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해할 거야. 당신이 언젠가 말했잖아. 오래 함께 지낸 부부는 남매 같은 사이를 염원할 거라고. 우린 이룬 거야, 피오나. 난 당신 오빠가 된 거야. 포근하고 다정하잖아. 난 당신을 사랑해, 하지만 죽기 전에 한 번은 대단하고 열정적인 연애를 하고 싶어." 아연실색해 내뱉은 한숨을 웃음으로, 어쩌면 조롱으로 오해한 그가 거칠게 말했다. "열락, 흥분으로 정신을 잃을 것 같은 경험. 기억은 해? 마지막으로 한 번 시도해보고 싶다고. 당신은 원하지 않는다 해도. 아니, 어쩌면 당신도 원할지 모르지." (p.12-13)
















이건 그러니까 바람피는 남편에 대한 이야기는 아닌데, 초반인 12페이지에 저런 대사가 나온다. 앞으로 나올 내용이 더 심각하고 생각해야 할 내용을 다루고 있음을 알고 있는데, 아니 초반에 이런 대사가 똭- 나와서 나를 멘붕에 빠지게 하네. 


오래 함께 지낸 부부는 '남매'같은 사이를 염원한다고? 하아-


나는 싫다. 나는 내 연인과 혹은 남편과 오래 함께 지내게 된다해도, 그와 다정한 오누이 사이 같은 게 되고 싶지는 않다. 이게 무슨..나는 남동생이 있고, 내 남매로는 녀석이면 충분하다. 아 저 대사를 읽는데 진짜 뭔가 ... 하아- 한숨이 나왔어. 왜냐하면 사실, 남편의 말도 알 것 같았기 때문이야 ㅠㅠ 

아내는 남편으로 부터 '앞으로 바람을 필것이다' 혹은 '연애를 할 것이다' 라는 말을 듣고 심란한 마음에 잠들지 못하고 술을 마시는데, 생각해보니 그들의 마지막 섹스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는 거다. 그들은 서른 다섯해를 함께 살았다. 결혼생활을 유지했다. 남편은 탁 터놓고 다른 연애를 하고 싶다고 했으며, 여전히 아내를 사랑한다고 했다. 아내는 당연히 남편의 말에 '싫다'고 말한다. 나는 아직 여기까지 밖에 읽지 않아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 뭔가 서럽다. 서러운데 또 뭔지도 알겠고...


갑자기 스무살 때의 기억이 떠오르는데,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던 나는 당연히 알바를 하던 남자 알바생들과 친하게 지냈다. 여자알바생들과도 마찬가지였고. 함께 술을 마시러 가거나 할 때도 있었고, 그러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기도 또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기도 했는데, 그중에 나보다 두 살 많은 오빠(라고 불렀다)가 군대를 갔고, 군대에서 내게 전화를 한거다. 당시에는 삐삐만 있고 핸드폰은 없는 상황, 오빠는 우리 집으로 전화를 했고 락방이를 바꿔달라고 했는데, 그 전화를 하필이면 우리 아빠가 받은 거다. 아빠는 딸의 이성교제를 초등학교때부터 신경쓰고 있었고, 초등학교때도 좋다고 전화하는 남자애들한테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서...하아- 여튼 그랬는데, 당연히 그 오빠에게도 물었다.


자네는 누군데 락방이를 찾나?


그러자 그 오빠는 "네, 아는 오빱니다" 라고 말했고, 이에 우리 아빠는 이렇게 말하고 끊은 것이다.


"오빠는 무슨, 내가 자네를 낳은 적이 없는데 자네가 왜 락방이 오빠인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나중에 편의점으로 전화해서 나랑 통화를 한 오빠는 "너네 아버지 대단하시더라" 했고 무서워서 쫄았다고 했다. 하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뿐만이 아니다. 대학시절 새벽반으로 잠깐, 아주 잠깐 컴퓨터 학원을 다녔던 적이 있었는데, 내가 결석을 하자 선생님이 전화한 거다. 선생님이라고 해봤자 나보다 겨우 몇 살 많은 남자사람였는데, 여튼 내가 나오지 않으니 선생님도 집으로 전화를 한 것. 집에 전화해서 락방이 있나요? 묻는 전화에 또 아빠는 물으신 거다.


"있는데 당신은 누군데 락방이를 찾소."


컴퓨터 선생님은 '컴퓨터 학원 선생님입니다' 라고 했고, 그제야 부드러운 말투로 아빠는 나를 부르셨....여보세요, 전화를 바꾼 내가 말하자 선생님은 '니네 아버지 장난 아니시다' 라고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고등학생 때였나, 여동생을 찾는 남자 아이 전화에는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라고 대응하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오빠란 그러니까, 무릇 남매란, 결혼한 사이에서 혹은 사귀는 사이에서 그러면 안되는 게 아닌가. 다정한 사이라면 다정한 남매 대신 다정한 연인이어야지, 다정한 남매 같은 거라니. 흐음.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 슬프다. 



