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공화국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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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구체적 숫자와 금액을 보는 것은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정치인,판사,검사,경찰,재벌들을 비롯한 남자들의 역겨운 룸살롱 문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더럽다. 나는 이 더러운 한남민국에 대해서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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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8-10-10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섣불리 ‘읽고 싶어요’를 누르기가 어렵네요... 저는 아직도 외면하고 싶은가 봐요...ㅠㅠ

다락방 2018-10-10 08:57   좋아요 1 | URL
읽으면서 ‘내가 이걸 왜 읽고있나‘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어휴... ㅠㅠ
 
















"촌스럽게 들리는 거 알아요." 마니가 조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렇지만 마치 텔레비전에 나오는 장면 같았어요. 방이 어두워지고 유일한 스포트라이트가 바로 그이를 비추는 거죠. 천사들의 노랫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순간 모든 게 느려지는 것 같았고, 그이의 아름다운 입술이 열렸죠."

"진흙탕에 한 바퀴 굴러보고 싶지 않아요?" 대니얼의 오스트레일리아 억양에 마니의 자궁이 찌르르 떨렸다.

"그 귀여운 억양은 어디서 주웠어요?" 마니가 물었다.

"시드니에서요."

"젠장, 오스트레일리아로 이민 가야겠네."

토머스 로건이 지하실에서 나와 두 사람을 소개해줬다. 나중에 마니는 주방을 청소하다 말고 아버지에게 말했다. "저 남자가 바로 내가 결혼할 남자예요, 아빠."

그러자 아버지가 대꾸했다. "네가 그 웃음에 반할 줄 내 진작에 알아봤지." (p.53)




그렇게 마니는 대니얼과 결혼했다.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한 남자를 향해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것.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버리는 것. 그 둘은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고, 결혼할 남자에요, 라는 말은 그저 말로 끝나지 않고 그들은 결혼에 이르렀다. 반했고 자주 웃었고 더 자주 섹스했지만, 결혼한 후에 남자는 지나치게 자신을 과대평가했고 마니를 무시하곤 했다. 대니얼은 직장을 잃었고 모아둔 돈을 도박으로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사라졌고 그의 생사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카드를 쓴 흔적도 어딘가에 나타난 흔적도 그렇다고 시체가 발견된 것도 아니었다. 대니얼이 사라진 지 13개월째, 그가 도박빚을 졌다는 남자가 찾아와 그녀에게 빚을 갚으라고 협박한다. 마니는 정말 돈이 없었다. 최근에는 텔레비젼까지 팔아야 했다. 아이들 학교 준비물도 사줘야했고 먹을 것도 사야했는데, 남편이 죽은 게 아니라 사라졌기 때문에 남편의 보험금에 손을 댈 수도 없고 예금에 손을 댈 수도 없어서, 그야말로 간신히 먹고 살아야 했던 거다. 그런데 빚이라니. 그걸 어떻게 갚는담.


남자는 마니의 몸을 보고는 그의 포주가 되겠다 한다. 그렇게 한 건을 성사시키면 그가 수수료를 가져가는 식이다. 그렇게 그녀에게 빚을 갚기를 명령한다.



나는 이런 이야기가 너무 싫다. 남편이 사라진 다음에 생활고에 시달려야 하는, 육아까지 책임져야 하는 여자의 이야기가. 그런 삶을 봐야하는 것은 너무 고통스럽다. 게다가 남편이 진 빚을 갚기 위해 몸까지 팔아야 하다니. 이 책을 20쪽 읽었을 때부터 벌써 싫었다. 그러나 내가 조 올로클린의 이야기, 그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참고 읽었다.



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던 남자가 여자에게 빚만 남겨주고 사라지는 남자가 됐을까. 왜 매력적인 미소를 가진 남자가, 그래서 결혼하면 행복을 줄거라고 생각한 남자가 삶의 고통을 안겨주고 사라진걸까. 뭐가 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됐기에 행복을 상상했건만 고통이 찾아드는가. 남편이 사라지고, 여기저기 조금씩 돈을 빌리던 것도 이제 더이상 할 수가 없고, 둘째는 몸이 아파 계속 병원을 데리고 다녀야 하고, 저녁에는 몸을 팔아야 하고, 집주인은 집세를 독촉하고, 아래층 남자는 '네가 몸을 파는 걸 딸아이에게 말하겠다'며 섹스를 강요하고.. 나는 대체 이 여자가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좋은 소식은 하나도 없고 어디를 돌아봐도 우울하기만 한데..그런데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싶었다. 도망치고 싶지 않을까, 죽고 싶지 않을까, 모든 것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지 않을까, 자신이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던것- 아이들과 자신의 자존감-을 다 놓고 싶지 않을까. 대체 왜, 그토록 찬란하게 빛나 한 눈에 반하게 만들었던 남자가 도박 빚을 지고 그녀를 수렁에 던져넣었나, 왜 자신을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사람이 바람을 피웠나...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걸까.



