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튼과 손님들은 포근한 날 저녁에 더 마운트의 테라스에서 정원을 바라보며 앉아 있곤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저녁은 1904년 10월 중순이었다. 헨리 제임스가 방문 중이었다. 저녁 식사 후, 헨리 제임스와 워튼은 종종 하던 대로 서로에게 책을 읽어주려고 테라스로 갔다. 워튼은 자서전에서 제임스가 거의 흥얼거리듯이, 아주 복잡한 운율에도 더듬거리는 법이 없이 미끄러지듯 시를 읽어 나가던 황홀한 방식을 회상했다. "그의 목소리에 담긴 무게가 온통 마지막 부분에 실릴 때까지 대단히 유려한 목소리로(‥‥) 제임스의 읽기는 남달랐고, 영혼 깊숙한 곳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 특별한 저녁에 이야기를 나누던 중 화제가 월트 휘트먼의 시로 넘어갔다. 놀랍게도, 두 사람은 둘 다 휘트먼을 가장 좋아하며 휘트먼이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시인이라고 확신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서실에서 휘트먼의 『풀잎 Leaves of Grass』을 가져다가 밤이 깊도록 시인의 천재성을 이야기하고, 돌아가며 「나 자신의 노래 Song of Myself」와 「라일락이 뜰 안 가득 피었을 때 When Lilacs Last in the Door-Yard Bloom'd」등의 훌륭한 시들을 소리 내어 읽었다. (pp.386-387)

















이 책을 통틀어 내게는 '이디스 워튼'이 가장 흥미롭게 읽혔다. 무엇보다 헨리 제임스와 이야기를 나누는 이 장면이 좋아보였다. 부러울 지경이었다. 그녀의 결혼생활은 불행했다고 하는데, 그 불행한 결혼 생활속에 이렇듯 친구를 사귀고 그 친구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것들을 남편과 나눌 수 없었다는 사실이 불행으로 이끈 것일까.



함께 저녁을 먹고 테라스로 나가 서로에게 책을 읽어 줄 수 있는 사이라니, 그런 친구가 있다니, 굉장히 아름답게 느껴진다. 책을 읽어준다는 게, 내게는 너무나 신선한 우정의 교환으로 다가왔다. 그러다가 둘 다 같은 시인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되고 흥분에 들떠 좋은 시를 서로 읽어주다니, 아, 진짜 멋있다. 그녀의 결혼생활은 불행했다 해도 이런 우정이 성공했으니, 어쩌면 인간에겐 늘 힘든 상황에서 빠져나갈 구멍은 마련되어 있는걸지도 모르겠다. 각자에게 다른 방식, 다른 형태로.



자, 그런데 '헨리 제임스'가 쓴 작품들에는 어떤것들이 있을까?













하하하하. 이름은 들어봤지만 어쩐지 딱, 하고 떠오르는 작품이 없다 싶었는데 역시나 내가 읽어본 책이 하나도 없었구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헨리 제임스는 이디스 워튼과 서로 책을 읽어주는 좋은 사이었고, 정말 그녀에게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인 듯하다. 그녀로 하여금 남편을 두고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으니까. 다른 남자를 소개시켜줌으로써. 


헨리 제임스가 풀러턴을 워튼에게 소개하는 편지를 써주었고, 그는 1907년 가을에 그녀를 찾아왔다. 워튼은 마흔다섯, 그는 세 살 연하였다. 이틀째 되던 날, 두 사람은 눈길에 드라이브를 나섰는데 운전사가 타이어의 체인을 감으려고 차를 멈추었다. 워튼과 풀러턴은 담뱃불을 붙이고 시냇가의 둑으로 걸어가다가 뒤늦게 피는 하마멜리스 관목을 발견했다. 워튼은 어린 가지 하나를 꺾었고, 눈을 뚫고 나오는 꽃이 자신의 감정을 상징하는 것처럼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 꽃은 간혹 '나이 든 여인의 꽃' 이라고도 불린다.) 풀러턴 역시 어린 가지를 하나 꺾었고, 그것을 며칠 뒤 감사의 글을 보낼 때 동봉했다. 워튼은 이미 사랑에 빠졌고, 더 마운트에서 튀었던 불꽃이 2년 후 런던의 한 호텔에서 타올랐다.

모턴 풀러턴은 워튼의 인생에서 에로틱한 구심점이었지만 그러는 사이 결혼 생활은 무너지고 있었다. (pp.393-394)



눈앞에 그림이 그려진다. 차가 멈추고 시냇가의 둑으로 걸어가는 남녀, 가지를 꺾는 그들. 그리고 며칠 뒤, 그 날의 가지가 들어있던 편지가 배달되고..그러는동안 그녀의 가슴은 얼마만큼의 속도로 뛰었을까. 두근두근하는게 마치 내 심장이 뛰듯 느껴진다. 편지에 함께 있던 날 꺾은 가지를 넣어보내는 남자가 '에로틱한 구심점' 이 될 수도 있다니. 아, 정말이지 중독될 것 같다.




