던 것이다.

작가는 '서바이벌은 마음가짐에서 시작된다'라는 테제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표면적으로 존이 겪는 몇 번인가의 생명의 위협에도 적용되지만, 동시에 주요 캐릭터들을 관통하는 이면적인 주제이기도 하며, 제목인 Longshot(경마용어로, 승산 없는 말)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다만 이러한 다층적 구조가 문학적으로 제대로 형상화되어 있지는 못하다. 저자는 스스로가 추리작가라는 사실을 잘 의식하고 있었고 현실적인 글쓰기를 한다는 점에서 존과 자신을 동일화하고 있는데, 이것은 작품 속에서 순수문학작가 에리카 업튼이 존과 나누는 대화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추리문학이며, 순수문학이 아닌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경마라는 흔치 않은 소재를 즐긴다는 작가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경마 혹은 말(馬)에 대한 깊은 인상이 빠져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존이 아침햇살을 맞으며 처음으로 경주마 위에 오르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임팩트가 약하다. 묘사가 부족한 것이다. 말에 대한 애정이라든가 경외심 같은 것이 독자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서스펜스라든가 두뇌싸움과 같은 장르소설로서의 미덕은 뛰어나다. 하지만, 미안한 얘기지만, 이런 미덕을 갖춘 뛰어난 장르소설은 이 책 말고도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한편, 작가는 시골사람들 사이의 끈끈한 유대와 정에 대해 상당한 중점을 두고 있다. 아마 이 책을 읽은 어느 독자라도 딕 프란시스가 매우 인간미 있는 작가라는 사실에는 동의할 것이다. 존이 사람들의 불화와 동요를 막기 위해 끝내 범인을 밝히지 않는 것도 같은 의미로 읽힌다. 좋은 사람이 쓴 좋은 책이자 흥미로운 추리소설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매력적인 사람이 쓴 매력적인 글은 아니다.(05-8-18, 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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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ai 2005-08-18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색할 때는 딕 프란시스가 아닌 딕 프랜시스로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