그녀를 둘러싼 비극은 하나가 아니어서, 하나의 절망 뒤에 또 하나의 비극이 찾아오는 식이어서 읽노라면 지치게 되는데, 그런 그녀가 심리 상담을 받으러 찾아가는 사람이 바로 조 올로클린이다.



조 올로클린은 심리학 교수이며 상담사라 그의 직업 특성상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를 맞닥뜨리게 되고, 그렇게 경찰 수사에 협력해야 할 일도 더러 생긴다. 다른 사람들처럼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해 가족들과 단란하게 지내면 좋겠지만, 경찰은 가끔 밤에도 불러가고 그가 범죄에 노출되기도 해, 조 의 아내는 더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며 조와 별거중이다. 조는 아내와 별거한 지 몇 년째 되어가지만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다시 아내와 가족이 되고 싶다. 그러나 아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이 일, 이렇게 다른 사건이나 범죄에 자꾸 끼어들게 되는 일을 스스로도 어쩔 수가 없다. 아내가 가장 싫어하는 걸 멈출 수가 없어, 가장 사랑하는 아내에게 그저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만이 가득한 상황. 이도저도 못하면서 계속 아내를 바라보는 남자. 별거중인 그에게 가끔 다가오는 여자들이 있고, 그렇게 그는 다른 여자를 만나 데이트도 해보았지만, 지속적인 관계가 될 순 없었다. 그는 아내를 여전히 사랑했으니까.




아내는 웃음을 멈췄을 때 조를 사랑하는 것도 멈췄다.

줄리안이 전화를 건네받는다.

"찰리가 런던에서 즐거웠다더라."

"잘됐네."

"당신이 빈센트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며."

"그랬지."

짦은 침묵이 흐른다. "당신이 새로운 친구를 만났다고 찰리가 그러던데."

"누구?"

"이웃 사람."

"아."

"아주 예쁘다더라."

"유부녀고 내 환자야."

침묵이 흐른다. 말이 너무 급하게 나왔다.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남편이 실종됐어. 도와주려는 중이야."

"착하네." 이제 민망해진 줄리안이 말한다. "찰리가 그런 말은 안하기에. 나는 당신이 누군가를 찾았나 생각했지."

"누군가를 찾긴 했어. 그 여자하고 24년 전에 결혼했지."

줄리안이 한숨을 쉰다. "내 말뜻은 그게 아니잖아."

"어쩌면 그런 계약을 맺으면 어떨까 싶어." 조가 말한다.

"어떤 계약?"

"우리 둘 다 일정 기간이 지나도록 누군가를 찾지 못하면 다시 합치기로."

"기간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다음 주말."

줄리안이 소리 내 웃는다. 조는 그 소리를 듣는 게 너무 좋다. 예전에는 그거면 충분했다. 조는 결코 최고의 미남이나 최고의 부자나 최고의 연인이 아니었지만, 늘 줄리안을 웃게 만들 수 있었다. (p.244-245)



나는 이런 부분을 읽기 위해 조 올로클린 시리즈를 읽는다. 조의 마음에 간절히 아내와 다시 합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리고 여전히 아내를 웃게 하고 싶어서, 그래서 애쓰는 사람. 아직도 아내의 웃음소리를 듣는 게 너무 좋은 남자. 조는 줄리안에게 당신이 내가 찾은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왜 줄리안은 조에게 다른 사람을 찾은 줄 알았다고 말하는걸까? 내가 찾은 사람은 당신인데, 왜 나에게 누굴 찾았냐고 당신이 묻는 거야? 나는 당신을 찾았는데?



"우리 둘 다 일정 기간이 지나도록 누군가를 찾지 못하면 다시 합치기로."

"기간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다음 주말."



이 부분이 너무 좋아서, 나는 당장이라도 써먹고 싶어졌다. 우리 둘다 일정 기간이 지나도록 누군가를 찾지 못하면 다시 합치기로 하자고. 그 기간을 어느정도로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다음 주말이라고 대답하는 거다. 그러나 미래는 예측불허, 설사 상대가 응해도 다음 주말이라는 시간동안 뭐든 생길 수 있다. 무슨 일이든. 그리고 누군가든 나타날 수가 있지. 최대한 짧게 잡으려고 한거지만, 그 짧은 기간 내에 무언가가 일어난다면.



아주 오래전에, 친구가 소개팅을 했고, 소개팅한 자리에서 그들은 서로를 마음에 들어했다.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고. 평일에 소개팅을 했던 친구는 그 주말, 나를 비롯한 친구들과 주말 여행이 계획되어 있었고, 차 안에서 그 남자와 다정하게 전화통화를 했다. 잘 다녀오겠노라고. 그리고 그 주말을 보내고난 후 남자는 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고 했다. 주말에 인라인 타러 갔다가 여자를 만났다고, 그 여자랑 다정한 관계가 될 것 같다고..


