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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아프리카 ㅣ 창비시선 321
이제니 지음 / 창비 / 2010년 10월
평점 :
이 시인의 시는 한참이나 내 생각의 경계를 넘어 있었다. 일단 어휘 수준에서부터. 편지광 유우, 뵈뵈, 큐피, 녹슨 씨, 블랭크 하치, 미리케, 사몽, 밋딤, 들판의 홀리, 만다린 주스, 자니마, 모리씨, 유리코, 알파카 등등등. 이 시집에 나오는 고유명사만 모아놓아도 책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다른 무엇도 아닌 말 자체의 '낯설게 하기'. 그런데 이상하게 파고드는 문장도 많다. 가령 "체온이라는 말에는 어떤 슬픈 온도가 만져진다."(79쪽)
말에 천착하는 말 앞에서(표지도 말이고) 내 머릿속의 기하학 도형들이 제멋대로 증식하기 시작한다. 65536가지의 색깔에 질감이 더해진 다각형의 조합은 그야말로 무한에 가까워지겠지. 읽는 이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이 시집에서 보는 것은 그런 기하학적 세계의 냄새다. 아마 이제니도 밤마다 빨강, 노랑, 파랑으로 된 점, 선, 면의 꿈을 꾸지 않을까.
보물로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