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유제니디스'의 소설 《미들 섹스》에는 아주 슬픈 이야기가 나온다.
고모는 그렇게 종교적이고, 그렇게 왜소한 사람과는 결혼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마이크 신부가 세 번이나 청혼을 했지만 고모는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리며 번번이 거절했다. 그러나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대안이 없다고 느끼자 조 고모는 무릎을 꿇었다. 1949년 고모는 마이크 신부와 결혼하고 곧 그리스로 가 버렸다.
(p.297-298)
저 구절은 너무 슬퍼서 가끔 생각나곤 하는데, 어제 퇴근길에 읽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도 만만찮게 슬픈 구절이 나왔다. 바로 저 구절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문장. 누가 누가 더 슬픈가 내기내기 해보자, 싶은 그런 구절이랄까. 테레자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혼기에 이르자 그녀에게 구혼자가 아홉 생겼다. 모두가 그녀 주위를 둥그렇게 에워싸고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공주처럼 한가운데 앉아 누구를 고를 것인가 고민했다. 첫 번재는 가장 미남이었고, 두 번재는 가장 똑똑했고, 세 번째는 가장 부자였으며, 네 번째는 가장 운동을 잘했고, 다섯 번째는 가장 좋은 가문 출신이었고, 여섯 번째는 시를 읊었고, 일곱 번째는 전 세계를 일주했고, 여덟 번째는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아홉 번째는 가장 남성적이었다. 그런데 한결같이 같은 자세로 무릎을 꿇었고, 모두 똑같이 무릎에 물집이 생겼다.
어머니는 결국 아홉 번째 남자를 골랐는데, 그가 가장 남성적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사랑을 나누는 동안 어머니가 "조심해서 해! 조심해야만 해!" 라고 속삭였지만, 그 남자는 일부러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낙태해 줄 의사도 제때 찾지 못했기에 서둘러 그를 남편으로 삼아야만 했다. 그렇게 해서 테레자가 태어났다. 도처에서 수많은 가족이 몰려와 요람을 들여다보며 아기를 얼렀다. 테레자의 어머니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침묵했다. 다른 여덟 구혼자에 대해 생각했고 그들 모두 아홉 번째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다. (p.76)
하아- 이 장면은 영화 《블루 발렌타인》을 떠올리게 한다. 콘돔을 하지 않은채로 섹스를 하는데 남자가 그냥 안에다 해버려서 여자가 당황해서 대체 너 뭐하는거냐고 화를 내고 그 날로 임신이 된다. 그 남자는 당연히 그 아이를 책임지지 않고 여자는 홀로 아기를 낳는다. 하아-
테레자의 어머니가 아홉 번째 남자를 선택하고 부주의한 섹스로 임신하여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 불행의 전제조건이 되는 건 아니지만, 그러나 테레자의 어머니는 불행했고 그 불행은 딸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점점 성숙하고 아름다워지는 딸에게 어머니는 사랑대신 질투를 품는다. 만약 테레자의 어머니가 아홉 번째 남자 대신 다른 남자를 선택했다면, 아마 모든 것들이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으로 잉태하여 사랑으로 충만한 분위기에서 아이를 키웠을 지도 모른다. 그 분위기에서 태어난 아이는 어머니의 사랑을 충분히 받았을 지도 모른다. 아주 많은 가능성들이 있다. 남자가 무려 아홉이나 되었으니. 그러나 그날, 그남자였으므로 이 세상에 발을 들인 사람이 '테레자'일 수 있었다. 다른 많은 가능성, 그 가능성중 어느 하나가 되었다면 테레자 대신 다른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했을런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테레자가 태어난 것이 과연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테레자에겐 그게 다행일까?
나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사랑속에서 잉태되고 또 사랑속에서 태어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일이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적어도 그것이 아이들에게 '실수'라고 말하여 지는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그러니까 내 말은 건강하고 안전하며 주의를 기울이는 섹스를 하자는 거다. 쾌락에는 책임이 따른 다는 것을 인지하자는 거다. 누구 때문에 혹은 무엇 때문에 내 인생이 저당잡혔다거나 망쳤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스스로가 잘하자는 거다. 누구 때문에 혹은 무엇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지는 게 아니다. 그 모든 것들이 순간순간의 내 선택이지 않은가.
