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해줘』에서 유아인은 한류스타로 나온다. 그에게는 수락을 기다리는 대본들이 넘쳐 쌓이는데, 이미연이 쓴 드라마 대본도 마찬가지. 그는 이미연의 대본을 거절한다. 이미연과의 사이에서 그는 묘하게 긴장을 하는데, 만나면 티격태격하지만 이미연이 없는 자리에서 사람들이 이미연 욕하는 걸 화낸다. 얼마안가 이 둘의 관계가 드러난다. 유아인이 군대에 가기 바로 전날, 이미연과 하룻밤을 보냈던 것. 그날밤 이미연에겐 애가 생겼고, 유아인이 군대 가있는 동안 이미연은 애를 낳아 혼자 키우고 있었다. 여차저차하여 유아인도 다 알게되고 결국 이미연과 커플이 되게 되는데, 이 과정이 정말이지 유치하기 짝이없다. 이 영화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영화인가, 보면서 생각했다. 한류스타와 드라마 작가 사이의 연애의 성공에 있어서 유아인은 자신의 팬들에게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사랑하는 여자랑 내 아이를 찾게 도와주세요' 하고 이에 그의 페친인 사람들이 '그 여자를 어디서 봤다' 이러며 제보하는 것.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순정만화.. 같았어.
최지우와 김주혁 커플은 더 어처구니가 없는게, 최지우가 호감을 가진 남자로부터 관심을 받기 위해 일상을 억지로 꾸며내 페이스북을 꾸미는데, 여기에 김주혁이 계속 코치를 해주는 거다. 그 남자는 등산하는 여자 좋아해, 하면서 같이 등산가 인증사진 찍고, 그 남자는 교양있는 좋아해, 하며 같이 미술관 가 인증사진 찍어 올리고.... 아니, 누군가의 관심을 얻기 위해 실제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는 것 자체는 이해가 되지만, 왜 그 모든 것이 다른 남자의 코치로 이루어져야 하며, 그 말을 또 고대로 따라 하는 최지우는 뭐란 말인가. 아니, 한 남자의 관심을 얻기 위해 다른 남자랑 아주 많은 것들을 함께 하고 많은 시간들을 함께 보낸다는 게, 좀 웃기잖아?
여튼 영화는 유치하기 짝이 없었는데,
유아인을 보는 내 마음이 참 므흣하더라.
극중에서 유아인이 막 뭐랄까, 이성을 유혹하는 호르몬을 뿜고 다닌 건 아니었는데, 유아인 등장씬에서마다 일전에 유아인이 시상식에서 소감을 말하면서 소위 '끼부리던' 그 장면이 자꾸 생각나는 거다. 아아.. 그러자 얼마전에 헤어진 애인이 생각났다.

얼마전에 헤어진 애인은 곧잘 윙크를 하던 남자였다. 그 전에는 한 번도 윙크하는 남자를 사귀어본 적이 없던 나는, 처음 애인의 윙크를 접하고서는 정말로
??????????????????????????????????????????????????????????????????????????????????
이렇게 되었더랬다. 이건...뭐지? 이 남자는 .. 뭐하는거지? 눈에 뭐가 들어간걸까, 설마 저거 나한테 한걸까.. 해서, 당신 지금 뭐한거냐고 물었더랬다. 그랬더니 그는 윙크를 한 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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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끼......끼부리는 남자였다!!!!!!!!!!!!!!!!!!!!!!!!!!!!!!!!!!
암튼 저 유치한 영화를 보고 있노라니 유아인의 끼부리던 장면이 생각났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헤어진 애인 생각이 난거다. 아, 인생은 묘한 것이여...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이 떠오를 지 모르는 것이여.....
제이슨 스태덤으로 검색해서 나온 영화를 다운 받았다. 그러니까 『파커』를 보려던 게 아니라, 비행기 안에서는 액션을 봐줘야지, 그렇다면 제이슨 스태덤이지, 하고는 검색창에 제이슨 스태덤을 넣었던 거다. 그랬더니 이런 영화가 나오더라. 사실 『스파이』를 보고 싶었는데, 내가 접속한 굿다운로더 사이트엔 그 영화가 없었어. 어쨌든 제니퍼 로페즈와 함께 나온다는 파커..를 봤다. 파커라고 해서 나는 '주차하는 사람' 같은 걸 말하는 줄 알았더니, 사람 이름이더라. 주인공인 제이슨 스태덤 이름이 '파커' 였다. 그리고 그는 그냥..은행 강도였다. 싸움 엄청 잘하는 은행강도. 그러면서 뭐랄까, 불공평한 걸 못참고 의리가 있고.. 뭐 그런 캐릭터? 아마도 캐릭터 욕심이 나서 제이슨 스태덤은 이 영화를 찍은 것 같은데, 제니퍼 로페즈가 자신에게 엄청 들이대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은 자신의 애인에게 정절을 지키니, 음, 그래, 멋지다.. 싶긴 하지만, 이 영화에도 참 쓸데없는 장면이 나온다.