친구가 소개팅을 하고 그 남자와 만나보기로 하고 그리고 여행을 다녀오기 까지는 채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동안 친구는 남자를 만났고, 조금 설레었고, 조금 기대했고, 그리고 만날 수 없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다.


조 올로클린은 줄리안에게 '다음 주말'이라고 말했지만, 당장 내일이라도 줄리안은 출근하다가, 까페에 갔다가, 식사하러 갔다가, 거리를 걷다가 누군가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는 '다음 주말은 얼마 안남았다'고 잔뜩 기대하게 될것이고, 그리고 그 다음주말동안 조 올로클린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대로일 것이다. 어쩌면 그가 마주하게 될 것은, 그 짧은 시간동안 누군가를 만났다, 찾았다는 줄리안의 말일지도 모른다.




아주 오래전에, 잠깐 사귀던 남자에게 이별을 고한 적이 있다. 그는 몇 번이고 내게 전화를 걸어 돌아오라 말했고, 나는 그러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내가 자신에게 돌아올 때까지, 3개월이고 3년이고 기다리겠노라 했다. 그러나 그는 3주도 안되어 다른 여자를 사귀었다.


시간은 각자에게 다른 속도로 흐른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이지만, 나의 일주일이, 나의 3개월이, 나의 10개월이 모두에게 같은 건 아니다. 나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는데, 늘 그대로인데, 그대로의 일상 그대로의 마음으로 한결같이 이제나 저제나 일주일을 보내고 3개월을 보내고 10개월을 보내는데, 이 시간은 다른 사람에게는 아주 많은 것들이 변하고 또 이뤄지고 또 무너지기도 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 10개월은 묵묵히 견디고 일상을 받아들이며 하루 하루 쌓아가는, 그리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시간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모든 것들이 변하고 새로이 시작될 수 있다.


나는 조 올로클린이 '다음 주말'이라고 말한 게 너무 따뜻해서, 아내에게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 잘 드러나서, 그래서 아내가 웃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렇지만 그 다음 주말이라는 것이 저 대화 속에서 농담인 것은 차치하고라도, 조의 바람대로 되기에는, 그가 아무리 짧은 시간으로 잡았다 해도, 아내에게는 무엇이든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시간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슬프다. 조는 아내를 여전히 사랑하기 때문에 그 시간은 그대로의 시간이며, 기다리기엔 길지만, 그래도 줄리안이 내게 올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시간이지만, 조의 시간은 '아내에게만' 열려있기에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시간이지만, 그러나 아내에게는 '모두에게 열려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다. 아주 많은 것들이 다음주말이 오기 전까지 일어날 수 있다.


이게 나의 다음 주말과 당신의 다음 주말이 다른 이유다.

이게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의 10개월과 모두에게 열려있는 사람의 10개월이 다른 이유다.

한 사람에게만 열려있는 사람에게는 하루나 3개월이나 1년이 같지만,

모두에게 열려있는 사람에게는 그 시간은 아주 다양한 사람들도 다양하게 채워질 수 있으니까.




조 올로클린은 친구가 많지 않다. 형사에서 은퇴한 '루이츠'가 그의 가장 친한친구이며 유일한 친구이다. 파킨슨 병을 앓고 있고 심리학 박사이며 상담사이고, 아내와 딸들을 사랑한다. 그가 상담하며 만나는 사람들은 다양하고, 경찰에게 불려가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줄 때도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그러나 그가 마음을 열고 곁을 준 사람은 아내와, 딸들과, 루이츠가 전부이다. 만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마음을 주는 곳이 많다는 것은 아니니까. 



어제 이 책을 자기전에 펴들고서는 기어코 다 읽고자고야 말았다. 책 속의 사건이 너무 싫었는데, 그러나 이렇게 조의 이야기가 나오면 내가 하염없이 무너져 버려서, 자꾸만 이 사람 편을 들고 있어서, 너무 마음이 쓰여서, 나는 계속 조 올로클린을 읽을 것 같다. 조 올로클린은 결국 어떻게 될까? 아내의 시간은 어떻게 흐를까?



어제 새벽까지 읽고 자느라 오늘 아침 출근길에 너무 피곤했는데, 그러면서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아니,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이유라 해도 좋을 것이다. 어쩌면 소설을 계속 읽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이야기, 즉, 자신이 읽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굳건하게 자기가 원하는 이야기가 있어, 그것을 소설속에서 찾으려는 게 아닐까. 그러나 소설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쓴 글이라, '그래 바로 이런 거야' 하는 부분들을 찾아내 즐거울 때도 있지만, 그것이 백프로 흡족하진 않다. 내가 원하는 단 하나의 이야기는, 결국 나만의 것일 테니까. 이 소설에서 이만큼, 저 소설에서 저만큼 내가 원하는 것들을 조금씩 찾아내다가, 그렇게 읽고 또 읽으면서 찾아내다가, 종국에는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내가 써야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들은 결국 '내가 가장 읽고 싶은 이야기는 내가 써야한다'고 생각해서 소설을 쓰게된 건 아닐까?



