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때려부수는 영화를 보고 싶어서 어제는 월요일인데도 불구하고 퇴근하자마자 극장으로 향했다. 이 영화에 누가 나오는지 알지도 못했고 줄거리도 모르는채로 그냥 무작정 갔다. 며칠전 댓글로 (아마도) M님이 이 영화에 강한 남자가 나온다고 적어주셔서, 그래서 그냥 갔다. 강한 남자를 보고자, 그 남자가 우락부락한 근육을 뽐내며 어마어마한 액션을 보여주는 걸 내 아름다운 마음으로 감상하리라, 하는 마음이 되어서.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영화 음악이 좋았는데, 그거 말고는 좋은게 없는 영화였다. 제기랄, 아이 앞에서 한 부족이 끔찍한 살인을 당하는 것도 보기 힘들었고, 그 아이가 검투사가 되어 다른 사람들을 마구 찔러 죽이는 걸 보는 것도 힘들었다. 자기들의 목숨은 너무도 소중해 칼 앞에 비겁하게 목숨을 구걸할지언정,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찔러 죽이는 걸 오락이라고 보고 있는 귀족들 꼴을 보노라니 분하고 억울했다. 늬들이 싸워, 이것들아. 거기서 술 마시고 중얼거리며 구경하지 말고, 이 머저리들아. 십분정도 보고 극장에서 뛰쳐나가고 싶었다. 개새끼들. 폭력과 살인을 오락으로 삼는 저 쓰레기들. 구역질이 났다. 저 당시 저 곳에서 저런 문화가 있었는데 만약 내가 그 사회에 살았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사실 나는 귀족 여인이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귀족의 몸종이 되었을 것 같지도 않다. 아마도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여자 7 쯤이 되었을 것 같은데, 아마도 시장에서 다른 물건을 파는 남자 8쯤을 만나 사귀고 소박하게 살지 않았을까. 그러다가 신랑이 검투사들 싸우는 거 보러 가자고 하면 '너 한 번만 그거 더 보러 가면 이혼할 줄 알아' 라고 협박했을지도 모르겠.... 여튼 보면서, 쉬바, 나는 수녀가 되어야 하는건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인이 되었어야 했어, 라는 갑자기 미친..(아니, 왜 그러니까 쉬바, 가 먼저 나오느냐고) 생각이 들었다. 저런 짓 못하게 하려면 그런데, 수녀가 되어서는 안되는건가? 내가 뭐가 되어야 저런 짓을 못하게 하지?
여자주인공의 입(술)이 너무 예뻤는데, 내가 저 여자를 봤는데, 어디서 분명 봤는데, 저 여자 나오는 영화를 진짜 봤는데, 싶어 영화 끝나고 나오면서 필모그라피를 검색해보니 오, 그래 <슬리핑 뷰티>에 출연했더라. 아, 그 독특한 영화에 나왔던 여자군. 입술이 진짜 끝내준다. 나도 그런 입술 갖고 싶어...그리고 저 남자 배우는 미드 <왕좌의 게임>에 나온다고 엄청 멋있다고 영화를 같이 본 친구도 그러고 트윗 친구도 그랬는데, 나는 저 남자를 이 영화속에서 처음 보는 바, 전혀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영화속에서는 엄청 강하게 나오는데, 그러니까 여주는 그 남자를 처음 보고 자신의 몸종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렇게 강한 남자는 처음봤어." 라고. 아, 난 이런게 싫다고. 등장 인물이 강하다고 내가 느끼게 해달라고, 니네 입으로 말하지 말라고. 여튼, 그런데 안강해보여서 실망했다. 허벅지도 얇고...안강해보여... 쩝...안용병같어.. 안끌렸어...
화산이 폭발하고 누구도 예외없이 그 불길에 휩쓸려 가는걸 보고나니, 새삼, 이렇게 아득바득 살 필요가 뭐가있나 싶어졌다. 삶의 허무함 이랄까. 이렇게 살아서 뭐해. 화산 폭발 한 번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텐데... 그러다 갑자기 콜드플레이의 사이언티스트 노래가 생각났다. 나는 트윗에 이렇게 썼다. 아득바득 살아봤자 화산 폭발 한 번에 도시가 무너지고 과학이 진보해봤자 내 마음 하나 어쩌지 못하고... 그리고 콜드플레이의 노래를 찾아 들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알라딘 도서들 검색하다가, 문동에서 나온 '톨스토이'의 『부활』을 보고는, 어 나 이거 사고 싶었는데? 나 이거 읽고 싶었잖아? 그런데 왜 정리한 기억이 없지? 문동에서 백권이나 받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정리한 기억이 없어, 부활이 문동전집의 몇 번째 책인지 확인해 보았다. 106번 이었다. 흐미..아까워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고를 수 있었다면 1-100권 까지 고르지 않고 11-110까지 골랐을텐데. 흐미..부활을 놓쳐버렸네. 흐미...Orz
그치만 기다려, 부활아. 내가 곧 너를 사줄게. 그런데 흐음, 민음사도 모으고 문동도 모으는데 어떤걸로 사지? 안나 카레니나가 문동이었으니 톨스토이는 다 문동으로 가야하나? 아 이런거 갈등 돼...ㅠㅠ 예전 같았으면 걍 고민없이 민음사로 했을텐데, 책장에 문동이 좌르륵 있으니 이젠 고민 좀 해봐야겠네. ㅠㅠㅠ
텔레비전이든 극장이든 라디오든 뭐든간에 아무튼간 이정재랑 전지현이 함께 '잘생겼어' 하고 노래부르는 그 SK텔레콤 광고 좀 안 보고 안 듣고 살고싶다. 진짜 너무 신경질나서 미칠것 같애. 케이티 올레 선전이 너무 시끄러워서 몇 년간 사람 빡치게 만들더니 이제 SK 가 거기에 도전장을 내밀었어. 그러면서 지금도 머릿속에 잘생겼다~ 이러고 가락이 떠돈다. 아 진짜 짜증나. 암튼 꼴보기 싫은 광고들이 몇 개 있다니까. 그, 삼성 갤럭시 물에다가 핸드폰 씻는 광고도 역겨움 터진다. 물에다 다 씻었으면 수도꼭지를 잠가 야지, 계속 틀고 핸드폰 만지고 있어, 이 써글.. 물 아까운 줄 알아라, 이 개똥같은 여자야.
어제 오늘 입맛이 없다.
그렇다고 끼니를 패스했다거나 한 건 아니다.
입맛이 없는데 계속 배가 고픈건 진짜 신기하다.
배가 고픈데도 배가 나와있는 것도 진짜 신기해.
배가 고픈데도 몸무게 많이 나가는 것도 신기하고..
이런거 신기하면 다 뭐하나.
화산 폭발 한 번에 사라질 존재들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