파커가 하려는 짓을 눈치챈 부동산중개인 제니퍼 로페즈는 그에게 동업을 제안한다. 파산된 처지에 이른 자신을 구원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는데, 파커는 그녀에게 '니가 도청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옷을 벗으라고 말하는 거다. 그래서 제니퍼 로페즈는 그 앞에서 옷을 벗는다. 그리고는 한바퀴 돌아보라고 하고 뒷모습을 보는데, 카메라는 제니퍼 로페즈의 벗은 뒷모습을 보여준다.
........................................ 완전 불필요한 장면이었다.
뭐 어쨌든, 이혼하고 파산하고 일도 제대로 안되고 있는 제니퍼 로페즈는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제이슨 스태덤에게 욕망을 느낀다. 그와 동업하고 싶고 돈을 벌고 싶지만 그를 남자로 만나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그런 파커가 부상을 입고 자신의 집앞에 나타나고, 제니퍼 로페즈는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돕는다. 회사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갔다가 도무지 걱정이 돼서 일에 집중을 못하고 중간에 집에 돌아오는데, 아아, 파커에겐 파커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다른 여자가 있었다. 이 여잔 뭐지????????????????????????? 하고 있는데, 파커는 제니퍼 로페즈가 있든말든, 상처를 치료해주는 여자에게
네가 나를 기다려줄 줄은 몰랐어.
하고는 애정을 드러낸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의 애인이었던 것. 그의 애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 당연한 말, 당연한 흐름이겠지만, 아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니퍼 로페즈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자신의 눈앞에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애인에게 다정한 걸 보게 됐으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기분이 얼마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가 다 눈물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세상 모든 이루지 못한 사랑에 건배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이슨 스태덤은 실제로도 로지 헌팅턴 휘틀리와 오랜 연애를 유지하고 있는데, 극중에서도 한 여자와 오래 연애하는구나. 신의를 지키면서... 그 점은 진짜 높이살만 하고, 그래서 좋아하긴 하지만, 제니퍼 로페즈에게 너무 공감해버린 나는, 가슴이 넘나 아픈 것이다.. ㅠㅠㅠ
그래도 제니퍼 로페즈가 외롭다는 이유로, 고독하다는 이유로 아무나와 연애하지 않는 것은 좋다. 극중에서 제니퍼 로페즈에게 계속 접근하는 남자가 있는데, 제니퍼 로페즈는 그를 무시한다. 이미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남성이고 접근해오는 남성이니, 내가 너무 외로운 나머지 그래, 사귀어보자, 할 수도 있겠지만, 제니퍼 로페즈는 그러지 않는다. 제이슨 스태덤으로부터 거절을 당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홧김에 다른 남자를 만나지도 않아. 그래, 그래야 하는 것이다.
아 근데 너무 슬퍼.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내 앞에서 다른 여자랑 다정한 모습을 봐야 한다는 것...
아 너무 좆같은 기분일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폭풍 눈물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인생은 진짜 똥이야!!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제부가 나를 픽업하러 나와 있었다. 부산에 친구 만나러 갈 때 친구가 부산 공항에 나를 데리러 나온 적은 있지만, 내가 어딘가에 나갔다 들어올 때 인천공항에 누군가 나와 있었던 건 이번이 처음인데, 아, 너무나 고마웠다. 제부는 좋은 사람... 차를 타고 간다는 건 무척 편한 일이어서, 졸린 눈을 억지로 계속 뜨고 있긴 했지만, 지난번처럼 공항 버스안에서 배가 아파 긴장하는 일은 없었으니 얼마나 좋은가 말이다. 그런 참에 집에 돌아오니 여동생이 자신이 산 귀걸이와 반지를 한껏 자랑한다. 제부가 생일 선물로 사준거라 한다. 금액이 만만찮았을 텐데, 그걸 보니 나도 결혼할까... 싶어졌더랬다. 그렇지만 결혼한다고 모든 남편들이 다 자기 아내 생일선물로 이것저것 다 사줄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결혼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 게, 인천공항에서 누가 나를 픽업하니 너무나 편하고 좋은 거다. 내게 남편이 있다면, 내가 여행다녀올 때마다 나를 픽업하러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음..그러다가 이내 생각했다. 왜 나는 내 남편과 함께 갈 생각을 안하고 남편에게 픽업오게 할 생각을 하는걸까 하고. 그러다 스스로 결론을 내렸는데, 그 결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기로 하겠다. 어쨌든, 제부와 돌아오는 차안에서는 함께 라디오를 들었는데, 휘성의 [결혼까지 생각했어]가 나오더라. 오, 이런 노래가 있었지???
오며가며 비행기 안에서 거의 40시간을 보내게 되는터라, 나는 책을 여러권 준비했다. 그마저도 혹시 다읽을까 싶어 두꺼운 책으로 쑤셔 넣었는데, 아아아아아, 나는 단 한권도 읽지 못했다. 한 권은 무슨, 열 장도 읽지 못했어.... 영화 한 편 본게 전부다. 40시간동안...나는 그저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했다. 실컷 자다가 밥 먹으라고 깨우면 일어나서 밥먹고 다시 자고 또 자다가 간식 먹으라고 깨우면 일어나서 간식 먹고 또 자다가 밥먹으라고 깨우면 또 밥먹고.....
인생은... 뭘까...... 왜 내 계획대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은걸까?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