오늘 조 올로클린에 대해 생각하면서, 그의 '다음 주말'에 대해 생각하면서, 내가 가장 원하는 결말을 내기 위해서는, 그런 이야기를 읽기 위해서는 내가 직접 쓰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게 유일한 방법이겠구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소설을 쓰겠다는 건 아니지만...



조 올로클린, 지치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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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0-08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소설쓰심되죠~소설전도사이신데 ㅋ다락방님 책 두권 희망도서로 빌려 대출할려는데 연체먹어 기다리는데 ...ㅠㅠ즐건 하루 되십시오!

다락방 2018-10-08 10:15   좋아요 1 | URL
아악 카알벨루치님.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어뜨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디 재미있게 읽으시기를 바랍니다 ㅠㅠ
 
결혼제국 - 결혼이 지배하는 사회 여자들의 성과 사랑
노부타 사요코 외 지음, 정선철 옮김 / 이매진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우에노 치즈코'는 이 책으로 처음 만났는데, 다른 책을 좀 더 읽어봐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만으로는 뭔가 불편한 마음이 들게 하는 작가여서. 이 책은 '우에노 치즈코'와 '노부타 사요코'의 대담으로 이루어졌는데, 대부분의 주장에 대해 나는 우에노 치즈코와 같은 생각이긴 하지만, 그런데 어느 지점인지 묘하게 불편한거다. 상대를 윽박지르는 것 같다는 생각과 지나치게 고집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게 대담집이기 때문에 더 두드러진 건지도 모르겠다. 노부타 사요코는 화나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후기를 보면 화내기는 커녕 우에노 치즈코로부터 많이 배웠다고 되어있다.


우에노 치즈코에 대한 어떤 불편함이 아니라도 책 자체로 크게 만족스럽진 않다. 일본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이 대담이 이루어진 2002년(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온 건 2008년)시대적 배경의 차이 때문일까, 너무 오래전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래서 이 대담에서 나온 주장이나 실천들보다 더한 것이 지금은 필요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음, 좀 더 나가야지, 약해' 랄까.


가장 불편하게 했던 건, 이 책에서 이들이 대담 도중 드러내는 사례들이다. 윽. 데이트폭력 가정폭력등의 예시들이 나오는데 너무 끔찍한 거다. 그걸 읽는데 너무 답답하고 고통스러웠다. 물론, 페미니즘 도서들에서 사례를 짚어낼 때는 불편한 사례들만이 나오는 것은 각오해야 할 일이지만.


어쨌든 썩 만족스런 독서는 아니었는데, 엉뚱하게도 이들이 대화도중 요즘 내가 계속 생각했던 페르귄트와 솔베이지에 대해 얘기하는 것에는 크게 공감했다.



우에노: 저는 "남자의 인간 성장의 이야기가 이 정도 밖에 (다게다 세이지의 '히말라야 신부'를 얘기하면서)안 되는가?" 라고 느끼면서, "도대체 네 히피 체험은 무엇이었는데, 너는 도대체 방랑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데"라고 묻고 싶어졌어요. 이런 수준의 인간 성장이 감동 이야기가 되고 있는 것 자체가, 저는 정말 역겨워요.


노부타: 입센의 희곡 [페르귄트Peer Gynt](1867)도 그렇지 않나요? 저는 그 작품의 음악은 좋아하지만, 줄거리가 싫어요. 곳곳을 떠돌던 페르귄트는 마지막에 자기를 계속 기다리다가 눈 멀게 된 아내가 혼자서 하프를 연주하고 있는 곳에 돌아와 "너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구나"라고 말하면서 이야기가 끝납니다. 그걸 읽었을 때 "뭐야, 이런 어이 없는 이야기는"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자기 편의적인 이야기가 있을 수 있나요? 아무리 엉망진창인 남자에게도 마지막에는 한 명의 여자가 따르고 있다니, 그런 이야기에 매달려 살 수밖에 없는 남자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자기보다 연약한 성이 밑에 있고, 그 위에 자기가 위치한다"는 인식이잖아요. "남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정말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남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p.126-127)




나는 솔베이지가 페르귄트를 기다리는 것을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결국 페르귄트가 돌아올 곳으로 와야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죽기 바로 직전의 껍데기만으로 찾아와 아무것도 함께하지 못하고, 그저 솔베이지에게 준 것은 기다림 뿐이라는 게 너무나 속상하다. 그게 뭐야? 어디서 실컷 즐기고 와놓고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와서 안겨? 올 거라면 빨리와야지, 빨리 와서 조금이라도 더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뭐라도 좀 더 함께 해야지. 빌어먹을..



