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내 방 꼬라지(말 그대로 꼬라지!!)를 보고 기가 막혔다. 어제 입었던 옷이-속옷을 포함해서-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술이 잔뜩 취해가지고 정신이 나갔던모양. 뭐, 술 취하지 않은 날이라고 별반 다를바는 없지만, 그래도 이정도는 아닌데. 여튼 나뒹구는 옷들을 집어들고는 의자에 던져 올려놓았다. 내가 들어갔을 때 자고 있었고 내가 오늘 출근할 때도 역시 자고 있었던 남동생으로부터 방금 전에 문자메세지가 왔다. 어제 집에는 잘왔다갔냐? ㅋㅋㅋㅋㅋㅋ나는 잘 다녀왔다고 말했다.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고 거울을 봤는데 입술이 빨갰다. 아주 빨갛더라. 어어, 이거 뭐지, 입술이 왜 이렇게 빨개? 하고 여튼 회사에 왔는데 다른 직원이 술 마시고 나니 입술이 빨갛다고 하는거다. 나는 나도 그렇다며 이거 왜그러지 하고 궁금해서 네이버에 물어봤다. 믿을만한 답변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몸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중이라 피부층이 얇은 입술이 빨갛다고 했다. 그러니까, 나 아직 술 해독이 안됐다는거지? 지금 나는 책상앞에, 의자에 앉아있지만 내 몸은 열심히 알코올을 분해하는 중이라는거지? 어쩐지 가여운걸. 지나치게 맹렬하게 살고 있는 이 느낌...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책을 있는대로 빼다 팔고 있는데, 안읽은 책들도 간혹 포함되어 있다. 앞으로도 읽지 않을것 같은 책들. 그 중에 하나가 이 책, 『걸작의 공간』인데, 나중에 읽고싶어지면 그 때 사서 읽자, 하고 중고 등록을 하고 박스에 넣으려다가, 사진만 좀 볼까, 하고 책장을 몇 장 넘겼다.

















처음에 나온 작가는 '루이자 메이 올컷' 이었다. 별 생각없이 작가 사진 밑의 설명을 읽는데 이렇게 써있다.




루이자는 소설 속 등장인물 조를 자기처럼 문학을 하는 노처녀로 만들고 싶었지만, 자매들을 모두 결혼시키라는 독자들의 간절한 편지가 물밀듯 배달되었고 출판업자 역시 그렇게 하자고 설득했다. 본인은 "즐겁게 자신의 카누를 저어"갔지만, 결국 소설에서는 조를 교육 사상이 브론슨 올컷과 닮은 상냥한 바어 교수와 결혼시켰다. (p.23)



우앗, 재밌네? 이 짧은 작가 설명이 너무 재밌잖아? 아, 그런데 루이자 메이 올컷, 누구더라, 아, 아는 이름인데, 유명한데, 되게 익숙한데, 무슨 책을 썼지? 이러다 알라딘에 루이자 메이 올컷을 넣고 검색했다. 그러자 이런 책이 나왔다.













아, 작은 아씨들이었어!!!! '조' 라고 했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작은 아씨들이었구나. 그리고 안타까웠다. 문학하는 노처녀로 만들고 싶은 작가의 바람이 독자와 출판업자의 요구로 이루어지질 않다니. 그거...내가 이뤄줄까? 문학하는 노처녀가 등장하는 근사한 소설을 한 편 써볼까? 하하하하. 소설이, 한 편 써볼까, 한다고 써지는 건 아니지만...머리가 팽팽 돌아서 이런다, 내가.




여튼 저게 너무 재미있어서 이 책 팔지말자, 라고 마음을 바꿔먹고-무겁게 회사까지 들고왔는데..쩝..- 내친김에 작가들에 대한 짧은 설명들만 몇 개 더 골라 읽었는데, '케이트 쇼팽 하우스'가 재미있다.




그녀는 일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부유한 유부남 농장주 앨버트 샘파이트와 은밀한 연애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점점 더 허구에 끌렸고, 친구들의 격려와 더불으 기 드 모파상에게서 문학적인 모델을 발견했다. 이것이 바로 케이트 쇼팽이 자녀들을 돌보고 분주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한 일이었다. (p.97)




아, 재미있다. 이 책 읽어야겠다. 희희. 그런데 케이트 쇼팽 하우스는 낯선 이름인데 어떤 작품을 썼을까? 검색해보자.











번역본은 없고 이 책만 뜨는구나...





