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각은 오전 06:18 이고 일요일이다. 그런데 이 시간에 잠을 자지 않고 넷북을 켰다니. 하하하핫. 그러니까 나는 오늘 새벽 네시경 잠을 깼다. 왜 그시간에 깨는지 모르겠지만 어제 코피를 흘린 시간도 네시였다. 여튼, 일요일이니 더 자도 되는데 배가 고파서 잠이 안오는거다. 그래서 밥을 먹을까 어쩔까 계속 고민하다가 다섯시 넘어서 밥을 먹었다. 배가 부르니 이제 좀 노곤해진다. 그래도 내가 양심이 있지(응?) 먹자마자 바로 잘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어제 보지 못한 경향신문을 펼쳤다. 지난주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너무 바빠서 목이 잠길 정도로 피곤에 쩔어 있었다. 일주일 내내 신문을 전혀 보지 못한 상황. 토요일자는 놓칠수가 없다. 당연히 북섹션을 보는데, 몇 권의 책이 흥미롭다. 우선 이 책.
이 책은 지난주에 신간을 조회해보다가 알게 되어서 구매해뒀다. 너무 읽어보고 싶은거다. 그래서 부랴부랴 이거 한 권만 주문해서 받았는데 막상 받고나서 책을 주루룩 훑어보니 읽기 싫어지는거다. 흐음. 당장 읽고 싶어 산거였는데 뭔가 읽기 싫게 생겨서 보류. 사무실 책상위에 내팽개쳐뒀는데, 어제 외출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핸드폰 메신저로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친구도 이 책을 받아들고는 보류해뒀다고 했다. 읽기 싫게 생겼다며. 그러니까 표지는 참 예쁜데 뭔가 음 잘 안넘어가게 생겼다고 해야하나, 여튼 그런데 알라딘에 올라온 구매자평들도 하나같이 이 책이 별로라고 말하는거다. 에잇, 괜히 샀나, 싶다가도 또 내가 읽으면 좋을지도 몰라, 라고 생각하며 무기한 보류다, 라고 생각했는데, 경향신문에 리뷰가 올라온거다!! 오오, 좋다 좋아 하고 리뷰를 읽어보니 다시 읽고싶어진다!! 그런데 책이 사무실에 있어. -_-
경향신문의 리뷰중 마지막 단락이 아주 마음에 든다.
지구 혹은 한참 뒤 후속 세대의 안녕을 위해 현세대의 즐거움을 포기하자는 이야기에 얼마나 많은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인간이 지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으로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것까지는 없을 텐데.(출처:경향신문 백승찬 기자 리뷰 )
사두고 흥미가 떨어진 책이었는데 '동물을 고문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에 항거하기 위해 비건이 되기로 결심했을 때 키스는 16살이었다. 신음하는 지구에 연민을 느낀 키스는 채식주의자들의 고귀한 신념에 설득당'한 저자가 왜 채식의 배신이란 책을 쓰게 됐는지 궁금해서 다시 흥미가 생긴다. 이러다가 사무실가서 책 펼치고 다시 흥미를 잃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궁금해서 메모해둔 책들은 아래와 같다.
김경주의 책을 그러고보니 한 번도 읽은적이 없다. 그렇다면 나는 이 책으로 김경주를 만나볼까. 여동생이 임신한지 6주가 되었고 이제 나에게는 두번째 조카가 생길참이다. '아버지가 되기까지 40주의 기간을 시심으로 기록한 에세이' 라니, 이 세상의 아버지들과 앞으로 아버지가 될 사람들이 한 번 봐두어도 좋을테지만 뱃속에 아이를 품은 여동생이 봐도 좋지 않을까.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책을 무턱대고 보낼 수는 없는 노릇. 일단 내가 먼저 읽어보고 여동생에게 권해야겠다.
접힌 부분 펼치기 ▼
시인 김경주. 결혼과는 사뭇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방랑자의 풍모를 자랑하는 그가 책 한 권을 썼다. 책을 쓰고 책을 내는 일이야 반복되는 그의 생계이니 뭐 별스럽다 하겠냐만, 이번 책은 쓰고 만들어 내미는 손에 절로 분홍빛을 번지게 하는 그런 재주를 가진 듯하다.
쓴 자는 부끄러움으로, 읽는 자는 경탄으로 받아들게 되는 책, 사내에서 아비가 되기까지 40주간의 순간순간을 시심으로 기록한 책. 시인 김경주의 <자고 있어, 곁이니까>는 호들갑스럽게 제 아이의 태어남을 낱낱이 고한 아버지의 출산일기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만든다는 당연한, 그럼에도 곱씹으면 놀랍기 그지없는 우주의 섭리에 근거하여 이 신비를, 이 두려움의 속내를 샅샅이 밝히는 책이다.
