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알라딘에서 페미니스트 키링 분홍색을 받아가지고 그거에 잘 어울리는 가방을 샀다는 페이퍼를 쓴 적이 있는데, 이렇게 뭔가 하나가 갖춰지면 그에 따른 부속사항(?)들을 사게 되는 경우들이 더러 생긴다. 아니, 늘 그렇다. 쓰레기..최근에 어딘가에서 쓰레기 얘기를 들었는데...아, 팟캐스트!
《혼밥생활자의 책장》 이란 팟캐스트에서 진행자 중 한 명이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너무 싫다는 얘기를 했었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끄덕끄덕 했었는데, 나 역시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게 너무 싫고, 가급적 쓰레기 없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물건의 포장은 대체적으로 쓰레기라 나는 가급적 선물도 포장하고 싶지 않은 사람인데, 팟캐스트의 또다른 진행자는 '다른 사람들도 다 쓰레기를 만들어낸다'면서 나름 다독거려주려고 했다. 음, 쓰레기 만드는 거 싫은 사람에게 '다른 사람들도 쓰레기를 만든다'는 딱히 도움이 되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 마음은 전해졌지만.
'김선우'의 《물의 연인들》의 한 구절이, 저 팟캐스트를 듣다가 생각났다. 정확히는 소설의 내용이 아니라, 소설을 읽고 덧붙인 정여울의 해설 부분이다.
나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쓰레기를 모아 버릴 때마다 심한 죄책감을 느낀다. 단출한 살림인데도, 왜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나오는 것일까. 음식물 쓰레기를 보며 가장 심한 죄책감을 느끼고, 수많은 종이 박스나 비닐봉지들을 보며 '도대체 왜 이토록 많은 것을 사야 했을까' 돌이켜 본다. '쓰레기를 버리러 이 세상에 태어났나' 싶을 정도로, 그 순간은 정말 문명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에 비애를 느낀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반성을 한 후에도, 그다음 주 쓰레기의 분량은 그다지 줄지 않는 것 같다. 최소한의 상품을 소비하려고 노력해도, 우리는 결코 쓰레기를 버리는 삶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문득, 이 쓰레기들의 대부분이 상품 그 자체가 아니라 상품을 '포장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우리가 각종 포장지, 상자, 플라스틱 봉지, 종이봉투만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우리는 지구를 향한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지 않을까. (정여울의 작품 해설 부분, pp.265-266)
나는 쓰레기를 만드는 게 너무 싫어서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구입하기를 꺼린다. 애초에 그런걸 갖고 싶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더 예쁘게 만들기 위한 것들은 대체적으로 필요와는 거리가 멀어서, 내 방은 건조함의 극치랄까. 그렇기 때문에 아이폰에도 케이스를 씌우고 싶지 않은데, 교통카드를 편하게 사용하기 위해 케이스를 씌우면서, 흐음, 이렇게 또 결국은 쓰레기를 만들어버렸네, 싶었더랬다.