회사 근처 스타벅스에 일곱시반까지 도착하면 커피를 사주겠다고 어제 술을 마시면서 L대리가 말했는데, 나는 원래 그 시간에 그 앞을 지난다. 그리고 오늘 아침 정말 L 대리는 그 앞에 있었고 커피를 사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따라 들어갔는데 나는 술 마신 다음날이면 꼭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먹고 싶어진다. 그것도 반드시 누가 내려준 거. 그러니까 사 먹는 거. 내가 내리는 거 말고. 어쨌든 그래서 그걸 마시려고 했는데 빨리 마시고 싶은거다. 그런데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좀 식혀서 먹어야 하잖아? 그래서 할 수 없다 싶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주문한 커피가 나오고 빨대를 꽂아서 쭉쭉 빨아마시는 순간 와- 완전 맛있어. 최고다 최고 라고 생각했다. 




아 머리가 팽팽 돈다. 내가 아직 술이 안깨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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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케이트 쇼팽의 책이 번역되어 나왔으면.
    from 마지막 키스 2013-05-28 18:56 
    '케이트 쇼팽 하우스'에 대해 읽다가 그녀의 작품이 꽤 읽고 싶어졌다. 지난번에 찾아보니 번역본이 없던데. 『각성The Awakening』은 여성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적절한 이해심을 가지고 극화한 최초의 미국 도서에 속한다. 1899년 소설이 출간되자, 그때까지 케이트 쇼팽이 한 일 가운데 가장 경멸할 만한 일로 간주되었고, 소설이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비도덕적이고 모멸적이라는 맹렬한 비난을 받았다. (pp.100-101)도대체 어떤 소설이길래 '가
 
 
당고 2013-05-16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오!
나, 조가 결혼했을 때 너무 싫었는데 이런 거였어요, 이런 거였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13-05-16 10:5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작가는 자신의 신념을 지켜야해. 꼿꼿이 앞으로 나가야 하는거에요!! ㅠㅠ

자작나무 2013-05-16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렬한 회식이었나봐요. 입술은 무언가에 압력을 받으면 빨개지는 속성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락방 2013-05-16 11:17   좋아요 0 | URL
술잔의 압력을 너무 받았나 봅니다. ㅎㅎㅎ

수이 2013-05-16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잼나요, 은근, 사진 보는 맛 빼고 글도.
술 엄청 마시고 다음날 두통땜시 미칠 때 아이스커피 마시면 죽이죠 흐흐,

다락방 2013-05-16 11:42   좋아요 0 | URL
점심에는 라면에다가 밥 말아먹어야겠어요. 그래야 해장이 될 듯. 그리고나서 자면 좋은데...사무실만 아니었다면 잤을텐데..흑흑 ㅜㅜ

관찰자 2013-05-16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거였구나.ㅠㅠ

유난히 회식 다음날,
엄청난 과음으로 겨우겨우 회사에 당도하면
그날따라 쌩얼인데도, 남자직원들이 "어, 오늘 쫌 이쁜데?"라는 말을 왜이렇게 많이 하나 했더니.
역시 그런거였어요.

창백한 얼굴에 빨간 입술.
뚜둥.

다락방 2013-05-16 12:57   좋아요 0 | URL
아, 그러고보니 술 마신 다음날 스스로도 예뻐보일 때가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오늘은 아니지만..오늘은 완전 상태 메롱이네요. ㅎㅎ
빨간 입술은 정말 예쁜것 같아요. 매력적이에요. 히히

야클 2013-05-16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어제 빨판상어 같은 남자랑 같이 술을 마신건 아닌지.... 북방 머시기 고래 대신 상어라도 하는 심정에....

다락방 2013-05-16 12:58   좋아요 0 | URL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흑흑. 빨판상어같은 남자를 마지막으로 만난게 언제인가 하고 꼽아보니.......하아- 오래전의 일이네요.

어제는 회식이었습니다. 하하하하핫

Mephistopheles 2013-05-1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왜 어제 회식 안주와 해장을 뭘로 했을까가 제일 궁금할까요?

다락방 2013-05-16 16:12   좋아요 0 | URL
아 쓰기 뻘쭘한데..어제 회식 안주는 1차로 삼겹살 2차로 피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해장은 라면에 밥 말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3-05-16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아씨들...웅...조가 결혼했을 때 실망했던 기억이...ㅜ

다락방 2013-05-16 18:02   좋아요 0 | URL
여기 이렇게 실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조가 결혼하기를 원했나봐요.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