오래된 연인 혹은 오래된 부부에겐 더이상 열정이나 쾌락이 존재할 수 없는걸까? 그건 어느순간 끝나버리는 걸까? 만약 내 삶을 지탱하는 거대한 축이 열정, 쾌락이라면, 그렇다면 이 연인관계와 부부관계의 신의를 지키는 대신, 새로운 열정을 찾아야 하는걸까? 그럴 수밖에 없는걸까? 크- 슬프다. 그러니까 앞으로 내가 결혼이란 걸 하게 됐는데, 35년간 잘 지내오다가, 갑자기 남편이 '새로운 열정과 쾌락을 찾아 다른 연애를 해야겠어' 라는 말을 내게 하게 된다면...어떡하지? 어 이해해, 나도 그런 마음 들거든, 그러니 새로운 연애를 시작해, 라고 말할 수 있을까? 또 책 속의 아내처럼 "싫어"라고 했는데, 이미 그런 마음을 먹은 남편이 '너가 싫다고 했으니까 그럼 마음에 드는 여자 있지만 꾹 눌러볼게' 라고 나올까? 하아. 더 무서운 건 '내가' 그런 마음을 먹게 되진 않을까 하는 거다. 서른다섯해를 함께 보내고 나서 '나는 새로운 남자와 새로운 열정으로 나를 불태우고 싶어' 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의 연인에게 혹은 남편에게 그런 말을 하게 된다면...윽. 당연히 나의 상대는 상처를 받을 것이고, 그렇지만 나는 저렇게 말하기까지 얼마나 그러고 싶었던걸까...아...역시 서로에게 상처주거나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연애고 결혼이고 뭐고 다 떠나서 그냥 혼자 지내는 게 답인건가...



라고 생각하다보니 사실 내게 저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은게, 내가 지금 당장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서 서른 다섯 해가 지난다고 하면, 거의 여든이 가까운 나이가 될텐데, 그때는 새로운 쾌락...을 다른 사람에게 찾기 보다는, 그저 하루하루 조용히 내 할 일 하며 내가 먹고 싶은 것 먹으며 지내는 걸로 체력 소모가 다 되지 않을까. 아니야, 나이에 대한 편견은 금물! 나는 일흔 다섯이 되어서도 스테이크집에 혼자 가서 와인까지 시켜서 잘 먹고, 또 새로운 열정에 불붙이기에 피곤하지 않게끔 건강을 관리하겠어! 몸관리를 하겠어! 운동을 하고 체력을 키워놔서 일흔 다섯이 되어서도 상대가 옆에 있으면 있는대로 그 상대와, 없다면 새로운 잘생긴 상대를 찾아서는 열정과 쾌락에 휩싸이기 위한 준비를 하겠어! 



일단 오늘 점심, 저녁, 당면한 끼니부터 최선을 다해 맛있게 꼭꼭 씹어먹어주겠다. 그것이 나의 건강관리 첫 번째!





새로 산 반지는 생각보다 훨씬 더 불편하다. 이것은 불편할 것이고 그러니 손 씻고 이럴 때 빼고 씻는 게 좋을거라는 백화점 직원의 말을 들었지만, 기존에 알맹이 큰 반지를 껴왔던 터라 대수롭잖게 네, 라고 했는데. 하아- 약간 커서 그렇기도 하지만 저 디자인 때문에 자꾸만 여기저기 걸리적 거린다. 손 씻을 때도 걸리적 거리고 옷을 입을 때도 걸리적 거려. 앉았다 일어나면서 스커트를 정리할 때도 걸리적거려. 해서, 옷을 벗기 전에 일단 반지를 빼야 하고, 옷을 입고 나서야 반지를 끼워야 한다. 손 씻을 때는 빼서 책상에 두고 손을 씻어야 해. 빼기 싫어서 그냥 손을 씻을 때는 손을 꼼꼼하게 씻기 보다는 그냥 물에 쑥 댔다가 마는 정도에 그치게 된다. 게다가 약간 커서 뱅글뱅글 돌아가..음... 내 생각보다 더 불편하군...그렇지만 예쁘니까, 내가 감수하겠어. 이 불편함 조차 습관으로 만들어주겠어. 너를 놓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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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7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8-27 14:13   좋아요 0 | URL
아 긴팔 옷 입고다니는 건 아니고요, 아침에 출근할 때 추워서 긴팔 가디건 입었어요. 어제부터요. 그렇지만 사무실에선 반팔 옷. 그리고 지금은 에어컨까지..아니, 날이 오늘은 또 햇볕이 뜨겁네요??

남매는, 좀 아니잖아요? 흐음. -_-

밥먹듯이... 2015-08-27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도반지도 이뻐요💐

다락방 2015-08-27 14:13   좋아요 0 | URL
오, 댓글 옆에는 꽃다발입니까!!! 예뻐요!! 꽃다발이라니. 꺅 >.<

바람돌이 2015-08-27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이 책 보고 있는데요. 락방이님보다 조금 더 읽었군요. 그 뒤로 계속 슬퍼하고만 있습니다. (ㅎㅎ 스포일러????)