아이패드를 구입한지 몇 개월이 지났지만, 액정필름도 케이스도 구입하지 않았더랬다. 나에게 그것은 부가사항이었고, 굳이 구입하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그러다가 어제 아이패드를 가지고 회사에 왔고, 퇴근후에 잠깐 아이패드로 청문회를 보려고 하는데, 그냥 눕혀놓고 보자니 너무 불편한거다. 그렇다고 손으로 들고 보자니 그도 불편하고. 사람들이 이래서 케이스를 사는구나, 싶었다. 별수없이 나도 케이스를 구매했다. 나는 그냥 이 '물건'만 있어도 되는데, 물건 하나를 구입해놓으면 그에 따른 제반 사항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그런것들이 필요한거라고 나름 합리화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지구상에 쓰레기를 또 하나 늘린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쓰레기를 보는 건 너무 답답해서,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에 분리수거가 있는 날이면, 식구들중에 누구보다 먼저 나는 그걸 얼른 버리러 간다. 내 집에 있으나 아파트 단지내에 있으나 쓰레기는 여전히 쓰레기지만, 그래도 내 집에서 저것들을 '버려야'한다고 생각하면 약간 스트레스를 받는다. 수요일과 일요일, 분리수거 하고 올게, 하고 재활용 쓰레기를 가지고 집에서 나갈라치면, 남동생은 내게 '진짜 잘 버린다'고 하는데, 남동생에게 나는 약간 강박증상이 있는 걸로 보이는 것 같다. 일요일 밤에 종이 박스가 또 생겼고, 나는 얼른 옷을 챙겨입고, 이거 잽싸게 버리고 올게, 라고 했는데, '누나 진짜 쓰레기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는구나' 라고 하더라. 어제는 수요일. 분리수거가 있는 날이었는데, 퇴근하고 집에 가니 아빠가 다 버리고 오셨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집에 들어가서 택배 박스를 하나 뜯어서 작은 박스 하나가 또 생겼고, 아빠 이거 버리고 올게, 하고 후다닥 박스를 버리고 왔다. 그냥, 이게 너무 답답하고, 아이패드 케이스 산 게 영 찜찜하다. 아이패드를 세워서 볼 수 있다는 편리함으로 선택했는데, 이런 제반사항들을 선택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별 수 없이 나는 아주 많은 물건들을 구입해버리고야 만다.
가급적 쓰레기로 버리지 않기 위해서 입지 않는 옷과 가방은 동네 수거함에 넣거나 아름다운 가게로 보낸다. 책은 판다. 알라딘 굿즈는 내가 사용할 게 아니라면 선택하지 않고, 필요한 게 아니라면 크게 유혹받지도 않는 것 같다.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굿즈 같은 거는 내게 필요가 1도 없고 유혹적이지도 않다. 가방 안에는 언제나 장바구니가 들어있어서 퇴근 길에 장을 볼라치면 장바구니를 꺼내면 된다. 가끔 장바구니 없이 마트에 가 와인을 한 두병씩 살 일이 생기는데, 그러면 나는 그냥 손에 와인을 병째 들고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누가 보면 웃기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그냥 들고 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텀블러를 들고 가 커피를 사마시고, 장바구니를 챙겨가서 장을 본다고 해도, 쓰레기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아이패드 케이스도 아이폰 케이스도, 없어도 살 수있지만 있으면 더 편하다는 용도로 사버리고 말았는데, 쓰레기가 생기는 부분은 사실 이보다 다른 데 더 있지 않나. 어젯밤엔 마스크팩을 하고 버렸고, 오늘 아침만해도 크림치즈의 케이스를 버렸고, 고다치즈의 봉투를 버렸고, 샌드위치의 포장을 버렸고... 와인병과 소주병과 맥주캔은 셀 수 없이 많이도 버렸다. 게다가 이건 앞으로도 버리겠지. 문득, 내가 먹지 않는다면 쓰레기를 만들일도 확 줄어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 그러나 나는 먹고 마시는 걸 진짜 너무 좋아해서 ㅠㅠ
삶이 참 아이러니하게 연속성을 가진다는 생각이 든다. 쓰레기를 만드는 삶이 싫다고 나름 이러저러한 방법들을 사용하면서, 그렇지만 먹고 마시는 걸 남들보다 많이 하니 결국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것 같고...
인생은.. 뭘까?
삶은.. 뭘까?
그리고 그렇게나 쓰레기가 싫다고 하면서 오늘도 책을 주문했어... 나는..... 뭘까? 모순덩어리 인걸까? 인간은.. 뭘까? 그리고 파우치를 사은품으로 선택했는데, 이걸 조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려면, 책 한 번 더 구매해서 파우치 똑같은 거 하나를 또 받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가면 며칠간만 좋을 것이란걸 알면서, 결국 쓰레기를 만드는 삶에 또 한걸음 다가서버리는데..아아, 삶이란, 머릿속이란 이렇게나 뒤죽박죽인 것이다. 명징하고 명쾌하게 살 순 없는걸까..... 내 삶에 규칙이란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