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더 49 - [할인행사]
제이 러셀 감독, 조아퀸 피닉스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영화는 1.소방관'들' / 2.화재라는 특수상황 / 3.영웅 만들기 중에서 한 가지만을 내세우는 영화가 아니라, 세 가지를 나름대로 모두 소화하려고 한 영화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이도저도 아닌 범작이 되어버렸다. 특별히 기억에 남을 것 같지는 않고 '화재'를 다룬 영화 목록에 추가하는 정도로 그치게 될 영화이긴 한데, 그럼에도 나름의 미덕은 갖춘 영화다.

특히 1.의 비중이 좀 큰 편이라서 개인적으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3.만을 내세우지 않음으로써 진부한 스토리의 영화가 된 것은 틀림없지만, 그래도 최근 본 영화 중 그나마 정상적이고 따뜻한 이야기였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비록 진부한 스토리이지만 그 스토리를 잘 따라가주는, 건조하지도 않고 오버하지도 않는 배우들의 연기는 확실히 이 영화의 미덕이라 할 수 있다.

도입부의 대형화재 장면이나 후반부의 CPR 장면 등은 사실성이 떨어지긴 하지만(오히려 후반부의 연기로 가득찬 실내화재 장면이 사실에 가깝다) 일반인이 보기에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고 CG와 특수효과가 두드러지는 것도 아닌데, 이는 장점인 동시에 스펙터클한 맛을 떨어뜨린다는 면에서는 단점일 수도 있겠다. 확실히 '볼거리'만을 위해 감상할 만한 영화는 아니다.

미국에서의 평은 대체로 안 좋은 편이라는데, 마음에 드는 호평이 하나 있었다: "이 영화는 선하고 정직한 눈물이라는, 요즘 극장에서 실로 보기드문 경험을 관객들에게 제공한다" - 워싱턴 포스트의 앤 호너데이(네이버에서 재인용).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이런 영화의 의의는 영화 자체가 잘 됐냐 못 됐냐에 있는 게 아니다. 누군가의 생명을 구한다는 행위의 무게, 그것은 영화 안에서 수백 번 영웅을 만들어내도 다 담아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우리에게 단지 일깨워주고 있을 뿐이다. 무사태평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관심 밖의 일이자 진부한 스토리에 불과하고, 따라서 잊혀지게 마련인 그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이 영화는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

 

 

2005-2-10, 필유.

 

※ 국내 개봉은 3월에 했고, DVD는 7월에 나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