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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ㅣ 내 인생의 영화
박찬욱, 류승완, 추상미, 신경숙, 노희경 외 지음 / 씨네21북스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유명 작가를 초청해 강의를 들은 뒤 한 학생이 질문을 한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뭡니까?”
작가라면 많이 받는 질문일 테지만, 그만큼 짜증도 날 것이다. 문학소녀로 어릴 적부터 책을 벗삼아 살아온 그 작가에게 모든 책은 다 나름의 감명을 주는 귀한 것들이 아니었을까? 어떻게 그 중 딱 한권을 골라 “이 책이 제일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역시나 그 작가분은 다른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영화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 매니아가 아닌 나 역시 ‘가장 재미있었던 영화’를 묻는다면, 그 주옥같은 영화들 중 뭘 골라야 할지 난감할 거다. 미녀 분이 내게 선물해 준 <내 인생의 영화>는 어릴 적부터 영화광이었던 사람들에게 그런 위압적인 질문을 던진 뒤 책으로 엮은 거다. 독자 입장에선 흥미로울 수 있겠지만, 감명 깊은 영화를 골라야 하는 저자들은 고역이었으리라. 몇몇 분을 제외하곤 대부분 지금은 DVD를 구하기 힘든 고전들을 선택했는지라 봐야 할 명작 리스트를 얻기보다는 자신이 본 영화가 있으면 반가워하는 재미에 책을 읽는 게 좋을 듯하다.
책에서 공감한 점. 실연을 당한 뒤 듣는 빅마마의 <체념>이 훨씬 마음에 와닿는 것처럼, 영화 역시 자체의 재미에 그 당시 어떤 상황인가가 큰 영향을 미친다. 어느 저자의 말이다.
“숱한 영화들을 놔두고 큰누나와 본 몇편이 떠오르는 것은 내가 아직도 영화 그 자체보다 영화로 인한 추억을 더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는 증거이리라.(48쪽)”
필름포럼 대표인 권병철은 같은 이유에서 <올리브 나무 사이로>라는 영화를 ‘내 인생의 영화’로 꼽았다. “...바로 아내의 손을 잡았다는 거였다(19쪽).”
영화 자체의 재미는 별로 없는 <S 다이어리>를 내가 아직도 인상 깊게 간직하고 있는 이유도 당시 사귀던 그녀의 손을 잡았기 때문, 그러니 <내 인생...>같은 기획보다는 ‘사연이 있는 영화가 뭐냐?’고 질문했더라면 더 재미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늘 내게 좋은 책을 선물해주시는 그 미녀분께 다시한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