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마스터 19
시바타 요쿠사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격투기 만화들이 난무하는 요즈음, [에어마스터]가 점하는 위치는 단연 독보적이다. 여자 캐릭터가 주인공이라는 점, 스트리트 파이팅이라는 독특한 소재, 곡선적이면서도 다이나믹한 화풍, 소위 '격투혼'과 같은 것에 천착하지 않는 가벼움 등 [에어마스터]는 매력만점의 만화이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격투기 만화라는 특성상 그 마초이즘의 세계 안에서 표현되는 여성 캐릭터들은 지극히 수동적이며, 잘해봐야 촉매적인 역할을 수행하는데 그친다. [수라] 시리즈나 [바키] 시리즈 등에서 이런 면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반면 [에어마스터]에 등장하는 여성 파이터들은 남성 파이터들과 어떠한 성차도 가지고 있지 않다. [에어마스터] 안에 존재하는 차별은 여성과 남성간의 차별이 아니라 강한 자와 강하지 못한 자 사이의 차별뿐이다.

물론 [에어마스터]는 격투기 만화이며 따라서 폭력을 다루는 만화이다. 그럼에도 이 폭력은 근본적으로 마초적인 폭력과는 다르다. [에어마스터]의 캐릭터들이 스트리트 파이팅을 하는 이유는 돈이나 명예 혹은 지배욕과 같은 하등의 목적 때문이 아니라 그들 안의 근원을 알 수 없는 에너지 때문이다. 나이브한 이야기이지만, 무목적적이며 따라서 순수한 폭력과 투지로 점철된 세계를, [에어마스터]는 담고 있다.

이러한 폭력은 스트리트 파이팅이라는 독특한 형태로 나타난다. 복싱, 가라데 등 '룰'의 세계에 싫증난 독자들에게 환영받을만한 부분이다(프라이드와 같은 이종격투기 팬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또 이러한 스트리트 파이팅이 우리의 생활 바로 옆에서 일어난다는 설정은 일견 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후카미치 상위 랭커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상당히 현실에서 멀어지게 된다. [태권소년]에서 소개된바 있는 '팔극권' 달인과 정체를 알 수 없는(아마도 인간이 아닌듯한) 랭킹 1위 묘망과의 대결 장면을 보면 특히 그러하다. 그러한 비현실성에도 불구하고 이 대결 장면에서의 카타르시스는 가히 압권이다. 바로 이 점이 [에어마스터]의 또다른 매력이다. 현실적인 스트리트 파이팅을 다룬 [홀리랜드]란 작품과 비교해보면, [에어마스터]는 완전히 판타지로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어마스터]는 대리만족으로서의 예술 '만화'라는 심각할 필요없는 장르에 충실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매력적인 것이다.

전체적인 작화 분위기도 이에 걸맞게 묘하게 곡선적이며 아기자기하기까지 하다. 여타 격투기 만화가 과장된 근육과 각진 선들로 점철되어 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이러한 화풍은 상당히 참신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작가는 이따금씩 황당한 유머를 삽입하여 독자를 뒤집어지게 만드는데, 이것이 아기자기한 작화와 상당히 잘 어울리고 있다(TV판 애니메이션이 이 점을 살리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한편으로 작가는 소재 자체의 역동적인 분위기를 살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갑자기 전면 2컷 분할과 함께 카타르시스가 터져나오기도 하며, 곡선적인 화풍에 실린 동선의 역동미를 잘 표현하고 있다.

끝으로, 명분, 무사혼, 무도 정신 등 그 참을 수 없는 고루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격투기 만화의 주인공들이 끝까지 붙잡고 놓치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가치들이 [에어마스터]에서는 완전 찬밥 취급당한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종종 그런 가치들의 옹호자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거기에 여하간의 임팩트가 실려있지는 않다). [에어마스터]의 캐릭터들은 사랑과 증오, 복수 등 훨씬 인간적인 이유들을 놓고 서로 격돌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때로 이들의 격투의 동인은 정말로 무목적일 때도 있다. 나는 이런 시원시원한 [에어마스터]의 타격감을 사랑한다.

지금까지 살펴본대로 [에어마스터]는 정말로 근간에 보기 드문 유쾌통괘한 매력적인 격투기 만화이다. 이것이 채 완결되지 않은 작품에 대해 성급하게나마 리뷰를 쓴 이유이다. 새 단행본이 나오기를 진심으로 고대한다. 신노스케의 재등장이 환기시키는 카타르시스는 정말로 최고였다. 그의 활약을 기대하며 글을 줄인다.(2004.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