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로쿠의 기묘한 병 - 히노 히데시 걸작 호러 단편 시리즈 2
히노 히데시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강추. 이토 준지의 작품도 상당히 무섭지만 히노 히데시, 아무것도 모르고 읽기 시작한 이 사람의 책은 몇 페이지만 넘겨도 오싹할 정도로 무서웠다. 공포가 아주 그냥 온몸으로 전해져온다. 교묘한 극적 장치나 미지의 생명체 혹은 영적 존재 같은 것에 의한 공포가 아니다. 다소 예외가 있긴 하지만 3권을 통털어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인간에 대한 인간에 의한 증오와 저주다. 여기에 강조할 부분만 강조된, 그래서 더욱 공포스러운 광기들린 듯한 작화가 더해져 말 그대로 공포 그 자체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1권 [붉은 뱀]은, 안 그래도 엽기적인 가족에 붉은 뱀의 저주가 옮겨붙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성적인 것에 대한 묘사가 자세히 그려졌으면 하는 점과 정상적인 화자를 통한 스토리 텔링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만 훌륭한 작품이다. 2권 [죠로쿠의 기묘한 병]은 기괴하다 못해 공포스러움이 느껴지는, 이토 준지의 작품 성향과 비슷한 느낌의 수작이다. 또한 다른 단편들 역시 일상을 배경으로 한 인간의 공포심을 마구 자극하는 공포스러운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압권인 것은 3권이다. 3권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다. '지옥도'를 그리는 미친 화가의 이야기인데, 끝부분이 걸작이다. 스포일러는 쓰지 않겠다. 영화사에서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가 끼친 의의와 아주 약간 비슷한 성질의 것이라고만 힌트를 남긴다. 꼭 읽어보기 바란다. 2003. 9.10 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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