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Formica Blues
모노 (Mono) 노래 / Mercury / 1997년 1월
평점 :
품절


고교 시절, 하숙방에 처박혀 라디오를 세상의 낙으로 삼던 시절, life in mono라는 곡에 꽂혔던 적이 있다. 그게, 왜 그런 기억이 있다. 내게 처음 기타를 가르쳐준 친구 B를 생각하면 지금도 여름 캠프의 밤바람이 팔을 스치는 듯하고,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을 펼치면 지금도 구급차 안에 가득했던 피 냄새가 나는 듯하다. 이 음반을 들으면 고교 시절 일요일 오후 농구 코트 위로 지던 아릿한 저녁놀이 보이는 듯만 싶다. 술을 마실 때마다 김두수나 제프 버클리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이유도 비슷한 까닭이겠지. 사람은 이렇게 연상을 통해 기억을 보관한다. 음, 아마도.

당시에는 테이프로 샀다가, 나중에 중고 시디를 찾아 다시 사고 말았다. 지금 다시 이 음악을 들어도 고교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음을 안다. 향수에 젖을 만큼 달콤했던 시절도 아니다. 단지 나는 기억을 보존할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할 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는 이런저런 음악을 들으며 자랐구나... 나는 적어도 그 정도의 사실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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