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땅 - 딜비쉬 연대기 2, 이색작가총서 3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너머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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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잡설. [딜비쉬]를 처음 읽은 게 2005년이었는데, 후편이 나온 줄 모르다 얼마 전 구입했다. 그런데 소장하고 있는 [딜비쉬]와 [변화의 땅]이 여기 상품 페이지의 표지와는 다르다. 설마 내가 사고 나서 바로 바뀐 건가-_- 뭐, 둘 다 초판 1쇄니까 아쉬울 건 없다만...

한편 내용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엄청 재미있다-_-b [딜비쉬]는 단편 선집이기에 산만한 감이 없지 않아 있는 반면 [변화의 땅]은 시종일관 독자를 사로잡는 맛이 있다. 가볍게 읽기엔 [딜비쉬]가 더 나아보이기도 하지만, 나로서 [변화의 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크툴루 신화 때문이다. 아마 HPL 팬이라면 누구나 [변화의 땅]에 열광했으리라.

그런데 HPL 광팬의 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김상훈 씨는 이번 [변화의 땅]에서 기존에 알려진(주로 Gaya 님에 의해) 크툴루 신화 용어 번역을 답습하지 않는 대담한 시도를 했다. 사실 예전부터 남들이 다 '크툴루'로 표기하던 Cthulhu를 고집스레 '크툴후'로 표기하던 분이긴 한데, 특히 이번 [변화의 땅]에서는 기존에 '선신' 혹은 '주선신' 정도로 번역돼오던 Elder Gods도 '장로신'이라고 새롭게 번역했다. 개인적으로 '선신'보다는 '장로신'의 어감이 왠지 마음에 들기 때문에, 앞으로도 '장로신'이라는 용어가 사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뭔가 좀 그럴싸하게 들리기도 하고-_-a

하지만 기존에 '위대한 옛것들'로 번역되던 Great Old Ones와 관련해서는 조금 쓴소리를 해야겠다. 다음 두 문단을 비교해보자.

But putting all that aside for the moment, I strongly doubt that one of the Old Ones can long be coerced into doing good, should you succeed in gaining some measure of control over it. They're a rotten lot, and it's best to let them sleep. (원문)

하지만 이런 것들은 일단 모두 옆으로 밀어 놓고 한 가지만 얘기하겠습니다. 설령 당신이 어느 정도의 통제력을 얻게 된다 하더라도, '오래된 자'들 중 하나가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랜 기간 강제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래된 자'는 부패한 신이고, 그런 신은 그냥 자게 내버려두는 것이 최상의 선택입니다. (김상훈 씨 번역, p.32)

원문에는 Old Ones를 대명사(they)로 칭하고 있는데 역자는 이를 '신'으로 옮겼다. 사실 김상훈 씨는 전에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해설에서도 Great Old Ones를 '사악한 신들'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초판, p.486). 하지만 Great Old Ones를 '신'이라 부를 수 있는지 여부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만큼, 위의 인용한 것과 같은 번역은 다소 자의적인 번역이라 할 수 있고,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다.

안 그래도 크툴루 신화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재 국내 상황을 고려해볼 때, 김상훈 씨의 이러한 번역은 혼란을 가중시킬 소지도 있지만, 동시에 참신해보이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이게 다 황금가지에서 러브크래프트 전집을 안 내주고 있기 때문인데-_- 이미 5년을 기다렸는데도 안 나온 걸 보면 앞으로도 황금가지에 의지하기만 할 문제는 아닌 듯싶다. 김상훈 씨 같은 좋은 번역자들이 러브크래프트도 좀 번역해주고(응?;) 초야에 은닉(;)해 계신 Gaya 님도 하루빨리 부활했으면 하는... 뭔가 논지가 산으로 간 뻘글이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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