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의 탄생 - 한국어가 바로 서는 살아 있는 번역 강의
이희재 지음 / 교양인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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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나오자마자 무성한 입소문을 타고 날개 돋친 듯 팔린 바로 그 화제의 책.

...이라는 건 거짓말이고.

정작 출판사에서 "선생님 번역 좀 해주세요"라고 부탁하는 대학 교수들은 절대 이런 책 따위 보지도 않으리라. 아마 이런 책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지.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해당 분야의 지식과 어느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갖춘 대학교수들이 번역한 원고해당 분야의 지식은 부족하나 좋은 영어 실력과 훌륭한 우리말 실력을 갖춘 전문번역가가 번역한 원고. 어느 쪽이 나을까?

모르겠다. 일단 나는 후자의 원고를 본 적이 없고 그래서 미치도록 탐날 뿐이다. 원칙을 따지자면 번역은 번역자가 해야 옳지 않을까. '감수'는 괜히 있나? 대학교수의 후광이 필요하면 잘 꼬셔서 감수나 시키면 되지. 물론 비용이 이중으로 든다는 문제가 남는다. 덕분에 편집자가 미치도록 원고를 뜯어고쳐야 하는 상황이 된다. 교수마다 다르겠지만, 전문번역가보다야 교수는 자신의 원고에 대한 애착이 적은 것도 사실이고.

이런 (개인적인) 이유로, [번역의 탄생]은 번역가 못지않게 편집자에게도 필요한 책이다. 스무 장도 못 넘겼는데 벌써 부끄럽다. 그간 내가 간과해온 '잘못된 번역 습관들'이 너무나 많이 지적된다. 편집자라는 입장에서 남의 원고를 뜯어고치며 나는 또 얼마나 바람직하지 못한 문장으로 글을 더럽혔는가.

...그러니까 애초에 번역을 제대로 해오란 말입니다, 교수님들하.

제대 직후 붙들고 살다시피 한 안정효 씨의 책에 비하면, 이 책은 참 친절하다. 안정효 씨가 군인 같다면 이희재 씨는 참말 신사 같달까. 부드러움 속에 숨어 있는 글쓴이의 번역에 대한 애정과 열정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내 돈 주고 사는 책 중에 비문학 쪽 도서는 1년에 한 권 될까 말까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이 책은 참 값지다. 앞으로 틈나는 대로 읽고 또 읽어야겠다. (09-6-1에 썼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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