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1209/pimg_790343103936212.jpg)
포스터가 너무 예쁜데 글자가 가운데 너무 떡- 하니 들어가있네. 어쨌든.
이 영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쯤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다. 나에게도 마찬가지이고. 보면서, 아 이런 영화는 살면서 한 번쯤 봐 줄 필요가 있어,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론 눈물을 흘리게 된 장면도 있었지만, 그 장면조차 인생의 한 부분이고,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일상을 보내고, 틈틈이 오늘을 감사하고 소중하게 여길 줄 안다는 것이, 이 영화에서는 억지스럽지 않게 잘 나타난다. 저절로 나는 영화를 보는 동안 행복했고, 데이트를 하고 싶었고, 즐거웠으며, 영화를 보느라 극장에 앉아있는 그 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일상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웃는 것이야말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간이고, 우리는 조금 더 많이, 그렇게 보낼 수도 있다. 우리가 그러고 싶어하기만 한다면.
언제나 그렇지만 남자와 여자가 만나고 데이트를 시작하고 사랑을 느끼고 섹스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가장 좋은 순간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 가 아닌가 싶다. 이 영화속에서 여자에게 첫 눈에 반한 남자가 본격적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함께 살게 되는 순간보다, 처음 만나 데이트를 하면서 여자의 집까지 같이 걷는 그 장면이 그렇게나 좋았다. 여자도 남자에게 호감이 있던터라, 데이트를 마치며 자신이 차를 세운 데까지 함께 걷자고 한다. 남자는 오케이하는데, 그 거리가 꽤 먼 거다. 알고보니 여자는 자신의 집 앞에 차를 세워뒀던 것. 맛있는 걸 함께 먹고 밤에 함께 거리를 걷는 남자와 여자를 보는 것이 무척이나 설레이고 신났다. 저렇게 걷는동안, 상대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들은, 그게 무엇이든 기억에 남고 웃을 수 있는 것들이 되겠지. '웃겨서' 웃는 게 아니라 '좋아서' 웃는 게, 바로 그 시점에서 가능하다.
또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남자가 여자와 함께 살고있는데, 우연히 자신의 첫사랑을 맞닥뜨리게 되는 장면이다. 그 장면에서 첫사랑은 그에게 함께 식사하기를 청하고, 그들은 사케집으로 가 술잔을 건배하며 맛있는 걸(당연히 맛있겠지!) 먹으며,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웃는다. 첫사랑도 그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지만, 그는 거기에 응하는 대신, 자신의 애인에게로 달려간다. 그를 초대한 것이 불발로 끝났을지언정, 함께 먹고 마시는 그 장면이, 마주보고 웃고 이야기하던 그 장면이 아주,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설레이고 행복한 마음은 함께 서로를 알아나가면서 시간을 보내는 그 과정속에서 극대화 되는 것 같다. 옷을 벗기는 과정보다, 함께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보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라는 마음을 가지고 함께 마주보고 이야기하고 함께 걷는 그 시간. 나는 그 시간을, 그 순간을 가장 완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길고도 긴 연애까지는 해내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살고 싶은대로 살기 마련이니까. 내가 택하는 건 최종적으로 안정감 보다는 설레임인가 보다.
영화에 삽입된 음악이 무척 좋았다. OST 가 있어서 다행이다. 무엇보다, 영화 자체가 참 좋아서, 모두에게 부담없이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DVD 사두고, 우울할 때마다 틀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러브 액츄얼리>가 있으니, 뭐, 그러진 않아도 될것이다. 아, 참고로 말하자면, 이 영화속의 남자주인공은, 영화 <안나 카레니나>에서 '레빈' 역을 맡았던 배우다. 아 깜짝이야!! >.<
영화를 다 본후 함께 본 친구가 이 노래를 찾아서 들려줬다. 영화의 삽입곡 중 하나. 와- 듣는데 너무 좋아서, 다 듣고난 후 한 번 더 틀어달라고 했다. 영화보기 전에 이 친구는 내게 하워드 진의 책들이 어떤건지 알려줬고(내가 물어봤다, 뭘로 시작하면 좋을까?), 영화를 보고난 후에는 이 음악을 들려줬다. 문득 대화가 통한다는 게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친구가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금요일엔 여러사람들과 한 자리에서 만났다. 그중 어떤 이는 그들 모두를 처음 보고, 어떤 이는 몇 명만 알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서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더랬다. 처음엔 모두 인사하고 명함을 돌리고, 다소 어색한듯 하긴 했지만, 나름 자신의 옆자리 사람과 또 앞자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건배를 하는데, 아우, 또 너무 좋은거다. ㅠㅠ 이 사람들 왜이래, 왜이렇게 다 좋아 ㅠㅠ 나는 뭔가 어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이 자리를 즐겁게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내가 그러지 않아도 그들 모두가 다 너무 잘 먹고 잘 마셔서(나 외에 다른 사람들을 알지 못하는 상태의 한 친구는, 그럼에도불구하고 밥 한 공기를 다 비워냈다), 막 신나고 고마웠다. 차 시간 때문에 먼저 갔던 친구는, 돌아가던 중에 내게 전화를 걸어 '넌 참 인복이 있다'고 말해줬다. 나는 딱 이렇게만 살고 싶다. 지금처럼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가끔 만나 술잔을 기울이면서, 이렇게 살면 정말 좋겠다. 흑흑. 어쩌다가 나는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걸까.
그나저나, 목요일인가 금요일에 도착한 알라딘 택배 상자를 어제야 뜯어보았는데, 우잉, 내가 책을 네 권이나 샀나? 하고 네 권의 책을 꺼내들며 깜짝 놀랐다. 뭘 산거지? 하며 한 권씩 보다가, 어이쿠야, 이런것도 샀군, 했는데, 지금 그 책들이 뭐였는지 링크를 걸고 싶어도, 단 한 권밖에 기억이 안난다. 참나원. 게다가 내가 요즘 읽고 있는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내가 사둔 지 한 7년쯤 되는 책인 것 같다. 사두고 이렇게나 오래 묵혀 두다가 읽기 시작하다니, 어제는 갑자기 스스로에게 쯧쯧거렸는데, 생각해보니 지금 사둔 책들은 앞으로 7년후가 뭐냐, 12년 후쯤 읽게 되진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나는 책을 더이상 사지 않아도 좋을텐데, 몇 년간 읽을 책들이 이렇게나 쌓여있는데, 게다가 어제 박스에서 꺼낸 네 권의 책들은, 오늘 아침에 보니 방 한 가운데에 떠억- 하니 놓여있길래 발로 저만치 밀어다 놨는데, 왜 나는 또 책을 사고 싶은가... 사람이 먹고 싶은걸 다 먹고 살 수도 없고,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 수도 없듯이, 사고 싶은 걸 다 사고 살 수도 없다. 그러니...이제 진짜...책을 사지 않도록....해봐야겠다. 쩝..이젠 집에 무슨 책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며칠전에 여동생도 남동생도, 자신의 친구들로부터 받아왔다며 내게 책을 내밀었다. 잘 읽었다고 돌려준다며. 헐. 내가..그들한테도 책을 빌려줬었어? 동생들을 통해 빌려줬던 모양인데, 그중에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왜 책장에 그 책이 없지? 싶어서 한 권 또 사놨던 터였다. 제길. 회사에도 한 권 있고 집에 두 권이...생겨버렸........그렇게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도 내게 돌아왔다. 이게..거기 가있었구나. 아하하하하하하하. 난 내가 팔아버린 줄 알았네. 뭔가 책들의 리스트 작업이 필요할 듯 싶다.
오십분 후엔 점심시간. 아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