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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1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좁은 땅에서 영화보다도 더 끔찍한 살상극이 벌어졌는데도, 그 주범은 아직도 두 다리 뻗고 잘살고 있고, 사람들은 아무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이제 땡전 한 푼 없다고 주장했던 전두환은, 실제로는 여전히 놀라우리만큼 큰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적어도 작품 속에서는). 많은 사람, 특히 광주를 겪은 사람들이 분개하는 이유 또한 바로 여기에 있다. 강풀은 이러한 사실을 다분히 감정적 시선으로 고발한다.
강풀은 후기에서 "현재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의 문법으로 이 시대 대중의 공감을 얻으려는 시도다. 이는 '그때' 광주를 겪은 사람들이 '지금' 겪는 아픔으로 작품 속에 표현된다. 이 점을 놓고 어떤 이들은 [26년]을 지나치게 감정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달리 어떻게? 차라리 "조폭을 영웅처럼 그리면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라는 비판이라면 수긍할 만하다(게다가 테러와 같은 체제 전복적인 발상이라니!). 이는 소위 말하는 '조폭 영화'들에 대해 여러 번 제기되어온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강풀의 [26년] 또한 이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그 수위는 조폭 영화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뿐더러 비판의 초점 또한 작품이 전하려는 메시지에서 다분히 빗나가 있다.
컴퓨터 앞에 죽치고 앉아 마우스나 딸깍거리며 웹툰이나 보고 있는 사람들마저도 강풀을 용기 있는 작가라고 칭하며 이 작품에 열광한다. 명백한 정치적 무관심층이 이토록 정치적인 만화에 열광한다. 많은 이가 지금껏 무관심했던 26년 전의 한국사를 돌아보게 되었다. 아직 실존하는 인물이기에 쉽사리 비판할 수 없고 보통 우회하게 되는 길을, 강풀을 비교적 직설적인 방법으로 공격했고 많은 이의 마음에 공감과 문제의식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이 감정에 호소하는 방법에 의지했다는 사실만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다른 방법으로는 다가가기 어려운 길을 개척한 공으로, 강풀은 찬사를 더 받아도 될 듯하다. (2007-5-16 썼던 글을 축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