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녀는 괴로워 1
스즈키 유미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9년 10월
평점 :
절판
주인공 칸나는 뚱녀였으나 막대한 돈을 들인 전신성형 끝에 미녀로 탈바꿈한다. 그러나 이른바 '뚱녀기질'은 성형수술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칸나균'이라고까지 불리우던 뚱녀 칸나,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그리고 뚱녀기질이란 그토록 나쁜 것인가?
이 만화는 남자들이라면 생각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지만, 당사자인 여성들에게는 어쩌면 불쾌하고 기분나쁜 만화가 될 수도 있다. 작가는 성형수술 찬양만화가 아니라고 말한다. 사실 칸나가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그녀는 거액을 투자해 성형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고, 외모 지상주의에 사로잡혔다는 비난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때 문제는, 이 사회가 결코 여성을 외모에 신경쓰지 않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 스즈키 유미코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만화를 통해 이 사회를 풍자하려 했는지 나는 확신할 수 없다. 웃고 넘어가기에 바쁜 이 만화 속에서는 날카롭게 번쩍이는 뭔가가 보이지 않았다. 긍정적인 칸나를 그리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하지만, 긍정적이라는 단어가 꼭 잘생긴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의미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한 가지 더, 처음에 지적했던대로, 자신이 뚱녀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자책감을 느끼는 칸나는 그것이 사회에 의해 강요받은 감정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사회에 의해 '뚱녀는 나쁘다'라고 자신이 세뇌당한 것을 깨닫지조차 못하기에 '뚱녀도 좋을 수 있다'라며 사회에 맞서지 못하는 것이다.
이상으로 볼 때 이 만화는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민감한 부분은 넘어가고 적당히 웃고 즐기는 만화로 전락해버린다. 비슷한 내용의 만화로 같은 작가의 [미녀는 못말려]라는 만화가 있고, 다른 작가의 [OL 비쥬얼족]이라는 만화도 있다.(그러나 이들 만화에서도 외모 지상주의를 극복하려는 시도는 찾기 힘들다. 어쩌면 그것은 사회 전체를 상대로 혼자 싸워야만 하는 시도일 것이므로.)
2001. 8. 6
by f.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