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고 제일 처음 생각나는 노래는 매번 다른데, 대체 왜 그 노래가 생각나는지는 나도 알 수가 없다. 아주 뜬금없게 생각나니까. 오늘은 오전 내내 '토니 브랙스톤'의 <breathe again>이 생각났다. 브릿 어겐 브릿 어겐~ 하는 가사가 자꾸 떠올라서, 으응, 근데 왜 다시 숨을 쉰다고 말하는 걸까, 하고는 인터넷으로 노래의 가사를 검색해보았다. 나는 네가 없으면 숨을 쉴 수가 없다, 뭐 이런 내용의 가사더라. 그렇구나. 그러다가 양현석 생각이 났다. 오래 전에 친구가 이 노래에 맞춰 춤 추는 양현석을 보았는데 진짜 멋있었다고 한 게 기억났기 때문이다. 나는 그 춤을 본 적이 없었던 바, 아, 그거나 한 번 찾아봐야 겠다, 하고 유튭에 넣어 검색해봤는데, 내가 찾는 양현석 춤 동영상은 안보이고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가 나오더라. 어? 이 영화에 이 노래가 삽입됐던가? 하고 재생시켜 봤더니 다른 노래였다. 어쨌든 그래서 의도하지 않았는데 나는 갑자기 그레이의 오십가지 그림자 영상을 보게 된거다. 오랜만에 보노라니, 와, 아나스타샤가 너무 예쁘다. 아, 진짜 예쁘다. 예전에도 영화 보면서 느꼈지만 정말 예쁘다. 눈도 예쁘고 입술도 예쁘고 앞머리도 예쁘고 뒷머리도 예쁘고 원피스도 예쁘고.....



나는 앞머리가 있는데 이 앞머리 때문에 참 언제나 고민이다. 아예 길게 두어서 뒤로 넘겨버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데, 언제나 어정쩡한 그 시점을 참아넘기질 못하고 다시 자르는 거다. 지금은 내가 집에서 잘라가지고 머리가 쥐가 파먹은 것처럼 되어버렸는데, 오늘 아나스타샤 보고 나니,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이 똭- 보이더라. 나는, 그러니까, 앞머리를 계속 자를 것이다. 아나스타샤처럼....뒷머리는 기를 것이다, 아나스타샤처럼..... 자꾸 보다보니까 내가 아나스타샤인지 아나스타샤가 나인지 잘 모르겠더라. 내가 한 쪽 눈만 마저 쌍커풀지면, 아나스타샤랑 별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은 거다.







막 아나스타샤도 예쁘고, 아나스타샤가 막 사랑을 시작하고, 아나스타샤가 막 긴장하고 그러는 게 갑자기 너무 보기 좋아서, 그레이 영상을 보는데 막 두근거렸다. 아 좋으네. 그래서 나는 아래의 사진을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해버리고야 말았던 것이다.




동료가 여름에 쌍커풀수술 같이 하러 가자고 했는데, 으음, 그 손을 내가 덥썩 잡아야 하는걸까.... 쌍커풀 수술하면, 그러면 리얼 아나스타샤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점심먹으러 가는 길, 같이 가는 동료에게 내가 아나스타샤를 닮은 것 같다고 하자 빵 터지며 "지난번엔 그 누구지? 아 그래, 재이슨 스태덤 애인이요, 누구더라, 아, 로지 닮았다고 했잖아요!" 라더라. 아, 맞다. 그랬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야, 아나스타샤를 더 닮았어, 아나스타샤 보면 그냥 나같어, 나 보는 것 같어, 했더니 동료가 말했다.


차장님이 아무리 아나스타샤 닮았다, 로지 닮았다 해봤자, 현실은 스티븐 시걸이에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티븐 시걸 얘기하지 말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괜히 대학때 별명이었다는 얘기는 해가지고 이럴 때 스티븐 시걸 나오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탓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오늘은 그레이와 아나스타샤 때문에 가슴이 떨린다. 덕분에 내가 지난번에 써둔 <아나스타샤는 그레이를 사랑합니다> 페이퍼를 다시 읽어 보았고, 어쩐지 더불어 생각나는 <잘생긴 개자식> 리뷰도 다시 읽어 보았다. 와.... 잘생긴 개자식 리뷰는.. 참 잘 썼더라. 명문이야.... 감탄하면서 읽었다. 