가정 폭력에서 피해자인 아내가 다시 남편에게 돌아가는 것, 그 자리를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 둘 모두 좀 더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부족한 느낌이랄까. 읽으면서 제대로 가고 있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 어쩌면 이게 너무 과거에 쓰여진 책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지금쯤은 그들도 이 때와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고 더 깊어졌을 지도 모를 일. 그런 아쉬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에노 치즈코의 센 말은 또 속시원한 면도 있다. 이 대담 속에서 남자 작가 한심하다고 까는 것도 너무 좋고 ㅎㅎㅎ 남자 니네 뭐 이따위야, 라고 하는 것도 좋다. 뭐랄까, 눈치보지 않고 가차없이 까버린달까. 우에노 치즈코에게는 '다른 사람이 나를 욕하지 않을까, 나를 어떻게 볼까' 같은 생각은 아예 없는 듯. 한심한 남자 작가를 깔 때는 이런 자세가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아유, 한심해, 별 볼 일 없어요, 라고 그냥 확 까놓고 말하는 것. 딱히 우에노 치즈코의 팬이 될 순 없을 것 같지만, 그런 점은 응원한다.





우에노: 제가 ‘그루밍 산업(치유해주고 어루 만져주는 산업)‘이라 말하는 것은 섹스라는 회로가 필요없는, 완전히 자기애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 나르시시즘이라는 것에는 한 가지 난관이 있어요. 나르시스의 역설입니다만, 이 자기애라는 것은 타인의 승인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바로 ‘누구도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 나‘를 돈을 지불함으로써 ‘관심을 살 수 있는 나‘로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그루밍 산업이죠. ( p.17)

우에노: 정신분석학적인 페미니스트 제인 겔롭Jane Gallop의 [딸의 유혹 The Daughter‘s Seduction](1986)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유혹자인 딸‘ 이라는 개념은 정신분석의 핵심어 중 하나죠. 이것은 프로이트 식의 도착, 다시말해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것입니다만, 여성의 육체에 가치가 있다고 판정하는 것은 남자의 시선이어서 그 가치를 가르는 권한은 남자의 수중에 있지 여자에게는 없다는 것. 더구나 여자는 그것을 조정할 수 없습니다. 여자의 값어치는 전적으로 남자의 평가에 의존한다. 그런데도 남자는 자신을 유혹하는 원인이 여자 안에 내재되어 있다고, 여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셈이죠.
책임 전가라는 면에서는, 가정폭력의 가해자도 마찬가지죠. "그 여자가 꼭 나한테 폭력을 휘두르게 만든다"는 말을 자주 하잖아요.
(p.82-83)

우에노: 이토 세이(1905-1969)가 "남자에게 있어 가족은 자아의 일부와 같아, 아내를 때릴 때에는 자기도 아픈 법이다"라고 이야기했을 때, 당시 이토는 문단의 대원로였기 때문에, 젊은 시절의 에도 준은 조심스럽게 "그러나 결국 남자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 아닙니까?" 라고 말했어요.
이걸 보면 아내를 때린다는 것이, 남자의 자의식 속에서는 자해 행위의 연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실제 제가 알고 있는 사람의 남편이 그런 말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요. "너를 때릴 때, 나는 마음 속으로 울고 있다"고. 그렇지만 "맞아서 아픈 것은 네가 아니잖아"라고 말하고 싶네요. (p.124)

노부타: "이 여자는 내 것, 튼튼한 애기를 낳아줄 것 같다"고 생각해 결혼을 결정하는 남자들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최근 절감하고 있는 게 "어쩌면 남자는 여자를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거예요.
우에노: 최근에요? 그럼 지금까지는 여자가 남자에게 ‘인간‘ 취급을 받아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나요? (p.143)

노부타: "여자의 경우에도 남자를 때리지 않는가" 하는 말은 정말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듣습니다. 그렇다면 남자의 신체에 상처가 남는다고 똑같은 폭력이 되는 걸까요? 아니죠.
여자가 남자를 때린다고 해도, 남자에게는 아무런 공포심이 없어요. "애완동물이 물었다, 애완동물이 장난치고 있다", "어이, 시건방지게, 나한테 대들 생각이야" 같은 느낌입니다. 거기에는 공포도 경악도 없어요. 남자와 여자가 대칭이 아닌 거예요.
우에노: 남자가 정말 무섭게 느끼는 공포는, ‘여자가 달아나버리는 것‘입니다. 자기 지배 아래 있다고 생각한 여자가, 그렇지 않다고 자기 주장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무서운 거죠.
노부타: 맞아요. 자기의 지배력이 위협받는 거니까요. 그래서 남자는 무서워 벌벌 떨면서 여자에게 폭력을 휘두르죠. 남자는 무엇을 무서워하는가? 여자가 도망치는 것을 무서워하는 것은 상당히 나중 단계입니다. (밑에 계속)

