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돈은 힘일까, 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가까운 곳에 돈이 많은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의 돈의 씀씀이를 보게 될 일이 매일 있는데, 이 사람은 항상 특권의식으로 가득차있다. 어디서든 누구든 자기의 말을 들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음식점에 가면 일하는 사람의 나이가 무엇이든, 성별이 무엇이든 일단 반말로 시작한다. 저 사람이 돈이 없어도 저렇게 행동할까? 그렇다면 돈이 뭐길래 대체 저렇게 행동할까? 왜 그건 저 사람에게 힘을 실어준걸까?
나 역시 얼마전 페이퍼에서도 얘기했지만, 돈이 있으면 정말 편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호텔에서 좋은 서비스를 받으며 좋은 걸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하는 건 어쩌다가 한 번이고 게다가 할인 받을 수 있는 위치에 놓여있었기 때문이지, 그냥 내가 받는 월급만으로는 그 호텔에 할부를 긁고 숙박하는 것조차 상상할 수가 없다.
돈은, 왜 힘일까?
마침 이 책에서 이런 부분을 읽었다.
재판을 받는 재벌 총수들은 예외 없이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나타나고 법원은 집행유예 등의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 설령 실형을 받는다고 해도 '건강 이상-입원-보석-사면'의 도식에 따라 형기를 다 채우지 않고 풀려난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휠체어를 타고 처벌을 피하려는 한국 재벌 총수들의 행태와 이들에게 온정적인 한국 사법제도를 비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2006년 비자금 조성 혐의로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출두해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사실, 그리고 조폭처럼 쇠파이프로 술집 종업원들을 폭행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휯레어에 환자복 차림으로 법정에 출두해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사실을 언급했다. 이어서 "한국 법원은 재벌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어떤 일을 하던 경영을 계속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재벌들이 제대로 행동하고, 모든 국민에게 공평한 사법체계를 갖추는 게 국가 이익에 더 부합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p.111-112)
박정희 정권 때 형성된 국가-재벌동맹자본주의는 그 이후의 정권들도 해체하지 못하고 오히려 강화되었다. 그 결과 한국인들 삶의 구석구석이 재벌과 재벌의 상품에 의존하게 되었다. 한국인들의 일상은 재벌에 포위되었다. 그러한 삶을 어느 일간지는 다음과 같이 그리고 있다. "서울 도곡동 삼성 래미안에 사는 김형렬 씨(42세)는 쏘나타를 몰고 여의도로 출근한다. 이 차는 삼성화재에 보험을 들었다. '갤럭시6'로 사무실 직원과 통화한 그는 회사에 도착해 삼성 노트북으로 작업할 것이다. 오후엔 신라호텔에서 바이어를 만난다. 저녁엔 아내와 CGV에서 영화를 보고, 시간이 남으면 엔제리너스(롯데 계열)에서 커피를 마실 생각이다. 롯데마트에서 롯데카드로 장도 봐야 한다. 그의 취미는 프로야구 관람이다. 다음 주에는 sk와이번스의 경기를 보러 가고 야구가 끝나면 친구들과 삼겹살집에서 '클라우드'맥주와 '처음처럼'소주를 섞어 마실까 생각 중이다. (p.113-114)
마침, 오늘 트윗의 타임라인에서 이것과 비슷한 맥락의 기사를 보았다.
< 이 프랑스 배우가 취집을 선택한 이유>
이 기사중에 이 부분이 유독 눈에 띈다.
사람들은 소비를 해야 경제가 활성화 된다고 말한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지금 여기서 소비를 하면 누군가는 또 이 돈으로 먹고 살게 되겠지, 라고 생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 대기업에게 돈을 갖다 바친 꼴이다. 왜 자동차를 만드는 곳에서 호텔도 운영하는 걸까. 왜 핸드폰을 만드는 곳에서 아파트도 만들고 보험회사까지 가지고 있는 걸까. 왜 아파트를 만드는 곳에서 커피까지 팔고 있나. 왜 식재료를 만드는 곳에서 극장까지 갖고 있나. 왜 우리는 사소한 소비 그 하나하나마다 이미 돈이 많은 사람에게 한 푼 더 보태주게 되는걸까. 이런 식으로라면, 돈이 많은 사람은 계속 돈이 많아지고, 돈이 없는 사람은 계속 돈이 없는 상황으로 될 게 뻔하지 않나.
어제, 2016년의 마지막 책지름을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위 기사의 주인공인 배우가 썼다는 책을 '다시' 마지막으로 구입할까... 갈등중이다. (위의 기사도 제목이 구리지만, 이 책도 제목만 보면 너무 구려..... )
우리, 다같이 잘살면 안되는걸까? 그게 그렇게나 어려운 일인걸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 나라는, 왜 잘 사는 사람만 잘 사는 악순환에 제동을 걸기는 커녕 힘을 실어주는가....
어제는 회식이었다. 내가 내 돈으로는 잘 사먹지 못하는 소고기를 먹었다. 소고기는 맛있었고, 실컷 먹었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또 먹고 싶다..... 먹고 싶을 때마다 소고기를 사 먹을 돈이 내게는 없어....나는 소고기를 아주 자주 먹고 싶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