일전에 ㅇ 님이 내게 '글 쓰는 거 진짜 좋아하는구나' 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내가 알라딘 서재 말고도 다른 개인 블로그도 가지고 있고, 거기에도 자주 글을 쓴다는 걸 알고 한 말이었다. 진짜 부지런히 글 쓰는데 그걸 보면 좋아하는 게 틀림없다고,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렇게 글을 쓸 수는 없다고. 응, 그렇구나. 요즘엔 진짜 그렇구나 싶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내가 그냥 막 다다다닥 쓰는 걸 보면, 나는 글 쓰는 게 정말 좋은가보다. 아니, 좋다기 보다는 뭐랄까, 글 쓰는 것 말고는 다른 전달 혹은 다른 소통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제일 잘 아는 게 글로 써내는 게 아닌가 싶다. 최근에 알라딘에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을 때, 그때 조차도 나는 아예 글을 쓰지 않고 있었던 건 아니다. 내가 알라딘에 쓰지 않는 동안, 온라인 상에 글을 쓰지 않는 동안, 나의 다이어리가 매일 빼곡하게 채워져나갔다. 지금은 4월초인데, 나는 벌써 7월까지 침범해서 거기에 일기를 쓰고 있었다. 이러다가 6월이 되기전에 다이어리를 다시 사야 할지도 모르겠다. 


오늘. 다이어리에 적은 글들을 읽어보다가, 아, 내가 글을 쓰지 않았다면, 이런 습관이 없었다면, 그랬다면 나는 대체 내 안에 있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싶었다. 새삼 글이, 내가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워졌다. 글로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을 알아서 정말 다행이다. 내가 글 쓰는 걸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잘생긴 개자식의 리뷰가 그렇게나 뛰어난 것 같다. 우하하하하.




일상은 구질구질하다. 가슴이 아프고 찢어져도 다음날 어김없이 눈을 떠 회사에 출근하고 억지로 앉아 있어야 하는데, 집에 간다고 또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다. 어제의 나는 일어나자마자 스팸과 야채를 썰어 넣고 밥을 볶아 먹고 출근을 했다. 퇴근후에는 친구를 만나 등갈비찜에 곤드레밥을 먹고 양재천에 가 밤벚꽃을 구경했다. 여기에 이렇게 벚꽃이 많이 폈을지 미처 몰랐다고, 여긴 생각도 못했다고, 친구와 걸으며 내내 감탄하고 즐거워했다. 그런 틈틈이 '얼른 집에 가서 빨래 돌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아, 더 늦으면 안되는데, 더 늦으면 나 잘 시간이 없는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흐드러진 벚꽃을 보는 게 참 마음에 좋은 거다. 빨래를 포기해야겠다, 생각했는데, 그랬다가는 금요일 저녁에 오시는 엄마가 빨래를 돌려야 할 것 같아, 안되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잠을 포기하더라도 빨래를 돌리자!! 라고 굳게 마음을 먹고 집에 돌아갔다. 오금역에서는 열차가 13분후에 도착한다길래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 빨래를 하기 위해서...


집에 돌아와 우선 후다닥 입고 있던 옷까지 벗어 세탁기에 넣었다. 전날 잠을 자지 못한 탓인지 진짜 엄청 피곤했다. 입밖으로 소리내서 말했다. '아 개피곤하다'라고. 그러면서도 세탁기를 돌렸고, 세탁기가 돌아가는 틈에 샤워를 하고 나왔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밥통을 열어보고 밥이 없는 걸 확인한 후 밥을 했고, 아침에 먹고 갔던 그릇들 설거지를 했고, 다음날 아침에 밥 볶아 먹을 파프리카를 썰어 두었다. 빨래가 다 되어서 널고나니 금세 밤 열두시가 되더라. 와.... 일상.... 뭐 이래?? 뭐가 이렇게 힘들어? 빨래까지 다 널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했다, 생각하고 내 방에 들어가 내 침대에 누웠는데, 와, 눈물나게 편안했다. 진짜 좋구나. 역시 세상에서 내 침대가 짱이야. 