노부타: 대체로 가정폭력의 피해자를 보면, 남편 이상의 달변가들이에요. 그래서 남편의 논리에서 약한 곳을 파고들거나, 부족한 곳을 지적함으로써 폭력을 부르는 거죠. 그것을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권력이란 상황을 정의할 수 있는 힘"이라는 표현을 빌린다면, 상황의 정의자로서 남자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린다는 두려움 아닐까요?
우에노: 공감합니다. 취약한 남성성의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거죠.
노부타: 취약한 남성성의 정체성이라기보다는, "내가 법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있는 남자는, 일단 여자가 "그래요, 당신 말이 옳아요"라고 대답해주기 바랐지만, "그런데도 이상해요", "아뇨,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같은 말을 하는 순간에 욱하고 성질이 나는 것이 아닐까요? 아.... 역시 취약한 남성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거네요.
우에노: 결국은 자기의 지배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죠.
노부타: 성질 나쁜 남자들은 그것을 지배라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무조건 자기가 옳다는 거죠.(p.165)

우에노: 대들지 않는 자는 때리지만, 대드는 자에게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닐까요? 아이를 때리던 남자들도, 사춘기가 된 아들은 때리지 않게 되잖아요. 아들이 사춘기가 되면 가정 안에서 힘의 균형이 변하게 되는 거죠. "때릴 때 반격해 오는 놈은 때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정말 알기 쉬운, ‘비열한 놈들‘입니다. 저항하지 않는 놈만 골라 때리고 있으니까요. (p.177)

우에노: 가정폭력은 단순하게 육체를 구타하는 게 아닙니다. 폭력은 위협이죠. "폭력으로 가장 상처받는 것은 인격." 육체보다 인격입니다.
노부타: 저도 그렇게 말해요. "폭력을 겪고 있다는 것은, 당신이 썩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라고. 그러면 그 여자는 울어요. 하지만 울면서도 또다시 남편에게 돌아가요, 무엇 때문인지. (p.188)

우에노: 일본에는 여자가 늙어가는 것에 대한 통속적인 이데올로기가 존재합니다.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늙어서 사랑받지 못하면, 살아갈 가치도 없는 건가요? 저는 딱 질색입니다. 요즘 고령자 대상 강연회에서 큰 박수를 받는 말이 있어요.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만, 지금까지 귀엽지 않던 내가 갑자기 귀여워질 리가 없잖아요."
노부타: 저도 꼭 박수쳤을 거 같네요.
우에노: "갑자기 귀여워질 수는 없어요. 앞으로 귀엽든지 귀엽지 않든지 관계없이, 노인은 제대로 부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큰 박수를 받아요.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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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은 너무 복잡해》에서 '제인(메릴 스트립)'과 '제이크(알렉 볼드윈)'는 십 년전에 이혼한 부부로 나온다. 십 년전에 남편 제이크가 바람을 피워서 이혼하게 된건데, 그들 사이에 자녀가 있으므로 그들이 아예 안보고 지낼 수는 없지만, 그 뒤로 제인은 제이크를 보는게 딱히 편하지는 않다. 게다가 무슨 행사에 항상 제이크는 그의 젊은 아내를 데리고 오는 것이다. 못마땅해..


그러던 어느날, 아들의 대학 졸업식을 앞두고 그들이 시내의 한 호텔에서 묵게 되는데, 자녀들은 자기들대로 논다고 나가버리고 제인 혼자 바에서 술을 마시다가, 혼자서 술마시던 제이크를 마주치고, 그들은 술을 함께 마시면서 자연스레 웃으며 대화를 하게 되고 그날 밤을 같이 자게 된다. 제이크는 너무 좋고 황홀했다고 씐나서 이 관계를 계속 해나가자고 한다. 제인은 내가 이전에 너의 아내였던 건 사실이지만, 지금 너에겐 아내가 있으므로 이건 불륜이다, 이건 해서는 안된다, 어젯밤은 실수였다, 하지만, 꽤 오래 남자들과 데이트 하지 않았던 제인도 이 만남이 싫지 않다.


제이크는 젊은 아내와 함께하는 게 행복하지 않았는데, 제인과 보내는 시간은 너무 좋다. 이들 사이에 자녀들이 셋 있어서 가족시간을 보내는 것도 너무 좋고, 제인의 집에 가면 제인이 요리해주는 음식들은 너무 맛있고, 제인은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 그러나 젊은 아내는 그에게 요구사항만 있고 그를 전혀 편하게 대해주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자꾸만 자꾸만 제인을 찾는데, 그렇다면 제인을 '불륜의 상대'로 두지 말아야 하는거잖아. 그러니까 아내와 이별해야 하잖아. 그러면서 뻔뻔하게 제인에게는 '니가 나에게 대답을 해주지 않으니 아직 아내에겐 말을 못하지' 하면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이다. 히융-



