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교수는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음식을 음미했다. 그는 노르웨이의 고향 지방 풍습대로 수르콜(채썬 양배추에 향신료와 각종 양념을 넣고 삶은 요리)과 여러 채소, 감자, 말린 자두, 생크림 크랜베리 소스 등과 함께 돼지갈비구이를 먹었다. 식사 시간도 노르웨이 전역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만찬을 먹는 오후 다섯시에서 일곱시 사이로 맞추었다. 다들 크리스마스가 아니면 잘 먹지 않는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흔히 곁들이는 맥주와 아쿠아비트(향이 가미된 독주로 주로 스칸디나비아 지방에서 생산된다)도 마셨다. 그는 천천히 의식을 치르듯 음식을 먹었고 생각에 잠겨 술을 마셨다. 식사를 끝낸 후에는 접시와 쟁반을 부엌으로 내간 다음 디저트로 리스크렘(쌀에 우유와 설탕을 넣어 죽처럼 끓인 요리)을 가지고 왔다. 이 디저트를 먹는 것 또한 그의 가족이 지켜온 전통이지만 그는 그것이 특별히 맛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는 격식을 갖추어 디저트까지 먹었다. (p.9-10)
55세의 혼자 사는 남자 안데르센 교수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하여 거실에 트리도 장식해 두었고 한 사람분의 상을 차려 만찬을 즐긴다. 이 책의 작가, 그러니까 안데르센 교수를 만들어낸 '다그 솔스타'는 노르웨이 사네피오르에서 태어났는데, 그래서 너무 당연하게도 노르웨이에 사는 안데르센 교수의 혼자만의 크리스마스 이브의 분위기를 기가 막히게 잘 살려냈다. 나는 사실 북유럽이란 곳에 딱히 로망을 가진 것도 아니고, 노르웨이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저 도입부, 혼자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며내고 한 사람분의 상을 차려내어 디저트까지 먹는 장면을 읽다보니 갑자기 가슴속에 꿈틀꿈틀... 노르웨이에 가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는 거다. 딱 이만큼만 읽고서 아아, 이것들 다 뭐여, 무슨 음식이지? 노르웨이 음식 나 알지도 못하는데, 노르웨이에 가서 며칠 머물면서 노르웨이 음식들 좀 먹어볼까?! 막 이렇게 되는 거다.
때가 때이니만큼 안데르센 교수는 친구네 집에 초대를 받아 박싱 데이에는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즐긴다.
그들은 전채 요리로 락피스크(송어 등의 생선에 간을 하여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발효시켜 그대로 먹는 노르웨이 전통 음식)를 먹었고, 주요리는 뇌조였다. 락피스크에는 맥주에 이어 체이서(약한 술 뒤에 마시는 독한 술, 또는 그 반대 순서로 마시는 술)로 아쿠아비트가 나왔고, 뇌조 요리에는 스페인산 고급 레드 와인 리오하가 나왔다. 전채 요리가 나오기 전에 여주인 니나는 메뉴를 정하면서 고민했단 난제에 대해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전채로 락피스크를 먹고 나중에 뇌조를 먹으면 잘 어울린다. 락피스크와 뇌조 둘 다 같은 지역인 발드레스산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음료를 생각하면, 맥주에 체이서로 아쿠아비트를 마신 뒤 레드 와인을 마신다? 자신이 생각할 때 그건 이상적인 조합이 아니었지만 달리 무슨 방법이 있었겠는가. 뇌조를 먹기 전에 다른 전채 요리를 먹는다? 아니, 그건 싫었다. 식품 저장실에 발드레스에서 만든 락피스크가 있고 같은 지역에서 난 뇌조가 있는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게다가 두 가지 모두 직접 나서서 구한 음식으로, 뇌조는 베른트가 발드레스에 가서 사냥했고 락피스크 역시 발드레스에 사는 가까운 지인에게서 구한 것, 그러므로 메뉴는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p.37-38)
아, 진짜, 정말이지, 여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게 다 있다. 음식은 당최 어떤 것들인지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지만, 크리스마스, 파티, 좋은 친구들, 맛있는 음식과 술... 아 너무 좋지 않은가. 내가 혼자 살게 된다면 나 역시 아주 친하고 소중한 사람 몇명만 불러서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고 싶은데, 내가 지금 엄마 아빠랑 같이 산다... 음..... 만약 내가 혼자 사는 게 아니라 함께 사는 파트너가 있다면, 파트너랑 만찬을 즐기는 것도 너무 좋을 것 같다. 크리스마스 이브, 크리스마스, 박싱 데이..(사실 박싱 데이에 우리는 쉬지 않지만...), 저녁마다 조용한 음악을 틀어두고 한 상 가득 기름진 음식들을 차려내어(물론 기름진 음식은 크리스마스가 아닌 날에도 잘만 먹지만...), 와인과 위스키를 꺼내놓고, 건배하고 이야기하면서(도란도란) 먹으면 너무 좋지 않을까. 진짜 행복이 폭발할 것 같은 거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술 마시는 거고(응?), 크리스마스고, 좋아하는 사람인데, 아아, 나는 이 분위기에 압도되어, 이것이 마치 노르웨이여서 가능한 것마냥, 노르웨이에 가고 싶어지는 거다. 일단 혼자 가는 거지...노르웨이에는 같이 갈 사람이 없어... 내년에 나의 여행친구도 멀리 갈 수 없다고 했지... 그래서 나는 혼자 갈 생각이고, 포틀랜드와 오클랜드 중에서 가야지 눈누난나~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슬로가 툭- 튀어나와 버린 것이다. 아, 오슬로여.....
