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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디타운
F. 폴 윌슨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김상훈 씨 번역이라 무턱대고 사서 읽었던 책이다. SF에는 열광하면서도 추리소설에는 무관심한 편이지만,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이하 미리니름 경고.
이 책에는 잊을 수 없는 장면이 하나 나온다. 그야 뭐 1장부터 사람을 산 채로 신경절 단위로 찢어 헤쳐 동굴에 설치미술로 전시하는 악당이라든가, 그 현장을 맞닥뜨리고도 외마디 감탄사 하나 내뱉지 않는 주인공이 나오는 걸 읽을 때쯤, 나는 앞으로 뭐가 더 나오든 놀라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런데 2장에서 바로 깜놀했다. 주인공의 목이 문자 그대로 잘렸으니까. 대체 어떤 추리소설의 주인공이 목이 잘리고도 살아남아 "목을 잘린 일은 앞으로도 내 생애에서 가장 기억할 만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따위의 소리를 하고 앉아 있겠느냔 말이다. 단분자 와이어라는, SF적 상상력이 들어간 장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얘기다.
미리니름 끝.
요컨대 SF와 추리소설을 잘 결합한, 읽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다. 거기에 추리소설 하면 (아마도) 빼놓을 수 없는 독특한 탐정 주인공까지 있다. 물론 주인공 드레이어의 독특함은 셜록 홈스의 '고상한 괴팍함'이 아니라 필립 말로의 '약점투성이 냉소'와 닮았다는 점도 놓쳐선 안 되겠다. 사실 비정한 현실 앞에 '버튼'에 탐닉하던 주인공은, [빅 슬립]에서 술병을 놓지 못하던 필립 말로의 복사판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어쩌면 바로 그 점이 더 매력인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