어쨌든 제인도 안되지만 이 만남이 싫지 않아 하고 있는 상황에, 그런 제인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새로운 남자 '아담'이 있다. 아담은 싱글인데 제인이 무척 마음에 들어 사귀는 남자 있냐고 물어보지만 제인은 없다고 한다. 그런 아담의 데이트 신청도 몹시 끌리는 거였지만, 제이크가 '그 날 우리 둘이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자'며 '그 만남을 거절해' 라고 하는 바람에, 제인은 아담에게 '노'를 말하고, 제이크와 둘이 보낼 시간을 위해 요리를 하고 상을 차려두고 예쁘게 차려입는다. 그러나 제이크는 외출하기로 했던 아내가 외출하지 않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제인은 혼자 앉아서 식어버린 요리와 아름답게 꾸민 자신에게 실망한다. 아, 역시 이 관계는 안되는 거였는데... 그렇게 제인은 다음날 제이크에게 이별을 말한다. 이거 안되는거야, 이러면 안돼, 내가 너를 다시 믿은 게 잘못이지. 그러나 제이크는 어떻게든 제인의 마음을 돌리고자 한다. 아내가 눈치챘어, 나는 이제 너밖에 없어, 하며 가방을 싸들고 와버리는 것.


꺼져..



제인은 아담을 가족 파티에 초대하고, 기분도 꿀꿀한터라 대마초도 하고 .. 그렇게 깔깔대고 웃다가 아담과 둘이 파티장을 빠져나가서는 배고프다는 아담을 자신의 레스토랑으로 데려간다. 제인은 빵과 쿠키, 음료를 파는 레스토랑(까페)의 사장님 이었던 것. 깊은 밤 문닫힌 레스토랑을 열고서는 아담에게 '메뉴판에 있는 것 중 아무거나 먹고 싶은 걸 골라라, 만들어 주겠다'고 한다. 이 때 아담은 '초콜렛 크루아상'을 얘기한다.







그러자 그 밤에 그 큰 주방에서 제인과 아담은 같이 반죽을 만들고 초콜렛을 바르고 오븐에 구워 초콜렛 크루아상을 잔뜩 만들어내고, 그걸 둘이 함께 먹는다. 아담은 먹으면서 너무 맛있다고 신음 소리를 내고.. 크- 나는 방금 막 구워낸 초콜렛 크루아상이 마치 내 입안에 있는 것 같아서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이 되어버렸지...



제이크는 집으로 들어와 이미 싫다고 말했던 아내의 침실에 들어오고 거기서 큰 실수를 저지른다. 결국 그들 사이는 역시나 다시 나빠지게 되고, 그 실수가 아담에게 한것이어서 제인은 아담을 찾아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우리가 만났던 건 사실이지만, 그런데 끝냈어, 라고. 3년전에 아내와 이혼했던 아담은 그런 제인에게 '다 이해해요' 라고 한다. 다 이해하지만, 자신은 마음이 작은 사람이라 더이상 제인을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한다. 그러면서 말하길,


"당신은 그사람에게 끝났다 말했다 했지만, 그 사람은 당신을 아직 사랑해요. 그건 정리된 게 아니에요."



사실 이 영화가 딱히 좋지도 재밌지도 않았는데, 저 말은 곰곰 되씹어야 했다. 당신과 나 사이, 우리 둘 사이. 내가 당신에게 안녕을 말했으나 당신이 나를 여전히 사랑한다면, 그러면 그 사이는 정리된 게 아닌건가? 그렇다면 정리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그 정리는 당사자의 몫이 아닌가? 아마 이것도 그 헤어짐이 어떤 것이었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쪽의 감정이 여전히 생생하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정리되지 않은 것일까? 내 감정이 남아 있다면 '나혼자' 정리되지 않은 것일까, '우리가' 정리되지 않은 것일까?




회사 건물 1층에는 까페가 있다. 그 까페에서는 스파게티와 샐러드, 맥주도 팔지만 커피와 빵도 팔아, 어느 아침에는 유독 빵냄새가 심하게 날 때가 있다. 그러면 아침부터 동료들과 아아, 몸이 딸려나간다...하며 빵냄새가 나는 까페로 금방이라도 달려나가고 싶어지는 것이다. 오늘이 바로 빵 냄새가 심하게 난 날이었다. 내 육체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멋대로 까페로 달려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의지, 강력한 의지, 파워풀한 의지가, 그러지 말라고 잡아 끌어서 다시 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는데, 동료 L이 말했다. 며칠 전에 집에 가다가 초콜렛 크루아상을 먹고 싶어서 퇴근 길에 아래 까페에 들러 사먹었는데 정말 맛잇었다고.


아아 동료여...그대는 왜 하필이면 눈앞에 그려지고 냄새까지 손에 잡힐 듯한 초코 크루아상을 얘기하는가.. 왜, 하필, 왜...


