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아직 안깨서..














'케이트 쇼팽 하우스'에 대해 읽다가 그녀의 작품이 꽤 읽고 싶어졌다. 지난번에 찾아보니 번역본이 없던데.




















『각성The Awakening』은 여성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적절한 이해심을 가지고 극화한 최초의 미국 도서에 속한다. 1899년 소설이 출간되자, 그때까지 케이트 쇼팽이 한 일 가운데 가장 경멸할 만한 일로 간주되었고, 소설이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비도덕적이고 모멸적이라는 맹렬한 비난을 받았다. (pp.100-101)



도대체 어떤 소설이길래 '가장 경멸할 만한 일'이 되었을까. 읽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금기를 깨려고 앞으로 나가는 것, 삶의 지루함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왜 그렇게 어렵고 힘들어야 했을까. 진실을 말하는 일이 비난을 받는 경우가 어제오늘일은 아니지만, 진실하다는 이유로 삶이 더 힘들어지다니, 안타깝다. 어쨌든 각성이란 소설을 읽어보고 싶은데, 대체 왜 번역본이 없을까. 어느 출판사든, 이 책 번역해줄 의향 없습니까? 자, 이 책의 줄거리를 잠깐 살펴보자.



남편과 자녀들에게 싫증이 난 에드나는 젊고 잘생긴 로버트에게 푹 빠져서 내면에서 고동치는 욕망을 파악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며 연이어 불행한 결정을 내린다. 화가가 되기 위해 나름대로 독립적으로 생활할 희망을 품고 안락한 생활가 작별하지만, 좌절과 불행이 그녀를 쫓아다닌다. 로버트가 외국에서 돌아와 에드나를 사랑한다고 선언하지만, 그는 뒤이어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하고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떠납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사라진다. 에드나는 정서적으로 '각성하고' 다른 사람들의 관습적인 기대를 저버렸지만, 자유롭게 살 방법을 찾지 못한다. (p.108)


아놔...어처구니가 없다.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떠납니다, 라니. 정말이지 각성을 읽으면서 로버트 욕을 한껏 하고 싶은데, 번역본이 없으니 이거야 원. 그런데 이 각성 보다 더 읽고 싶은 책이 있다. 케이트 쇼팽의 단편 「데지레의 아기Desiree's Baby」가 그것이다.


















아르망과 데지레는 첫아이를 낳은 행복한 부모다. 그런데 데지레의 어머니가 찾아와 아기를 보고 겁에 질린다. 아기의 모습에서 뭔가를 보고 겁에 질린 것이다. 데지레의 남편은 이제 그녀를 피하고, 그녀는 결국 자포자기하여 이유를 알려달라고 애원한다. "아기는 백인이 아니야. 그건 당신이 백인이 아니라는 뜻이지." 남편은 차갑게 대답한다. 그녀는 미친 듯이 어머니에게 자신을 받아들여달라고 부탁하고는 아기를 데리고 집에서 도망친다. "그녀는 깊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늪지의 둑을 따라 무성하게 자란 갈대와 버드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몇 주 후, 아르망은 불을 크게 피워놓고 혐오감을 느끼며 아내의 드레스와 장갑, 아기 물건등 아내에 대한 기억을 모두 태운다. 그러다가 책상 서랍 뒤쪽에서 자기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보낸 오래된 편지를 발견한다. "사랑하는 우리 아르망이 자신을 끔찍이 아끼는 어머니가 노예라는 이름으로 저주받는 족속의 일원임을 결코 모르고 살게 해주신 선하신 하느님께 감사드려요." 작품의 플롯이 구식으로 보일지 몰라도, 비밀스런 수치심과 사회의 잔인성을 가득 담고 있다. (pp.106-108)



전혀 구식으로 느껴지지 않는데? 다만 데지레의 아기를 보고 놀란 사람이 '데지레의 어머니'라는 부분은 좀 아리송하다. '아르망의 어머니'여야 할 것 같은데..여튼 이 책을 너무 읽어보고 싶은거다. 케이트 쇼팽의 책은 대체 언제쯤 번역되어 나올까? 내가 언제 케이트 쇼팽의 이 책들을 읽을 수 있을까?





그리고 윌리엄 포크너. 포크너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라고 해야하나.











포크너는 집 안에서 라디오를 틀지 못하게 했고, 텔레비젼이 등장하자 그것도 사서 틀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맹렬한 여름 더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날씨를 피해가려 한다"고 불평하면서 에어컨 역시 금지했다. 그렇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에스텔의 침실에서 오래된 대형 에어컨을 발견한다. 구매 영수증의 날짜는 남편이 죽은 지 이틀 후였다. (p.122)



맙소사. 이건 대체 뭐라 표현해야할지. 날씨를 피해가려 한다고 불평하며 에어컨을 금지하는 포크너의 말이 이해되지만, 그런 자신의 신념을 따르기 위해 다른 식구들은 더위를 '참으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니, 얼마나 힘들었으면 남편이 죽은지 이틀 후 바로 에어컨을... 참..뭔가....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마크 트웨인이 아침으로 통닭과 감자튀김을 먹었다는 얘기도 하고 싶지만 바쁘다. 이만 한다. 







