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이었던 어제,
학생들이 선물을 들고 찾아왔다.
그들에게 평소 잘해줬다고 생각하는 나지만
감사하다며 선물을 받고 있노라니 왜 그렇게 부끄럽던지.
특히나 두차례 유급한 학생의 아버지가 보내준 선물은
정말이지 돌려보내고 싶었다.
그 학생이 그러는 동안 제대로 보살핀 적이 없기에.
아버님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 학생이 의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한개 빼먹고 찍어서 다시...

술을 좋아해서 그런지 내게 들어온 선물을 대부분 양주였다.
사실 난, 양주를 좋아하진 않는다.
밖에서 양주를 먹는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그 상황에선 그렇게 해야만 하기에 할 수 없이 먹는 것이고
그 외의 상황에선 소주를 먹는다.
집에서 양주를 홀짝거리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난 어쩌다 혼자 술을 마실 때도-일년에 세 번 이하다-
소주를 마시지 양주를 마시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소주의 단점은 선물로 하기엔 적당치 않다는 것이고
내가 양주를 받은 건 그 때문이다.

이건 지도학생들이 준 꽃바구니다.
예전에 정희진 선생에게 “페미니스트도 꽃 받으면 좋나요?”라고 물어본 학생이 있었다는데
정답은 “당연히 좋지요”였단다.
남자라 그런지 난 꽃 받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눈물이 많아지는 것과 비례해서
꽃 받는 것도 좋아하게 되었으니
이건 뭐, 동방신기도 아니고...

그래서 난, 예과 학생회장이 사준 이 센스있는 선물이 참 마음에 든다.
메이져리그 모자 중에서 내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는 건
뉴욕메츠와 오클랜드 모자다.
메츠는 은은한 기품이 있고, 오클랜드는 한눈에 사로잡힐만큼 매력적이다.
그가 선물한 건 바로 오클랜드,
같은 모양의 짝퉁은 있지만 정품은 없었는데
예쁜 정품 모자를 갖게 되어 기쁘다.
뉴스를 보니 스승의 날에 학교 절반이 휴교를 했단다.
취지는 촌지 때문이었을망정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날 어린이가 쉬고
근로자의 날 때 근로자가 쉬듯이-사실 학교 선생도 당연히 근로자인데...-
스승의 날 선생님이 쉬는 게 바람직하지 않는가?
그러고보니 어버이날 어버이도 못쉬는구나.
그건 아마도, 어버이가 아닌 나같은 사람도 같이 낑겨서 쉬기 때문에
아예 쉬지 말게 하는 건 아닐런지.
내년 스승의 날엔 물질적인 선물 대신 하루 푹 쉬는 선물을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