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인행사]
다비드 모로 감독, 미카엘 꼬엔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이 영화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소재는 일단 폐쇄된 장소와 숲,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전반부에서 두 주인공은 외곽에 위치한 자기 집 안에 갇히게 되는데, 이 집이 쓸데없이-_-; 크다. 이른바 전근대쯤의 대저택. 쉽게 상상할 수 있지만 이런 대저택이 공포영화의 소재로 쓰이기란 상당히 쉬운 일이다([헌티드 힐]이나 [더 헌팅] 등등등, 진짜 엄청나게 많다. 반대로 생각하면 동양 공포영화에서는 건축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이런 소재가 드물다).

중반부에서 여자 주인공은 집을 빠져나와 숲으로 도망을 치는데, 그렇다, 하필 숲이다-_- 숲도 마찬가지다. 동양적인 정서로서는 숲 - forest라는 단어를 이해할 수가 없다. 이건 [미사고의 숲]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잘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므로 부연설명은 생략. 마지막 후반부에서 두 주인공은 다시 지하도(수로) 같은 곳으로 도망을 친다. 근데 이 지하도가 마치 미로 같은지라, 카타콤이 연상되는 동시에 또한번 폐소공포증의 관점에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이런 스테레오타입들을 잘 활용한 건 감독 내지 제작진의 능력이다. 개인적으로는 특히나 사운드가 무서웠는데, 범인들이 말소리 등 사람소리는 전혀 안 내고 대신 기계음 같은 소리를 냈기 때문에 이 점이 가중된다(이 소리의 비밀은 마지막에 밝혀진다). bgm 역시 여기에 한몫하고 있는데, 지극히 suspending되는 현음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영화는 스플래셔호러나 헐리웃 특유의 '감각적인' 편집방법을 취하지 않고 '동양적으로 전형적인' 롱테이크([링]을 떠올려보라)를 주로 취하고 있기에 이런 bgm은 상당히 잘 어울린다.

또하나는 조명의 활용이다. 밤중에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는지라 고감도필름을 이용한 로우키의 조명만이 사용된다. 여기에 인위적인 후광이나 측광 혹은 원색조명이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상당한 미덕이다. 이것은 범인들의 정체를 최대한 감추려는 설정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즉, 정체도 알 수 없는데 이상한 소리 내면서 쫓아오는 조낸 무서운 '그들'은 결코 제대로 화면에 드러나지도 않기 때문에(심지어 조명 한번 제대로 못 받으니-_-) 더 극심한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거다.

재밌는 것은 이 영화에는 스토리,라는 게 부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영화의 목적은 단 하나, 당신을 두렵게 하는 것이다"라는 카피 100% 그대로의 영화다. 결말에서 밝혀지는 충격적인 사실(범인들의 정체)은 사실 뭐 별 거 아니라고까지 할 수 있다. 그냥 76분짜리 영화 버전 '귀신의 집'에 들어갔다 온 기분이랄까. 그리고 그게 나쁘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나로서는 스토리텔링보다는 그외의 요소, 예컨대 반복하지만 사운드나 조명 같은 요소로 승부하는 이런 영화가 정말 사랑스럽다. 끝으로 여담이지만 역시 이런 영화, 그리고 이런 질감을 보고 있노라면 아직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따라오려면 멀었다는 생각도 든다.(2006-4-29, 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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