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ando
M2U Records / 1976년 7월
평점 :
품절


I Dik Dik은 아프리카 영양(羚羊)에서 이름을 따온 이태리 비트그룹으로서, 65년 결성되어 The Mamas & The Papas 등등의 팝/록 히트곡들을 다수 이태리어로 번안하여 발표해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그러다 70년대 들어 프로그레시브의 물결이 다가오자, 이들 역시 72년에 나름대로 한 장의 아트록 음반을 만드는데, 그다지 주목은 얻지 못한다(당시 I GigantiEquipe 84 등의 밴드도 이와 비슷하게 시류에 맞춰 프로그레시브록 음반을 만들었지만 역시 반응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음반이 바로 [Suite Per Una Donna Assolutamente Relativa]라는 긴 제목의 음반으로, 시완에서 라이센스(카탈로그 번호 SRM-2013)한 바 있다. 어쨌든 이들은 다시 번안 및 팝음악(칸초네)으로 돌아가고, 지금 소개하는 76년작 [Volando] 역시 그런 연장선에 있는 음반이다.


프로그레시브록에만 치중하지 않고, 희귀성과 예술성 그리고 서정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M2U가 복각한 음반이니만큼, [Volando]는 그저 그런 평범한 팝음악에 그치지는 않는다. Rod Stewart가 리메이크하여 히트를 친 Sailing이 타이틀곡인 #1 Volando(번역하면 flying이라고 한다)로 번안되어 있는데, ‘항해’를 ‘비행’으로 치환하는 센스를 보여준다. 마지막 트랙인 #11 Sognando la California(번역 Dreaming California)는 The Mamas & The Papas의 유명한 California Dreaming을 번안한 곡인데, 역시 평균 이상의 음악성을 보여주고 있다.


원곡이 워낙 유명하고 좋은 곡이다보니 번안곡 또한 좋은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나머지 곡들, 즉 Dik Dik의 자작곡들이 그에 뒤떨어지느냐 하면, 결코 그렇지는 않다. 그 반대로 #3 Cavalli Alati(번역하면 Winged Horses)처럼, 애수 어린 보컬과 오케스트레이션의 도움으로 비장미 넘치는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단순한 팝 이상의 음악성을 보여주는 뛰어난 곡들이 보인다. 쓸쓸한 멜로디와 팔세토 창법의 후렴구가 인상적인 #4 E' Amore 역시 추천곡이다.


#5, #6, #10은 다소 평범하지만 따뜻한 곡들이고, #7은 감정을 살린 보컬이 또 한 번 호소력 있게 다가오는 단출한 곡. #8 Vecchio Solaio는 오케스트레이션이 잘 활용되고 있는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곡이다. Dik Dik은 이미 60년대에 Lucio Battisti와 교류를 했다고 하는데, 이 곡에서 은연 중에 그의 흔적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전형적이라면 전형적일 수도 있지만 훌륭한 칸초네 곡이라고 할 수 있다. #9는 음반에서 가장 다이나믹한 곡으로, 리듬 섹션이 돋보이는 반면 기타 솔로가 약한 것은 아쉽다.


이상 살펴본 것처럼 [Volando]는 록적인 어프로치 하에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칸초네 음반이다. 시완에서 먼저 소개된 [Suite Per …]와 같은 프로그레시브록을 기대하고 이 음반을 듣는다면, 분명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 서정적인 음악을 싸구려 팝 취급하는 것 또한 부당한 처사임에 틀림없다. 이탈리아 특유의 낭만적인 애수가 묻어나는, 아름다운 음반이기 때문이다.(05-9-18, 필유)




사족: M2U 음반이 알라딘에는 안 들어오는 관계로(아쉽지만 알라딘은 서점이니까 뭐), 그냥 여기다 리뷰를 올린다. 그리고 트랙명은 바벨의물고기님께서 이태리어→영어 번역을 해주셨는데, 제대로 안해주신 게 더 많아 아쉽다.


덧(08-9-11): 어차피 재고도 없을 테지만; M2U로 표시된 음반이 있길래 글 옮김.



M2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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