여자1이 몇 년전의 전남친으로부터 요새 자꾸 연락이 와서 짜증이 난다고 했다. 연락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연락하고 살자' 라고 했다면서 뭐 이딴 놈이 다있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그러더니 급기야 어제는 이런 메세지가 왔다고 했다.


<발신번호제한.......너니?>



자기한테 발신번호표시제한으로 전화가 왔었는데, 그게 혹시 너 아니냐, 했던 거다. 하아- 이걸 보고난 여자1은 너무 화딱지가 나서, 자기는 살면서 욕을 해본 적이 거의 없는데, 온 마음의 에너지를 모아 '네가 싫다'를 보여주고 싶어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너 존나 가지가지한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아 나 완전 빵터져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자1을 그동안 봤을 때 진짜 욕을 할 줄 모르는데, 저 '존나'를 하기까지 얼마나 빡이 쳤을까. 그리고 저 남자 너무 웃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남친이란 건 <자니?> 로 표현되는 줄 알았는데, 아하하하하하, 참신하다.



발신번호제한...너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 진짜 이 얘기 듣고 너무 웃었네. 발신번호제한.... 너니? 뭔가 중2스럽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내가 잘라놓은 내 앞머리, 쥐가 파 먹은 것 같은 내 앞머리, 빨리 자라야 미용실 가서 제대로 잘라달라고 할텐데...하아. 일상은 진짜 쉽지가 않다. 오늘 점심은 부대찌개를 진짜 겁나 맛있게 먹었는데, 함께 먹던 동료가 그랬다. 아나스타샤는 부대찌개 안먹을걸요? 라고...... 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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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4-08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 항상 재미있게 읽는 1인입니다. 덕분에 이번 주말도 유쾌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고마워요.
다음에 또 봐요, 스티븐 시걸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04-10 19:40   좋아요 0 | URL
언제나 제 글을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단발머리님덕에 기운이 납니다. 힛. 제가 항상 좋아하고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

몬스터 2016-04-08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과 아나스타샤의 교집합이 뭘까 생각해보네요 ㅎㅎㅎ 섹시함?!?! ㅎㅎㅎ 재밌게 읽었어요 ㅎㅎㅎ

다락방 2016-04-10 19:40   좋아요 0 | URL
스티븐과 아나스타샤의 교집합이라면 그러니까...아마도 포니테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핫;;

유부만두 2016-04-08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더 이뻐요!!!!!

다락방 2016-04-10 19:40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유부만두님. 그리고 전화도 고마웠어요!
:)

비로그인 2016-04-08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개;;피곤하시겠어요 ㅠㅠ 저도 매일매일이 개피곤 ㅠㅠ 밤에 뻐근한 몸을 누이는 순간 아, 오늘도 힘들었다 생각이 절로 ㅠㅠ
스티븐 시걸 얼굴이 급떠오르지않아 찾아봤더니 ㅋㅋㅋㅋ 빵터졌어요 다락방님은 당근 아나스타샤죠~~첫번째 사진에서 딱 다락방님이 떠오르는 걸요~ㅎ

다락방 2016-04-10 19:42   좋아요 0 | URL
일상은 진짜 개피곤이에요 ㅜㅜ 지금은 그때그때 되는 가족들이 집안일을 나눠서 하고 있긴 한데, 저는 만약 혼자 살게 된다면 일하시는 분 부르고 싶어요 ㅠㅠ 회사에서 일하고 와서 집에서 또 일하려니 진짜 개피곤 ㅠㅠ 세상이 온통 일투성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유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는걸까요? ㅜㅜ

그쵸? 저 아나스타샤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맙습니다, 아른님. 저는 아른님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습니다. 으하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