결혼 생활이 무너진다는 게 그렇게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무너지기 까지 갈등과 고민과 안간힘이 존재했을 것이다. 또 워튼이 '새로운 남자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무너졌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위태위태했는데 그 사건이 결정적 역할을 했을지는 모르지만, 그 사건이 없었어도 이 결혼은 양지로 끌어올려질 수는 없었을 것 같다.



소설을 쓰는 내내 워튼은 자신의 삶에 존재하는 정신적인 동요를 끌어다 썼다. 소설에 등장하는 불행한 결혼은 본인의 결혼생활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녀와 테디의 결혼은 공허하고 섹스 없는 결혼이었고, 성적인 면에서 그녀를 구해준 파리 주재 미국 언론인 모턴 풀러턴과의 연애 사건은 어느 날 오후 더 마운트에서 감동적으로 시작되었다. (p.393)




나는 그녀의 작품중 『순수의 시대』를 읽었었는데, 그 소설속의 결혼이 생각났다.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마음속에 품고 있다는 걸 알면서 계속 그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여자에 대한 생각, 다른 여자를 마음속 성소에 묻어두고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남자에 대한 생각들이. 그리고 그녀의 생활을 반영했다는 그녀의 소설들을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실제 마을에서 있었던 썰매사건을 바탕으로 썼다는 『이선 프롬』을 시작으로 다른 작품들까지 모두 다.






















어제는 동료들과 삼겹살을 먹으러 갔다. 고기는 그런대로 괜춘했지만 냉면이 너무 맛없어서, 정말 여태껏 먹었던 냉면들중의 최악, 어마어마하게 맛없어서 셋 다 몇 젓가락 못 먹고 남겼다. 그리고는 두두둥~ 2차로 치킨집엘 갔다. 감자칩 위에 치킨을 얹어 주는 집니다.



우히히히. 그러니까 나는 1차로 삼겹살, 2차로 치킨 먹으러 갔던 것. 대단하다!! 

자, 여러분도 하나씩. 아~~


































오늘은 금요일 이니까 안되고 

내일은 토요일 이니까 곤란하고

모레는 일요일 이니까 힘들고..

음...다이어트는 월요일 부터 해야겠다.



그나저나

으아아아아아아악 책 사고 싶다 책 사고 싶다 책 사고 싶다 책 사고 싶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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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3-06-14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다락방님의 손이!
저도...어젠 회식, 오늘 점심은 거나하게... 내일은 토욜 점심 저녁 약속, 일욜은 또 약속...
그래서 다이어트는 다음 주부터...우헤헤.

다락방 2013-06-15 08:56   좋아요 0 | URL
어제는 스페인식 치킨집에 가서 구운 치킨과 베이컨 빠에야 해물 그라탕과 통감자까지 이 모두를 안주 삼아 맥주와 샹그리아를 마셨어요.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어찌나 배가 부르던지 ㅠㅠ 다 먹고 친구와 둘이서 우리는 대체 왜 이러는가 한탄하고...하아-
다음주부터는 진짜!! 다이어트를 해야겠어요. 이대로는 더이상 안돼!! 흑흑.

페크pek0501 2013-06-14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어 내려가다가 아쉬웠어요. 많이 많이... 이 아쉬움을 댓글로라도 기록해 놓아야 마음이 풀릴 것 같아 몇 자 적습니다.
님의 글에 도취해 읽어 내려가는데, 갑자기 삼겹살이 출현하다니... 아, 실망스런 제 표정을 보여 드리고 싶을 지경이에요.
다락방 님의 글의 강점은 어떤 소설도 꼭 사 보고 싶은 소설로 둔갑시키는 재주가 있다는 점이에요.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오늘 확실히 알았네요. 아, 그 책, 사 보고 말겠어요. 님의 다음 얘기를 기다리다가 지칠 것만 같아서...
제가 좀 성질이 급해서... ㅋㅋ


다락방 2013-06-15 09:04   좋아요 0 | URL
아, 페트님 저 글 한 줄 정정했습니다. [이선 프롬]은 그녀의 삶을 쓴 얘기가 아니라 그녀의 마을에서 일어난 썰매사고 사건을 바꿔 쓴 거라네요. 연상의 여인과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랍니다. 제가 페크님의 이 댓글을 읽고 제가 정확하게 기억한건가 싶어 책을 다시 들춰봤거든요. 그리고 그 불행한 결혼들을 묘사한 그 책에 그녀의 불행한 결혼이 담겨 있다고 되어 있네요. 그러니 혹시라도 책을 구입하실 생각이라면 참고하시라고...제가 정확히 썼어야 되는데, 죄송합니다. 흑 ㅠㅠ

[걸작의 공간]에서 가장 흥미로운 작가는 제게는 이디스 워튼 이었어요. 이디스 워튼의 책을 정말이지 천천히 하나씩 죄다 읽어볼 작정입니다. 저 위에도 썼지만 이선 프롬부터 시작해서 그 다음은 여름, 그 다음은 기쁨의 집, 이런 순서로요.


