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산맥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지음, 변용란 옮김 / 씽크북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광기의 산맥]이 일차적으로 환기시키는 정서는 스티븐 킹 등의 소설 첫인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고립되고 극한 상황 속에서 미지의 생물체(물론 이 생물체란 대단히 위협적인 존재이다)와 조우한다는 어딘가 익숙한 상황 설정 때문이다. 

단지 흔하고 흔한 공포물들이 치중하는 미지의 물체 그 자체에 대한 가시적이고 물질적, 물리적인 공포에 비해 [광기의 산맥]은 제목이 암시하듯 광기, 즉 좀 더 비가시적이고 다분히 내향적인 심리적 공포를 표현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러브크래프트는 영화처럼 생생하게 공포의 정경을 가시화시켜 독자들의 눈앞에 가져다주려고 굳이 노력하지 않는다. 스티븐 킹의 작품들이 수없이 영화화된 바 있는 데 반해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들은 그 작품 세계의 특성상 '성공적으로' 영화화된 사례가 별로 없는 것 또한 같은 이유이리라. 러브크래프트는 내향적이고 모호하기까지 한 서술들을 통해 공포심 유발의 과정을 독자에게 떠넘긴다. 바로 이 자발적인 공포 생성의 기작이야말로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매력이다.

주지하다시피 러브크래프트는 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또한 스티븐 킹은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광기의 산맥]의 1인칭 시점은 포의 작품세계를 많이 연상시킨다. 이러한 포의 토대 위에 ‘고립된 상황 하의 미지 생물체와의 조우’라는 후대에 수없이 변주될 테마를 정립해 놓은 [광기의 산맥]은 가히 하나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점진적으로 고조되어가는 상황 전개와 병행하여 그 광기를 더해가는 극중 화자의 절규와도 같은 서술도 작품의 백미이다.


2004년 3월,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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