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집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9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로는 꽤 오래전에 본 적이 있지만, 원작은 늦게야 접했다. 첫 쪽부터 손을 놓을 수가 없는 책이었다. 스페인어 번역서가 국문 소설처럼 술술 읽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근래 몇 년 독서 경험에 비춰 얘기하자면, 나는 이 책을 박완서가 쓴 [미망]을 읽을 때처럼 술술 읽어내렸다.

흔히들 '마술적 사실주의'라고 부르는 작풍(장치?)은, 그 자체 성격이 원래 그러하지만, 이 책에서는 전달하는 주제와 거의 일체가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조선시대 소설을 신령이니 토속 신앙을 빼놓고 얘기하기 어렵듯 말이다. 보르헤스에 경도하는 한국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막연한 이국적 분위기에 대한 동경이라고 간단히 치부할 점은 아닐 듯싶다.

다른 의미로, 이 책은 편집 측면에서도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고 싶다. 고유명사 표기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오탈자 하나 없었다(초판 7쇄). 기본적으로는 번역이 좋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700쪽 넘는 분량에 걸쳐 편집자의 꼼꼼함이 무척 돋보이는 책이었다. 다만, 나 또한 편집에 발을 담은 사람으로서 '한번'과 '한 번'의 구분, 보조용언의 띄어쓰기가 부분부분 통일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기는 했다. 물론 두 가지 모두 나름 기준이 있었을 터이고(특히 '한번'은 무조건 붙여 쓰는 일이 많다) 내가 그 기준을 제대로 알아내지 못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