갑자기 삼겹살 이야기로 빠져서....죄송해요. 킁킁. ㅎㅎㅎㅎㅎ

2013-06-16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7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8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3-06-14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삼겹살 먹고 내일 치킨 먹고 그러고 꼭...꼭...다이어트 할껍니다. 진짜루요. 진짜진짜ㅡ..ㅡ:::::::::

다락방님도 책 못사고 버티고 있으면서 이런 페이퍼를 써서 남들을 책 사고 싶게 만드는건 나쁜 짓이에욧!!!!!!

다락방 2013-06-15 09:05   좋아요 0 | URL
아놔. 저 오늘 시디 살라고 광고비 확인했더니 3천원 들어왔네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디도 안 사고 버티고 책도 안 사고 버티겠습니다!! ㅎㅎ

아무개님, 요즘엔 무슨 책 읽고 계십니까?

아아 2013-06-14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더 후라이팬 이군요

다락방 2013-06-15 09:05   좋아요 0 | URL
네, 바로 거깁니다. 그런데 치킨이..먹으면 먹을수록 좀 느끼하더라고요.

Mephistopheles 2013-06-14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들이 더 많은 치킨집이군요. 저 집은 단무지가 마치 파인애플마냥 생겨먹어가지고 약간 혼란이 오죠.
(아마도 월요일은 절대로 오지 않을 블랙 먼데이일 가능성이....98%)

다락방 2013-06-15 09:07   좋아요 0 | URL
네, 그게 치킨 무에 무슨 가루를 뿌려놔가지고. ㅎㅎ
저는 처음에 '단무지'군 했는데 친구는 '파인애플 같은데' 라고 했어요. 먹어보니 치킨 무... 아, 그것도 단무지라고 하는건가요? ㅎㅎ 여튼 당황 ㅋㅋㅋㅋㅋ 먹으면서 파인애플 이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파인애플을 상상하니 입에 침이 고이네요.

월요일 화이팅입니다! 시작하겠어요, 다이어트!! 불끈!!

BRINY 2013-06-14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후라이팬에서 치킨과 감자튀김을 사오면 쪼르르 달려와서 감자튀김을 하나 물고 도망가던 우리 하양이가 생각나네요.

다락방 2013-06-15 09:07   좋아요 0 | URL
아이쿠야.
저도 저기 가면 손이 멈추지 않고 감자칩을 계속 집어먹더라구요. 하핫 ;;

그린브라운 2013-06-15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자튀김과 치킨 먹고싶어요 밤 12시에 ^^;; 저두 책사고싶네요 이건 중독이라 일주일간격으로 두번이나 주문했는데 또 사고싶다니 집에 쌓이둔 책은 어쩌려고 ㅜㅜ

다락방 2013-06-15 09:08   좋아요 0 | URL
저도 며칠전에 주문했는데 조금 했어요, 조금. 딱 세 권....그거 어제 배송받고 책장에 처박아두고 다른 책들을 다시 사고 싶어요. 읽고 싶은게 아니라 정말 '사고' 싶은건가봐요. 진짜 집에 쌓아둔 책은 어쩌라고.. ㅠㅠ

오로라 2013-06-15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소개해주시는 책은 꼭 사보고 싶어진다는데 동감이에요~~

[우아한 연인]이후에 1900년대 초반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책들이 끌려서 저도 [순수의 시대] 사놓았어요^^ 헨리 제임스는 [워싱턴스퀘어]만 읽어보았는데 전 좀 밋밋하더라구요. 여주인공이 신기할정도로 매력없고 특징없어서 ㅎㅎ

다락방 2013-06-17 09:26   좋아요 0 | URL
저는 이디스 워튼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순수의 시대도 좋았는데 이썬 프롬은 더 좋을 것 같아요 ! 읽고 싶어서 막 몸이 근질근질 하네요. ㅎㅎ 헨리 제임스는 딱히 끌리진 않아요. 한 권쯤 읽어보고 싶긴 하지만요. 신기할정도로 매력없고 특징 없는 주인공이란 어떤 스타일일지, 오히려 궁금해지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