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여전해서 실망할 거리도 열광할 부분도 보이진 않는다. 키리코의 대부분 작품과 같이 '도시에 상경한 20대 여성들의 일상'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키리코 작품을 사는 건 딱히 그림 때문도, 우울한 듯 포기한 듯 애매한 정서 때문도 아니다. 그저 생각날 때마다 책장에 손을 뻗어 붙잡고 읽고 싶을 때가 있기 때문. 동시대 작가의 변화상을 관찰하는 일도 꽤 흥미로운 일이긴 하나, 키리코처럼 변하지 않는 작가에게서 굳이 달라진 점을 찾아내려 애쓰기란 힘들 뿐더러 의미도 별로 없는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