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하기로 하면 먹을 일이 생기는 게 우리네 삶이듯, 술을 좀 끊어볼까 하고 마음을 먹었더니 맹렬히 술약속이 생기는 게 술꾼의 삶인가보다. 술일기를 제때 안쓴 탓에 37번째라고 적는 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기억도 안나는 걸 만들어서 쓸 수 없으니 그냥 그래도 밀고나갈 작정이다. 분명 하루걸러 하루는 술을 마셨던 것 같은데, 6월이 코앞임에도 아직 50번을 안넘었다니 좀 심했다는 생각은 든다.

이번주가 학생들 축제 기간이다. 수요일날 비가 많이 온 탓에 학생들이 주점을 열 수 있는 날은 사실 어제밖에 없었는데, 어제가 이번주 들어 유일하게 약속이 없는 날이었다. 친한 선생 둘과 주점에 갔고, 많이 팔아줘야 한다는 생각에 물쓰듯 돈을 썼다. 같이 간 선생님의 말, “지갑에서 돈이 계속 나오네?”

그 선생님 댁에 가서 2차를 하려는데 너무 많이 술을 마신 탓인지-저녁 먹으면서 난 이미 소주 한병을 넘게 마신 터였다-얼마 못가서 쓰러졌고, 깨보니 선생님 아들이 자는 침대였다. 별 일 없이 잘 잤구나 싶었는데 그 선생님의 말을 뒤늦게 들어보니 아주 가관이었다. 내가 쓰러진 곳은 소파였단다. 거기서 재울 수 없어 침대로 옮기려는데 아무리 깨워도 안일어나더란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바로 담요, 소파 옆에 담요를 깔고 나를 끌어내려 거기다 놓았다. 선생님과 사모님, 그리고 아들 이렇게 셋이 힘을 모아 담요를 끌고 침대까지 갔단다. 이 대목에서 선생님이 한 말, “정말 그때 안깨고 있었어요? 아니면 부끄러워서 자는 척 한거예요?”

답을 미리 말하자면, 난 그 자체가 아예 기억이 안난다. 난 아주 깊이 자며, 술까지 취하면 날 깨우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니 담요에 놓고 끌어당긴다고 깰 리가 있겠는가? 마지막 고비는 침대에 날 올리는 거였단다. 소파에서 내릴 때와 달리 중력에 반하는 일이잖는가. 내가 보통 무거운 놈도 아니고. 자세한 묘사는 안했지만 “매우 힘들었다”고 하니, 어떻게 올렸는지는 상상에 맡긴다 (나도 잘 모르겠다).

잠을 깼을 때 난 엎드려 있었고, 시간은 새벽 5시 40분이었다. 또다른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알코올로 점철될 하루가.

* 주점에서 난 우리 말고 다른 선생님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학생들 축제엔 선생님들도 좀 많이 와주면 좋을텐데, 다들 바쁘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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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5-18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바쁘신가 보네요 부리님..^^
그래도 건강챙기면서 연구하세요...아 맞다..마태님께도 안부 전해주세요~

moonnight 2007-05-18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수고 많으셨네요. ^^; 학생들 축제 주점이라니. 참 아득한 추억이랄까요. ;;;; 여전히 친근한 교수님이시네요.

야클 2007-05-18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대처럼 아늑한 공간이 없더군요 ㅋㅋㅋ

Mephistopheles 2007-05-18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갖 상상을 하게 만드는 신묘한 야클님의 댓글...ㅋㅋㅋㅋㅋ

무스탕 2007-05-18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몸 버리셔요... 아유.. 마태님은 옆에 계셨으면 좀 말려주시지... ^^;;
부리님이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가 다 있었군요 ^^

야클님... 침대뿐이겠어요? (히죽~)

2007-05-19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7-05-20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어머머 그런 칭찬을.... 고맙습니다. 그리고 3보단 2가 더 나아요^^
무스탕님/그래서 이번 주말은 술 안마시려구요. 월요일날 또 큰 술시합이 있어요^^
메피님/그러게요. 그 유머는 결혼 후에도 살아있다니깐요^^
야클님/역시나 대단한....^^
속삭님/후후, 전 그런 예민한 놈이 아닙니다. 갖은 짓을 해도 잠에서 안깬다는...
달밤님/언제 얼굴이나 보여주세요 늘 바쁜척만 하시구....흑
메피님/마태님께 전했더니 메피스토가 누구냐고 하더군요. 흠, 두분 친한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