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은 너무 복잡해》에서 '제인(메릴 스트립)'과 '제이크(알렉 볼드윈)'는 십 년전에 이혼한 부부로 나온다. 십 년전에 남편 제이크가 바람을 피워서 이혼하게 된건데, 그들 사이에 자녀가 있으므로 그들이 아예 안보고 지낼 수는 없지만, 그 뒤로 제인은 제이크를 보는게 딱히 편하지는 않다. 게다가 무슨 행사에 항상 제이크는 그의 젊은 아내를 데리고 오는 것이다. 못마땅해..


그러던 어느날, 아들의 대학 졸업식을 앞두고 그들이 시내의 한 호텔에서 묵게 되는데, 자녀들은 자기들대로 논다고 나가버리고 제인 혼자 바에서 술을 마시다가, 혼자서 술마시던 제이크를 마주치고, 그들은 술을 함께 마시면서 자연스레 웃으며 대화를 하게 되고 그날 밤을 같이 자게 된다. 제이크는 너무 좋고 황홀했다고 씐나서 이 관계를 계속 해나가자고 한다. 제인은 내가 이전에 너의 아내였던 건 사실이지만, 지금 너에겐 아내가 있으므로 이건 불륜이다, 이건 해서는 안된다, 어젯밤은 실수였다, 하지만, 꽤 오래 남자들과 데이트 하지 않았던 제인도 이 만남이 싫지 않다.


제이크는 젊은 아내와 함께하는 게 행복하지 않았는데, 제인과 보내는 시간은 너무 좋다. 이들 사이에 자녀들이 셋 있어서 가족시간을 보내는 것도 너무 좋고, 제인의 집에 가면 제인이 요리해주는 음식들은 너무 맛있고, 제인은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 그러나 젊은 아내는 그에게 요구사항만 있고 그를 전혀 편하게 대해주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자꾸만 자꾸만 제인을 찾는데, 그렇다면 제인을 '불륜의 상대'로 두지 말아야 하는거잖아. 그러니까 아내와 이별해야 하잖아. 그러면서 뻔뻔하게 제인에게는 '니가 나에게 대답을 해주지 않으니 아직 아내에겐 말을 못하지' 하면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이다. 히융-



어쨌든 제인도 안되지만 이 만남이 싫지 않아 하고 있는 상황에, 그런 제인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새로운 남자 '아담'이 있다. 아담은 싱글인데 제인이 무척 마음에 들어 사귀는 남자 있냐고 물어보지만 제인은 없다고 한다. 그런 아담의 데이트 신청도 몹시 끌리는 거였지만, 제이크가 '그 날 우리 둘이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자'며 '그 만남을 거절해' 라고 하는 바람에, 제인은 아담에게 '노'를 말하고, 제이크와 둘이 보낼 시간을 위해 요리를 하고 상을 차려두고 예쁘게 차려입는다. 그러나 제이크는 외출하기로 했던 아내가 외출하지 않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제인은 혼자 앉아서 식어버린 요리와 아름답게 꾸민 자신에게 실망한다. 아, 역시 이 관계는 안되는 거였는데... 그렇게 제인은 다음날 제이크에게 이별을 말한다. 이거 안되는거야, 이러면 안돼, 내가 너를 다시 믿은 게 잘못이지. 그러나 제이크는 어떻게든 제인의 마음을 돌리고자 한다. 아내가 눈치챘어, 나는 이제 너밖에 없어, 하며 가방을 싸들고 와버리는 것.


꺼져..



제인은 아담을 가족 파티에 초대하고, 기분도 꿀꿀한터라 대마초도 하고 .. 그렇게 깔깔대고 웃다가 아담과 둘이 파티장을 빠져나가서는 배고프다는 아담을 자신의 레스토랑으로 데려간다. 제인은 빵과 쿠키, 음료를 파는 레스토랑(까페)의 사장님 이었던 것. 깊은 밤 문닫힌 레스토랑을 열고서는 아담에게 '메뉴판에 있는 것 중 아무거나 먹고 싶은 걸 골라라, 만들어 주겠다'고 한다. 이 때 아담은 '초콜렛 크루아상'을 얘기한다.







그러자 그 밤에 그 큰 주방에서 제인과 아담은 같이 반죽을 만들고 초콜렛을 바르고 오븐에 구워 초콜렛 크루아상을 잔뜩 만들어내고, 그걸 둘이 함께 먹는다. 아담은 먹으면서 너무 맛있다고 신음 소리를 내고.. 크- 나는 방금 막 구워낸 초콜렛 크루아상이 마치 내 입안에 있는 것 같아서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이 되어버렸지...



제이크는 집으로 들어와 이미 싫다고 말했던 아내의 침실에 들어오고 거기서 큰 실수를 저지른다. 결국 그들 사이는 역시나 다시 나빠지게 되고, 그 실수가 아담에게 한것이어서 제인은 아담을 찾아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우리가 만났던 건 사실이지만, 그런데 끝냈어, 라고. 3년전에 아내와 이혼했던 아담은 그런 제인에게 '다 이해해요' 라고 한다. 다 이해하지만, 자신은 마음이 작은 사람이라 더이상 제인을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한다. 그러면서 말하길,


"당신은 그사람에게 끝났다 말했다 했지만, 그 사람은 당신을 아직 사랑해요. 그건 정리된 게 아니에요."