여튼 슬픈 이야기다. 아홉 명이나 청혼을 하는 찬란한 미모도 결국은 한 남자에게 안주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니. 나의 경우엔 아홉 명이나 동시에 청혼한 적이 없고 또한 만났던 남자들 중엔 이렇다할 잘생긴 남자도, 이렇다할 부자도, 이렇다할 좋은 가문 출신도 아무것도 없었지만, 만약 아홉명이 동시에 청혼하는 일이 있었다면 먼 훗날 자꾸 돌이켜 사람들에게 말했을 것 같다. 내가 한창 잘나갔을 땐 말야, 아홉명이 나를 둥그렇게 에워싸고 청혼을 했다고, 하면서.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봤자 다 과거지사...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가장 찬란한 때를 자꾸 떠올리는 법.
자, 그리고 잠깐 오글월드. 약속을 잘 지키는 나는, 휘모리님께 노래를 불러드리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기 왔습니다. (응?) 더불어 오래전에 정식이에게도 노래를 불러 알라딘에 올리겠다, 장담했던 것도 퉁치는 겁니다. 요며칠 제가 굿 다운로더로 다운 받아 줄기차게 반복하여 듣는 곡입니다. 그걸 제가 한 번 불러봤습니다. 처음에 불러서 녹음했을 때는 정지 버튼을 누르기 전에 노래도 못하고 웃겨서 욕한 게 들어가있어서 다시 날리고 ㅋㅋㅋㅋㅋ 건강한 정신으로다가 다시 불렀습니다. 누가 이거 나르샤 버전이 더 좋다고 하던데, 내 생각엔 다락방 버전이 더 좋다!!!!!!!!!!!!! ( ")
자, 여기. http://youtu.be/JZh4GqW4Jj4
사실, 원곡은 이런 맛. http://youtu.be/M6qOWU4hWCI
하하하하하. 난 그냥 노래 부르는 대신 책을 읽는 걸로...Orz
며칠 전에 여동생이 조카와 함께 만들었다며 쿠키 사진을 보내왔다. 여동생은 나와는 달리 요리에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고, 제 딸아이와 함께 곧잘 쿠키를 만들곤 하는데, 그때마다 번번이 내게 사진을 보내온다. 그런데 이번 쿠키 사진을 보니 하아- 미치겠는 거다. 너무 먹고 싶어서. 나는 다음주에 어차피 너에게 가니 그때 내게도 쿠키를 만들어 달라고 청했고 동생은 그러겠다고 했다. 그런데.
히잉 ㅠㅠ 너무 길게 남았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뭔가 온 몸에 버터를 쳐발쳐발 하고 싶다. 너무 먹고 싶은 거다. 버터를 잔뜩 발라서 스콘도 먹고 싶고 버터를 잔뜩 넣은 쿠키도 먹고 싶고. 그래서 안되겠다, 내가 사먹자, 하는 마음이 되어 어제는 출근길에 커피를 사면서 까페에 있는 수제쿠키를 하나 집어 들었다. 낱개로 하나 포장 되어 있었고, 손바닥 보다 작았다. 그래, 이걸 사서 먹자. 그러면 이 욕망이 충족될 것이야. 그러나 1,800원 이라는 가격 앞에..무너지고 말았다. 너..너..너무 비싸잖아? 하아- 그래서 그냥 나왔는데 미쳐버리겠는 거다. 너무 먹고 싶어서. 그래, 이번엔 꼭 먹자. 먹고 싶은 거 참으면 병 돼. 그래서 오늘은 제과점엘 갔다. 작은 쿠키가 많이 들어있는데 3,800원. 이거 한 통 사서 다른 직원과 나눠먹자, 하고 샀다. 세 종류가 있었고 각기 칼로리가 써있었는데, 나는 공식적으로 다이어트 중이니까(응?) 칼로리 낮은 걸 선택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칼로리가 훌쩍 낮은 건 쌀 쿠키 라는데..맛이 없을 것 같더라. 그래서 그냥...'그나마' 낮은 칼로리의 쿠키로 선택해서는 사무실로 와서 꺅꺅 거리며 다른 직원과 나누었다. 온통 버터 냄새 천지라서 해피해피 해졌다. 그렇지만...뭔가...완전하지 못한 느낌이다. 버터 냄새도 나고 맛도 나긴 하지만, 리얼이 아닌 듯한 살아 있지 않은 듯한 느낌. 이건 ... 까페에 가서 스콘을 데워달라고 한 뒤 버터를 쳐발쳐발 해야만 충족될 수 있을 것 같은데....하아- 나는 officially 다이어트 중이니까..그러면 ... 안되는 거겠지? 안되긴 뭐가 안돼. 먹을테닷. 아니다, 안 먹을 거다. 아니, 모르겠다. 운명의 흐름에 날 맡기겠다. 따뜻한 스콘과 버터가 나와 만날 운명이라면,
우리는 언젠가 어디선가 조우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