그렇지만 내가 이렇게 크리스마스와 음식과 술과 파티에 취해있다고 해서 이 소설이 그렇게 훈훈하고 따뜻하고 아름답고 헤롱헤롱하는 내용인 것은 결코 아니다. 안데르센 교수는 한사람분의 식탁을 차려두고 혼자서 식사를 하던 크리스마스 이브에, 창밖을 보며 감상에 젖었다가, 이웃집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어엇, 하고 놀라서 밤을 꼬박 새고, 신고할까 주저하다 신고도 못했고, 그게 고민이 되어서 친구를 만나 얘기하려 했지만 파티 분위기에 그 이야기를 할 타이밍을 찾지 못해 파티를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고, 집에 돌아와서도 안절부절... 그러는 동안의 안데르센 교수에게 일어나는 의식의 흐름..이 이 소설의 내용인데, 안데르센 교수가 어떡하지, 어떡하지, 내가 진작 신고를 했어야 되는데, 이제와 신고하면 너무 늦었지, 내가 왜 신고를 안했지, 이러면서 고민하고 있는데...... 나는
크리스마스 좋아 홍야홍야 ♡
오슬로 가면 신기한 음식 많겠지? 헤롱헤롱 ♡
독주 마시고 싶어 힛힝~ ♡
이러고만 있었던 것이다. 아, 나여...
안데르센 교수에게 내가 막 공감하지 못한 건 그가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러니까 이미 죽은 사람은 어쩔 수 없고 살아 있는 살인자를 신고하는 것이 어쩐지 꺼려진다고 하는 그 마인드가, 나는 알듯도 하지만 그것이 나의 마인드가 아니기 때문에, 좀 공감을 하려다가 튕겨져 나오고 공감을 하려다가 튕겨져 나오고..... 그래서 이 소설이 내게는 재미가 없는 것이다. 이 소설은 재미는 없는데..... 자꾸자꾸 술 마시는 거 나와서 넘나 좋고, 그 술을 마시는 데에 있어서 자기만의 철학이 있고(노란 탄산수는 안돼, 파란 탄산수여야 해!!), 크리스마스인 것도 넘나 좋은 것이다....... 누가 물어보면 '나는 그 책 별로였어' 라고 대답할 책인데, 책을 다 읽고 치워두고서도, 아아, 노르웨이에 가야겠구나.....하고 머릿속에 잔뜩 노르웨이에 대한 생각만 나는 것이다......
아아,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노르웨이 아름답다고 한 것도 아니고, 노르웨이 살기 좋다고 한 것도 아니고, 노르웨이가 지상낙원이라고 한 것도 아닌데, 아아, 나는 그런데 어째서 ... 크리스마스에 기름진 음식에 술마시는 것만 읽고 이렇게 노르웨이를 앓게 되는 것인가.... 인간 뭐지? 나는 뭘까? 역시나 책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책을 다 읽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는 것...
그런데 뇌조는... 먹기 싫어.....이름이........먹으면 안되는 이름같아..... 뇌조...........
저 음식들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서 검색해봤는데 이 책 읽으면 다 나와 있을까?
마침 이번 알라딘 굿즈 식판이던데...나 식판 탐나..... 해당도서는 다른 거 있으니까, 이 책 같이 사서 식판 받을까? 나는 요리 만들 줄도 모르면서 음식 사진 보면 왜이렇게 좋지. 내년 여름에 노르웨이 갈까?
지난 주말을 보내면서 토요일에 운동을 좀 격하게 해가지고 일요일에 근육통이 진짜 엄청 심하게 왔더랬다. 술병에 근육통까지 아주 그냥 돌아버릴 뻔 했는데, 마침 트위터를 보는데 생강이 그렇게나 근육통에 좋다는 거다. 오오? 생강차를 사다놓고 근육통 있을 때마다 마셔야겠네? 생각하면서 엄마한테
'엄마, 나 지금 근육통 심한데 근육통에 생강이 좋대! 생강차 사다놓을게'
했더니 우리 엄마... 아아 우리 엄마.....진짜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엄마가,
'야, 내가 어제 생강차 만들었어! 지금 끓여줄까?'
하시는 게 아닌가! 와!! 대박!! 아니 무슨 ㅋㅋㅋㅋㅋㅋㅋㅋ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짱이다 우리 엄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엄마가 생강차 끓여줘가지고 맛있게 마셨다. 움화화화핫. 이게 엄청 사랑하면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 같다. 후훗.
그나저나 크리스마스...
나는 왜이렇게 크리스마스 다가오면 가슴이 벌렁거리지.
정작 그 날이 되면 아무 일도 없는데.
크리스마스가 특별했던 적은 진짜 없었던 것 같은데, 왜 늘 항상 특별한 일이 생길 것 같고 그러지?
왜 이 나이를 먹어도 계속 그러지? 두근두근....
크리스마스 파티를 혼자 하든 둘이 하든 여럿이 하든,
노래는 이거 틀어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