사실 이 영화가 딱히 좋지도 재밌지도 않았는데, 저 말은 곰곰 되씹어야 했다. 당신과 나 사이, 우리 둘 사이. 내가 당신에게 안녕을 말했으나 당신이 나를 여전히 사랑한다면, 그러면 그 사이는 정리된 게 아닌건가? 그렇다면 정리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그 정리는 당사자의 몫이 아닌가? 아마 이것도 그 헤어짐이 어떤 것이었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쪽의 감정이 여전히 생생하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정리되지 않은 것일까? 내 감정이 남아 있다면 '나혼자' 정리되지 않은 것일까, '우리가' 정리되지 않은 것일까?




회사 건물 1층에는 까페가 있다. 그 까페에서는 스파게티와 샐러드, 맥주도 팔지만 커피와 빵도 팔아, 어느 아침에는 유독 빵냄새가 심하게 날 때가 있다. 그러면 아침부터 동료들과 아아, 몸이 딸려나간다...하며 빵냄새가 나는 까페로 금방이라도 달려나가고 싶어지는 것이다. 오늘이 바로 빵 냄새가 심하게 난 날이었다. 내 육체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멋대로 까페로 달려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의지, 강력한 의지, 파워풀한 의지가, 그러지 말라고 잡아 끌어서 다시 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는데, 동료 L이 말했다. 며칠 전에 집에 가다가 초콜렛 크루아상을 먹고 싶어서 퇴근 길에 아래 까페에 들러 사먹었는데 정말 맛잇었다고.


아아 동료여...그대는 왜 하필이면 눈앞에 그려지고 냄새까지 손에 잡힐 듯한 초코 크루아상을 얘기하는가.. 왜, 하필, 왜...


나는 며칠전 내가 본 영화속의 장면, 아담과 제인이 함께 초콜렛 크루아상을 만들어 막 구워낸 그것을 맛있게 먹던 장면이 생각나 버렸고, 그러자 갑자기 '지금 당장 초콜렛 크루아상을 먹어야해!'하게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안돼, 그러지말자, 참자, 이따 점심때 밥이나 먹어... 하고 잘 참고 점심 때가 되어 다른 동료 K와 식당에 가 김치찌개를 시켜먹었다. 나는 K에게 이 영화의 저 장면과 오늘 아침 초콜렛 크루아상 얘기한 L 의 얘기를 들려주다가,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밥먹고 까페 들르자. 초콜렛 크루아상 사러."


그렇게 나는 입에는 김치찌개를 넣으면서, 밥에 김치를 얹어 슥슥 비벼 먹으면서, 젓가락으로는 도라지와 오이 무침을 집으면서, 머릿속 한가득 초콜렛 크루아상을 생각했고!!! 밥을 다 먹자마자 까페로 가 초콜렛 크루아상을 하나 사서!! 사무실로 올라와 L 에게 샀어, 같이 먹자, 하고는 반으로 잘라 사이좋게 먹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아아, 얼마나 맛있었던지... 그러나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이었나. 돼지고기김치찌개 먹고 온 사람.... 크루아상 반 쪽을 먹고난 지금... 앉아있는 것초자 힘들어... 너무 배가 부르다... 아아 나여...... 왜 참지 못하죠? 왜죠? 왜 무심히 넘기지 못하고 생각나면 바로 행동에 옮기죠? 왜죠?



왜죠

왜 미안하단 말을 내게 하죠..








괜찮아..후회하지 말자..그리고 앞으로 그러지말자.. 괜찮아... 먹는 동안 행복했잖아..그러면 됐어... 이제 정말 이런 짓은 그만둬. 무심히 넘겨. 초콜렛 크루아상 따위.... 넘겨, 넘겨, 넘겨버리자... 그리고 다음주부터 다시 태어나자. 새롭게 태어나는 거야. 다음주부터는 식탐 없는 나로 새롭게 태어나자!! 점심에 밥 먹고나서 또 뭐 사먹고 이런 짓 이제 .. 그만두자.



내가 오늘 먹었던 초콜렛 크루아상은 크루아상 안에 초콜릿이 들어있었다. 헤헷. 쓰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구먼. 내가 산 걸 사진 찍었으면 좋았겠지만, 사와서 자르자마자 먹느라고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신 가져오는 스타벅스의 초콜릿 크루아상..






근데 뭔가 좀 아쉽다. 뭔가 부족해.

아마도 까페에서 사온 걸 그냥 먹어서 그런 것 같다.

스타벅스 보니까 이거 기본이 따뜻하게 데움이던데.... 스타벅스 가서 먹으면..따뜻하게 데워줄텐데...... 그러면........



아니야, 그만둬, 생각 뻗어가지마. 여기서 그만.....



오늘은 초콜렛 크루아상 데이.....




그리고 에피톤 프로젝트!












에피톤 프로젝트의 새로운 앨범이 나왔다. 어제 저녁 여섯시에 나온다고 해서 퇴근길에 들었는데..음... 좋은 노래가 있긴 했지만, 1,2 집 만큼 앨범 자체가 막 좋진 않다.


그래도 <연착>은 아주 마음에 든다!!







어제 여동생이 에피톤 앨범 듣다가 '사랑이 뭘까?' 물어왔고, 나는 동생에게 말했다.


"먼 데까지 가는 것. 내가 타미보러 안산 가듯이."


<연착>은 그런 노래다. 오래 기다리고 결국은 찾아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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