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리처드 바크 지음, 이은희 옮김 / 한숲출판사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기억도 나지 않는다. 어쩌면 이 책을 읽은건 초등학생일 때였는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시골 5일장에서 헌 책들(주로 호색서적) 사이에 섞여있는 이 책을 다시 발견한 것도 고등학생 때였는지 대학 1학년 때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그때 나는 필사적인 심정으로 2천원을 주고 이 책을 다시 샀다. 사서 뒤를 보니 정가가 2천원이었지만,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메시아의 뜻이었을까. 그리고 정확하게 똑같이 말해서 그냥 우연이었을까. 이 책은 인간으로서의 현현인 메시아를 그리고 있지만 기독교적이지는 않다. 사실 그게 메시아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게 이 책의 주제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순간 알게 될 것이다. 스포일러는 피하겠다.

이 책의 전개는 주제와 유기적이다. 옴니버스 형식 아니 차라리 이 책은 하나의 아포리즘이다. 성서의 비유로서 편람(아포리즘으로 가득 찬)이라는 것이 등장하는데, 이 편람은 펼치는 그때마다 그때의 의미를 가진다. 이것은 다시 똑같이 말해서 무의미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소설이라고 부르기도 작품이라고 부르기도 모호해진다. 이 책 자체가 바로 책 안에 등장하는 편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안과 밖의 경계가 무너지게 되는 지점에 이 책과 나라는 독자가 위치한다. 그리고 이게 '틀릴지도 모른다.' 물론 남는 것은 없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매력적이다. 아니 남는 것은 있다. 이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치면 거기에 현재의 내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적혀있을테니까 말이다. 2003.10.14 f.y.

덧: 새로 나온 것은 반갑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2000원 짜리 책이 더 정겹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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