위 사진은, 지난 주말 혼자 부산의 호텔방에 콕- 처박혀 침대에 앉아 책을 읽다가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찍은것. 난 참 애가 멋진것 같어 ㅋㅋㅋㅋㅋ 이러느라 카드값은 빵구났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 뽀대에 살고 뽀대에 죽는구나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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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침대에선 뺄셈을 생각하지마.
    from 마지막 키스 2013-05-29 08:38 
    오늘 아침 출근길엔 이 책을 읽겠다며 들고왔는데 지하철안에서 읽다가 웃겨서 미치는 줄 알았다. ㅠㅠ 이 책의 주인공은 전직 야구선수였는데 이제는 방에 앉아 하루종일 책을 읽으며 책 속에 야구에 대한 부분이 나오면 그걸 옮겨 적는 일을 한다. 물론 그게 돈이 되는 일이라거나 한 건 아니다. 자신이 야구에서 멀어지면서 야구에 대해 아주 많이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작하게 된 것. 어쨌든 그가 옮겨 적은 부분 중에 이런 글이 나온다.제1장 텍사스 주 훠트
 
 
2013-05-28 1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9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dreamout 2013-05-28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크너는 영화 시나리오를 각색하기도 했다는데, TV를 보지 않았나 보군요. 오호
케이트 쇼팽도 번역되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문외한인 저도 다락방님의 글 말고 다른데서 작가의 이름을 들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랄까요. 전공 영역도 아닌 사람들이 이름을 들어볼 정도면 언젠가 나오지 않겠어요? ^^

다락방 2013-05-29 09:44   좋아요 0 | URL
어이쿠, 문외한이라뇨, 드림아웃님. 겸손이십니다. 드림아웃님이야말로 도대체 뭐하는 분이실까 궁금할정도로 다채로운 책읽기, 깊은 책읽기를 하시는 분이시잖아요. 드림아웃님이 모르시는 책이 있던가요? 전 아마 별로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케이트 쇼팽 번역본이 있네요. 하하하핫. 이거 원 민망해서 말이죠;; ( ")

cyrus 2013-05-28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트 쇼팽의 <각성>은 '이브가 깨어날 때'(열림원, 품절), '각성: 이 명박한 세상을 여자가 느껴 깨칠 때'(문파랑), '내 영혼이 깨어나는 순간'(부북스). 이 세 권의 제목으로 번역되었습니다. 다락방님 페이퍼 읽으면서 저도 쇼팽의 소설을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

다락방 2013-05-29 09:45   좋아요 0 | URL
네, 있더라고요. 제가 검색에 서툴러서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혼자 생쑈를 했네요. ㅠㅠ
저는 각성 보다는 데지레의 아기 쪽을 더 읽어보고 싶은데 아직 나온건 각성 밖에 없는가봐요. 저도 어서 읽어보고 싶어요. :)

라로 2013-05-29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늘 제 자신이 '폼생폼사'를 좌우명으로 삼고 사는 인간 같다고 생각했는데 웬지 동지를 만난듯~~~~^^;;;
마크 트웨인처럼 아침을 드시던 할아버지와 한 2년정도 산 적이 있어요~~ 그얘긴 페이퍼에 써봐야겠아요~~~ 아이폰이라 ;;;;
근데 저도 다락방님처럼 책을 술술 읽었으면 좋겠어요~~~~~

다락방 2013-05-29 09:46   좋아요 0 | URL
벌이는 시원찮은데 뽀대를 살리느라 허리가 휩니다, 시아님. 이젠 뽀대에 연연해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ㅠㅠ 저 호텔에 간 저 날, 혼자 스파게티에 와인도 먹었어요. 혼자 밥 먹으며 3만원이나 결제하는.........하아- 이러니 카드값은 자꾸 빵구나고....하아-

제가 책을 술술 읽다뇨, 시아님. 저 졸면서 읽는걸요. ㅎㅎㅎ


그나저나 시아님, 다른 얘긴데, 저 아직도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못봤어요. 아 언제보지, 너무 시간이 없어, 초조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니 2015-11-03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은 댓글이긴 하지만 전자책 <아는 사람 이야기>에 케이트 쇼팽의 단편 `실크 스타킹 한 켤레`가 수록되어 있답니다!

다락방 2015-11-03 08:18   좋아요 0 | URL
오, 유익한 정보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