나는 며칠전 내가 본 영화속의 장면, 아담과 제인이 함께 초콜렛 크루아상을 만들어 막 구워낸 그것을 맛있게 먹던 장면이 생각나 버렸고, 그러자 갑자기 '지금 당장 초콜렛 크루아상을 먹어야해!'하게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안돼, 그러지말자, 참자, 이따 점심때 밥이나 먹어... 하고 잘 참고 점심 때가 되어 다른 동료 K와 식당에 가 김치찌개를 시켜먹었다. 나는 K에게 이 영화의 저 장면과 오늘 아침 초콜렛 크루아상 얘기한 L 의 얘기를 들려주다가,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밥먹고 까페 들르자. 초콜렛 크루아상 사러."


그렇게 나는 입에는 김치찌개를 넣으면서, 밥에 김치를 얹어 슥슥 비벼 먹으면서, 젓가락으로는 도라지와 오이 무침을 집으면서, 머릿속 한가득 초콜렛 크루아상을 생각했고!!! 밥을 다 먹자마자 까페로 가 초콜렛 크루아상을 하나 사서!! 사무실로 올라와 L 에게 샀어, 같이 먹자, 하고는 반으로 잘라 사이좋게 먹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아아, 얼마나 맛있었던지... 그러나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이었나. 돼지고기김치찌개 먹고 온 사람.... 크루아상 반 쪽을 먹고난 지금... 앉아있는 것초자 힘들어... 너무 배가 부르다... 아아 나여...... 왜 참지 못하죠? 왜죠? 왜 무심히 넘기지 못하고 생각나면 바로 행동에 옮기죠? 왜죠?



왜죠

왜 미안하단 말을 내게 하죠..








괜찮아..후회하지 말자..그리고 앞으로 그러지말자.. 괜찮아... 먹는 동안 행복했잖아..그러면 됐어... 이제 정말 이런 짓은 그만둬. 무심히 넘겨. 초콜렛 크루아상 따위.... 넘겨, 넘겨, 넘겨버리자... 그리고 다음주부터 다시 태어나자. 새롭게 태어나는 거야. 다음주부터는 식탐 없는 나로 새롭게 태어나자!! 점심에 밥 먹고나서 또 뭐 사먹고 이런 짓 이제 .. 그만두자.



내가 오늘 먹었던 초콜렛 크루아상은 크루아상 안에 초콜릿이 들어있었다. 헤헷. 쓰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구먼. 내가 산 걸 사진 찍었으면 좋았겠지만, 사와서 자르자마자 먹느라고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신 가져오는 스타벅스의 초콜릿 크루아상..






근데 뭔가 좀 아쉽다. 뭔가 부족해.

아마도 까페에서 사온 걸 그냥 먹어서 그런 것 같다.

스타벅스 보니까 이거 기본이 따뜻하게 데움이던데.... 스타벅스 가서 먹으면..따뜻하게 데워줄텐데...... 그러면........



아니야, 그만둬, 생각 뻗어가지마. 여기서 그만.....



오늘은 초콜렛 크루아상 데이.....




그리고 에피톤 프로젝트!












에피톤 프로젝트의 새로운 앨범이 나왔다. 어제 저녁 여섯시에 나온다고 해서 퇴근길에 들었는데..음... 좋은 노래가 있긴 했지만, 1,2 집 만큼 앨범 자체가 막 좋진 않다.


그래도 <연착>은 아주 마음에 든다!!







어제 여동생이 에피톤 앨범 듣다가 '사랑이 뭘까?' 물어왔고, 나는 동생에게 말했다.


"먼 데까지 가는 것. 내가 타미보러 안산 가듯이."


<연착>은 그런 노래다. 오래 기다리고 결국은 찾아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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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라는 게 어떤건지도 알고 왜 선택하는지도 알고, 만약 내가 누군가랑 함께 살게 된다면 나 역시 '동거'라는 방법을 선택하고 싶은데, 그래서일까.. 이 책에서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 부분들을 읽는데, 새로운 내용이 아니면서도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이 책은 틀별히 어떤 부분이 '네덜란드 가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데, 이상하게 이 책을 다 읽기 전에 나는 잠시 책을 덮어두고 스카이 스캐너에 항공권을 검색하고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직항이 있는 암스테르담이여....


자, 나는 이제 어쩔 것인가...

지금부터 부지런히 할부를 갚아나갈 것인가..


인생 뭘까?




사실 스펙 쌓기는 다른 사람보다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하려는 경쟁 심리에 기인한다. 학점, 외국어 점수, 자원봉사활동은 물론, 심지어 유럽 배낭 여행도 스펙 리스트에 포함되어, 개인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스펙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사실 본인의 능력보다는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것들도 있다.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은 부모의 지원 아래 손쉽게 스펙을 쌓는 데 반해, 이보다 덜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은 두세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비 내기에도 벅찬 캠퍼스 생활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스펙이 개인의 잠재력과 역량을 제대로 검증해 줄 수 있을까. 오히려 진정한 실력이 아니라 겉보기 스펙만 갖춘 인재를 채용하게 되는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런데도 기업들이 여전히 스펙으로 채용을 결정한다면 스펙을 쌓기 위한 경쟁은 더 치령해지고, 취업 시장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P.190-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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