아 저말 저도 딱 걸렸어요. 저 장면을 읽는데 누가 뒤통수를 딱 치는 기분이랄까? 마침 남편이 옆자리에 널부러져 있길래 읽어주면서 아 이건 정말 골때리는 상황이다 그치라고 하니까 남편이 ˝나는 그럴 일 없으니까 걱정마˝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한마디 했죠? ˝아니 자기말고 나 말야, 내가 다시 불타는 연애를 그 나이가서 하고싶을 것 같다고....˝

남편이 뭐라 했냐고요? 음,..... 콧방귀만 뀌더군요. ㅠ.ㅠ

다락방 2015-08-27 15:16   좋아요 0 | URL
오, 바람돌이님 이 책 보고 계십니까? 저는 이제 막 시작했어요. 하핫.
뒤에 슬픈 내용이라니..그럴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ㅠㅠ
이 책 읽으면서 아, 내가 판사가 안 되길 참말 다행이다 생각했어요. 뭔가 대단히 어렵고 곤란한 상황들이 많을 것 같더라고요. 그때마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나저나 불타는 연애를, 일흔살 넘어서도 한다면, 사실 그건 또 그것대로 괜찮을 것 같긴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물선 2015-08-27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 30년 후에도 식지않는 열정을 꼭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럴라면 우선 저랑 30년 컨텍이 필요하시네요 ㅎㅎ

다락방 2015-08-27 17:11   좋아요 1 | URL
그전에 일단 결혼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리미 2015-08-27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이 소설의 리뷰를 이렇게 잼나게 읽게 될줄은 몰랐어요. 저도 피오나의 남편이 마치 내 일인냥 빡치긴 했는데... 뭐 아주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닌듯도 하고.
저는 이 책 읽고 좋아서 남편한테 권했는데 희안하게 남편도 피오나에게 공감하는 상황이 벌어지더라고요... ㅋㅋ 일하느라 힘든 사람한테 별 걱정을 다 시킨다고요 ㅋㅋ

다락방 2015-08-28 09:21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만약 이해할 수 없었다면 차라리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면 그냥 욕이나 한바탕 해주고 말텐데, 어쩐지 어떤면으로는 이해되기도 해서 마냥 욕하기만 할 수도 없더라고요. 그리고 피오나의 남편이 했던 말이나 행동을 제가 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고요.

그런데 오로라님 남편분 말씀도 확 다가오네요. 일하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별 걸 다 떠맡기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15-08-27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톱을 바짝 깎다보니 손톱이 점점 사라져가는 중인데 다락방님 손톱 부러워요~~왠지 피아노 잘 칠 것 같은 손~~ㅎ반지도 이쁘고 가디건 색도 맘에 쏙 드네요~~♥

다락방 2015-08-28 09:22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손톱 긴 거 불편해해서 어제 집에 가서 잘랐어요. ㅎㅎ
피아노는 초등학생 시절에 6년이나 배웠지만 ㅠㅠ 지금은 손이 굳은 걸로도 모자라서 악보를 볼 줄도 몰라요. 피아노도 팔아버렸어요. 6년을 배웠지만, 피아노병신.. ㅠㅠ

moonnight 2015-08-27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도 예쁘고 반지도 예쁘고 ^^ 가디건을 보니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아요. 다락방님 멋쟁이♥ 저는 어제 스토너 읽고 오늘 종일 넋이 나가 있었어요.ㅠㅠ 이제 칠드런 액트 읽을 참인데 또 너무 슬플 것 같아서 무섭ㅠㅠ;

다락방 2015-08-28 09:23   좋아요 0 | URL
큰 맘 먹고 반지 하나 질렀습니다. 히히히히히.
아, 스토너 좋았지요, 문나잇님? 저도 참 좋았어요. 칠드런 액트 읽고있는데, 이건 책을 읽으면서 자꾸 생각을 하게 되서, 아, 이런게 좋은 책이지 싶어요. 요즘 독서의욕 없었는데 다시 불붙여주는 책이랄까요.
우리, 재미있게 책 읽어요, 문나잇님!! >.<

마태우스 2015-08-30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지, 손 다 예쁘구요, 안그래도 이거에 대한 댓글을 스맛폰으로 남기려 하다가 실패했습니다 (어제) 암튼 오누이처럼 지낼 수 있지만 그게 바람을 합리화하는 전제라니 기가 막힙니다. 아내한테 바람 얘기를 했더니 아내가 이럽디다. ˝우리 개들 다시는 못볼 줄 알아˝ 그건 저한테 겁나 무서운 형벌이라, 착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다락방 2015-08-31 13:3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네, 마태우스님. 옆에 있는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는 방향으로 살아야할 것 같아요. 그렇게 살도록 해요, 우리.
벌써 8월 말일이에요. 더위도 점차 사라져갈텐데, 건강하게 잘 보내세요, 마태우스님.
아, 북펀드 아주 빠른 시간내에 마감됐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