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쿠로즈카 Kurozuka 1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옛 기억에 문득 애니메이션을 구해 봤다. 한마디로 코믹스보다 훨씬 낫다.
인생의 의미는 인생이 단 한 번뿐이기에 뜨거운 색체를 띤다. 만약 인생이 무한하다면? 내세가 있다면? 윤회한다면? 오늘 할 일을 무한히 내일로 미룰 수 있는 삶에 의미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불사의 존재인 쿠로미츠는, 쿠로를 끝없이 자신을 추구하는 존재로 만들어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창조해내려 한다. 이 과정이 작품의 핵심. 단, 처음부터 그럴 작정이었던 것은 아니고, 사고로 쿠로가 반불사의 존재가 되면서 즉흥적으로 떠올린 생각으로 봐야 옳겠다.
코믹스에도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애니메이션에는 쿠온이라는 또 다른 존재가 등장해 쿠로미츠의 다른 의도를 엿보게도 한다. 애니메이션에서 쿠로미츠는 쿠온의 몸을 빌려 쿠로를 완벽한 불사로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쿠로도 쿠로미츠도 무한한 삶에서 오는 권태에 빠지게 될 것은 필연. 그러니 쿠로미츠는 의도적으로 아슬아슬하게 실패할 계획을 세웠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피조물로 하여금 자신을 끊임없이 갈구하게 만들기 위한 치밀한 각본을 짜는 일, 그것은 '무한한' 창조주가 권태를 달래기 위해 천착할 만한 유희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