누군들 한 사람의 피와 살과 뼈로부터 빚어지지 않은 자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를 낳는 일의 희망과 아이를 낳는 일의 절망을 함께 말한다. 읽는 내내 마음의 시소가 오르고 내림을 반복한다면 바로 그런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우리 모두 '심'으로는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시인 김경주의 <자고 있어, 곁이니까>말이다.
펼친 부분 접기 ▲
학원폭력을 소재로 다룬 소설이라고 한다. 왕따를 당하고 자살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뉴스에 나올때마다 나는 왕따를 한 가해학생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 아이들이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를 이제는 알려나, 라는 생각이 아니라, '나로 인해 누군가가 자살했다'는 죄책감을 갖고 평생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 대한 생각. '내가 가해자였어' 라는 생각은 평생을 따라다닐 짐이 아닐까. 그 죄책감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피해자도 괴롭지만 가해자도 결국엔 괴로워진다는 걸 어떻게 말해줄 수 있을까. 이 책은 그런걸 잘 말해줄 수 있는 책일까? 기대해도 좋은걸까?
접힌 부분 펼치기 ▼
2010년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수상작. 시게마츠 기요시는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 왕따로 고통받다가 자살한 학생의 아버지가 인터뷰하는 것을 보고 <십자가>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을 본 후 방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2주 만에 써내려간 것. 그 정도로 몰두할 수 있었을 만큼 그는 이 작품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고 고백한다.
소설은 서른네 살 남자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중학교 시절 왕따로 자살한 친구 후지슌, 그 애가 남긴 유서, 그리고 거기에 쓰여 있던 네 명의 이름…. 그중 '나'는 그 애의 절친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그 애가 괴롭힘 당하는 것을 다른 아이들처럼 그냥 지켜보았을 뿐이었기에…."
친구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 아들의 자살이라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후지슌의 엄마와 아빠, 그로 인해 엄마와 아빠를 잃어버린 후지슌의 동생 등 '우리'들의 20년간의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담아냈다.
펼친 부분 접기 ▲
이 책의 신간소식을 접하다가 문득 아, 사람들은 자기 자리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뻑뻑해졌다. 트위터에서 내가 팔로우한 사람은 몇 되지 않는데 최규석은 내가 팔로우한 사람중 가장 재미있다. 그가 작성한 트윗을 볼때마다 웃게되는데, 트윗에서 그렇게 자주 보던 사람이 책을 냈다고 하니(만화가잖아!!) 새삼 존경스러워지는거다. 그러니까, 이렇게 웃기게 트윗을 작성하면서 자기 할 일을 계속 하고 있었구나,하는 어찌보면 다소 건방진 생각을 하게됐달까. 나는 아직 인권에 대해서 잘 모른다. 아는게 없다. 그러니 관심있게 읽어봐야겠다.
접힌 부분 펼치기 ▼
국가인권위원회가 1년여 기간의 기획을 거쳐 완성해낸 인권만화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영화, 동화, 사진집 같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차별’ 없는 세상의 가치를 전파하는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인권만화 『십시일反』과 『사이시옷』은 ‘차별’을 주제로 만화라는 대중 친화적 장르의 힘을 빌려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주며 사랑을 받았다. 앞의 두 만화가 ‘차별’을 주제로 ‘인권만화’라는 장르를 새로이 개척했다면 『어깨동무』는 ‘인권’ 그 자체를 주제로 했다.
펼친 부분 접기 ▲
마지막으로 『안톤 체호프 사할린 섬』이란 책에 대해 언급하고 싶은데 얼라, 이 책은 검색이 되질 않는다. 제목을 넣어도 검색이 안돼, 체호프를 넣고 해도 검색이 안돼, 옮긴이의 이름을 넣어도 검색이 안돼, 이게 뭔일이람. 암튼. 경향신문에 실린 이 책의 소개에 보면 마지막에 이런 구절이 있다.
체호프는 사할린에서 많은 하층민 유형수를 만난 뒤 사회적 약자의 처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후 작품들은 민중의 삶에 더욱 밀착했다. 『안톤 체호프 사할린 섬』은 체호프 작품 세계의 연결 고리 같은 것이라 할 만하다. (출처: 경향신문 백승찬 기자)
어제 읽은 단편 「깊은 밤, 기린의 말」에 대해서도, 영화 『비러브드』와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은데, 아, 이제 졸려. 좀 자야겠다. 월요일 아침까지 깨지 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