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두 개의 박스가 오늘 도착했다. 부담스럽게..
모두다 까뮈 보틀을 선택하는 것 같아 나는 다른 걸 할테닷! 하고 헤밍웨이를 했는데, 헤밍웨이는 스펠링이 너무 많아 보틀 자체로는 그다지 예쁘지가 않다...나는 까뮈를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다음엔 줌파 도 만들어주삼, 알라딘.
저 유빅컵은 얼마나 갖고 싶었는지! 하나 더 받고 싶은데 지금 어쩔까..생각중이다. 돈도 돈이지만 다시 3만원을 만들 책이...눈에 띄질 않아서. 장르소설이 아니라 고전에도 저 컵 좀 주지. 그러면 살 거 많은데. 나 아직 톨스토이의 부활도 안샀고 필립 로스의 미국의 목가도 갖고 싶은데... 그런거 사도 저런 유빅컵 주면 정말 좋겠다!!
저 책들중 《신중한 사람》을 제일 먼저 읽을까 하다가 지금 닐 게이먼의 책과 고민중이다. 아우, 뭘 먼저 읽지? 그러다 생각난게 얼마전에 읽은 이승우의 단편집 《일식에 대하여》.
이 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할 수가 없고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몰라서 고작 구매자평 밖에 남기질 못했는데, 이 책에 실린 단편중 <고산지대>만큼은, 한글을 읽을 수 있는 모두가 한 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좀전에도 친구 한 명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고산지대>는 ........이 감정을 뭐라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도저히 설명이 불가한데 숭고하며 우아하다. 깊고 ..또...아, 친구 한 명은 이 단편을 읽고 펑펑 울었다고 했고 또 다른 한 명은 소름이 쫙 돋았다고 했다. 나의 경우는 '이..이..이건 대체 뭐지?' 했다. 신앙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과, 그보다 더 깊고 진한 어떤 인간의 정신 같은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야 한다. 확실한 건, 이 단편만큼은 그동안 읽었던 다른 단편들과 확실히 '다르다'는 거다. 단편 하나가 이토록 웅장할 수 있다니. 이건 정말이지 스케일이 다르다. 나는 뭔가 뒤통수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한동안 멍했달까.
나는 이승우의 단편에 감사하고, 그가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한다. 그가 이렇듯 글을 써주는 것이 고맙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 고맙다. <고산지대>가 다른 단편들보다 한단계 더 위에 있는 느낌을 주는 것처럼, 이승우는 국내 작가들 모두 보다 한단계 더 위에 있는 느낌이다. 그는 다르다. <고산지대>도 다르다. <고산지대>를 읽고나면 한동안 멍- 할것이다.
하아-
주지훈의 광팬인 친구가 아니었다면 나로서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전혀 볼 일이 없었던 영화. 뭔가 포스터만 봐도 딱 어느만큼일지 짐작이 되는 영화랄까. 그리고 내 짐작은 틀림이 없었다. 영화가 뭐 딱히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은..결말이 무슨 말을 하는건지 잘 몰라서 나중에 누군가에게든 물어보고 싶다. 게다가 초반의 장면들은 오글거리기도 하고.. 지성은 '연기'라고 할만한 걸 한 것 같지 않고, 주지훈의 연기는 초반엔 어색하다가 마지막에 내면연기로 돌입했으며, 이광수는 먹방의 신이었다. 어휴..푸짐한 안주에 소주 마시고 싶어서 미칠뻔했네. 그런데 내가 하려던 말은 그게 아니고,
영화의 초반에 이들이 중학생에서 성인이 된 장면이 나왔을 때. 그리고 그들이 친구로 같이 보내는 일상들을 보여줄 때. 저 셋 중 어느 누구도 조폭의 멤버이거나 한 게 아닌데. 와- 욕이 쏟아질 듯이 나온다.
나도 가끔 입이 거칠고 과격한 사람이고, 또 주변에서도 욕을 안듣고 사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입만 열면 '개새끼'와 '씨발'이 쏟아져 나오는 경우는 와- 어마어마하게 스트레스를 주는거다. 나는 초반에 참지 못해 스맛폰을 꺼내어 이 영화를 검색해봤다. 미성년자 관람불가인지. 몇 초 간격으로 나오는 저 욕들을 아이들이나 청소년이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되어서. 뭔가, 성인남자친구들이란 늘상 욕을 달고 사는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짜증이났다. 물론 아이들도 청소년들도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고, 나쁜 영화를 본다고 나쁜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만, 저 장면을 보는 것이 하등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고 저 장면들 만큼은 진짜 보여주기 싫은거다. 그래, 저게 영화라는 걸 아는데, 잘 알지만, 그래도 안봤으면 좋겠는 마음. 아흑. 역시 나는 부모가 되서는 안될것 같다. 내가 부모라면 TV 프로그램 다 통제하는 거 아녀? ㅜㅜ
황정은의 소설 《야만적인 앨리스씨》에도 '씨발'이란 단어는 수십번 등장한다. 그러나 그 소설속에서 '씨발스러움' 을 얘기했을지언정 그 책을 읽는 나는 그 단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진 않았다. 또한 SNS에서나 블로그에서도 가끔 활자화된 욕을 보기도 한다. 나 역시 욕을 쓴 적도 있고. 그러나 눈으로 보는 욕과 귀로 듣게 되는 욕은, 스트레스 강도면에서 엄청나게 달랐다. 나는 정말 '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 영화가 나쁜 영화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면서 극장을 나섰지만, 결국 남는건 '욕으로 인한 스트레스' 였다. 나는 이 영화를 훗날 기억할 때 '욕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던 영화' 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외국 영화를 볼 때도 욕은 나온다. 자막에 어떻게 번역이 되어 나오든, 내가 욕이라고 알 수 있는 단어들이 종종 튀어나온다. 그러나 그 때도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았던가? 하면 그건 '아니다' 였다. 그렇다면 나는 왜 유독 이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그것이 내가 사용하는 모국어였기 때문에, 그래서 그 욕이 내 귀에 그대로 쳐들어오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은 영화속에서 몇 초간격으로 영어로 욕하는 걸 연달아 듣게 된다면, 그들도 나처럼 스트레스를 받게 될까?
영화를 보고 집에 가는길, 걸으면서 나는 내가 그간 알고 지낸 남자들을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내게 저런 쌍욕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나는 그들로부터 그런 욕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누가 자신의 애인에게, 여자친구에게, 친구인 여자에게 욕을 한단 말인가. 아마 하지 않을것이다. 그런데 내가 알고 지낸 남자들이 나를 벗어나면, 동성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갑자기 저렇게 쏟아지듯 욕을 내뱉게 될까? 나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저 영화속에서도 욕을 자꾸 해대는 건 주지훈의 역할이었지 지성의 역할은 아니었으니까. 어쩌면 영화속의 욕들을 듣고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사람은 저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 다를테니까. 그러니 욕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안하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욕을 일상으로 내뱉는 사람과는 별로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명한 사실은 '내뱉는 말의 절반이 욕인 사람은 매력 있을 수가 없다'는 거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나는 그동안에도 사실 한국영화를 거의 안보는 취향이었는데 앞으로는 더 그렇게 될 것 같다. 특히나 조폭 나오는 거..싫어..부질없고 의미없는 그 욕들..진짜 듣고 싶지 않다.
아..머릿속을 정화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