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형서점이 체인이 아닌 동네서점은 희귀했다. 그만큼 북스앤컴퍼니는 요즘에는 보기 드문 서점이었다. 순수문학 소설, 베스트셀러 대중소설, 요리책, 어린이책 등을 적당히 구비하고 있는 동네서점의 전형이었다. 서점 쇼윈도에는 몇 주 전부터 점원을 구한다는 글이 나붙어 있었다. (p.347)


이 책속의 데이비드는 작가로서 크게 이름을 날리다가 한순간에 추락했다. 그래서 그는 로스앤젤레스를 벗어나 한적한 마을로 잠시 몸을 피한다. 명예를 잃어 작가로서 일을 할 수도 없고 가진 돈도 없는 상황에서 그는 서점의 점원이 된다.


이튿날부터 서점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수요일에서 일요일까지, 혼자 서점을 돌봤다. 카운터를 보고, 손님들이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있게 도왔다. 서점 뒤쪽에 있는 사무실에서 주문과 재고를 확인했다. 바닥을 닦고, 먼지를 털어내고, 화장실을 청소했다. 돈을 세고, 저녁마다 은행에 입금했다. 매일 한두 시간씩 금전등록기 뒤에서 책을 읽었다.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평일에는 소수의 지역 주민들이 가끔 들러 책구경을 할 뿐이었다. 그나마 로스앤젤레스 사람들이 별장으로 몰려오는 주말에는 조금 바빴다. 그래도 일이 딱히 고되지는 않았다. 메러디스 주민들은 내가 누구인지 몰랐다. (p.351)
















요즘 내가 직장에 대해 고민하기 때문일까. 데이비드가 점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동네서점이 아주 매력적인 직장으로 내게 다가왔다. 게다가 그가 서점에서 하는 일을 보라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 카운터를 보는 일이라면 나는 이미 편의점에서 몇년을 경험해본바 있고 그때 발주와 재고를 관리해본 적도 있으니 서점의 주문과 재고를 관리하는 일도 문제 없다. 그뿐인가. 나는 내 방 청소는 안할지언정 업무적으로는 아주 박박 청소도 잘한다. 그곳이 화장실이든 어디든 말해 무엇하랴. 꽤 성실하게 근무하며 꼬박꼬박 은행에 입금하는 것도 잊지 않을 자신이 있다. 아, 이곳은 정녕 꿈의 직장이 아닌가. 소수의 지역 주민들만 들른다는 것도 무척 마음에 들고, 그들은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물론 내가 근무하게 된다면 그들 모두를 단골로 만들어버릴게 뻔하지만(!!), 정말이지 북스앤컴퍼니는 지상 낙원이 아닌가!


그런데 그가 그 서점을 관둬야하는 상황이 됐다.


"서점에서 일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군요."

"그럴 것 같습니다."

"오늘 내일, 이틀은 괜찮아요. 일을 그만두기 전에 보름은 더 다녀야 하는 규정에 대해 알고 있죠? 그건 반드시 지켜주세요. 새 사람을 구할 때까지요."

"네, 걱정 마세요." (p.418)


아! 북스앤컴퍼니는 이제 사람을 새로 뽑아야 한다. 나는 지금 이 직장을 관두고 싶다. 이때야말로 내가 책 속으로 들어가야 할 때가 아닌가! 내가 갈게, 내가 가서 일할게. 나는 좀처럼 그만두는 일도 없을거야. 내가 가면 책이 예전보다 훨씬 많이 팔려서 사장님도 깜짝 놀라게 될거야. 나같은 인재를 구하게 된 걸 신의 축복이라 여기게 될거야. 내가 갈게, 내가 가서 거기서 일할게. 아, 나는 책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현실로 돌아와 지금 동네 서점에서 일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끔찍했다. 장사가 안될것 같아 끔찍한게 아니라 하루종일 문제집이나 팔고 있을것 같아서 끔찍했다. 내가 일하는 작은 서점의 절반 이상을 문제집이 차지할거라고 생각하니 울적해졌다. 내가 그리는 북스앤컴퍼니의 분위기를 한국에서는 도저히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슬퍼라..나는 메러디스로 가고 싶다. 메러디스로 가서 북스앤컴퍼니에서 일하고 싶다. ㅠㅠ


내가 살면서 언젠가는 작은 서점에 근무하게 될 날이 올까. 어쩌면 올지도 모른다. 미래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것, 이라고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서 그랬다.



















「그 남자한테 일어난 일은 이런 겁니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사무용 건물을 짓는 공사장 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건물은 아직 골격만 있었죠. 그때 빔인가 뭔가 하는 게 10층 정도 높이에서 떨어져서 플릿그래프트 앞의 보도를 박살냈습니다. 아주 가까운 거리였지만 플릿크래프트에게 직접 닿지는 않았어요. 깨진 보도 조각이 튀어 올라 뺨을 강타했을 뿐이죠. 피부만 약간 까진 건데도 나와 만났을 때까지 흉터가 있더군요. 그 사람은 그 이야기를 하면서 그 흉터를 손가락으로‥‥‥뭐랄까 사랑스럽다는 듯이 ‥‥‥만졌습니다. 플릿크래프트는 당연히 머리가 쭈뼛 섰지만, 경악했다기보다는 충격을 받았다고 했어요. 누군가 인생의 어두운 문을 열고 그 안을 보여 준 것 같았다고 하더군요.」

플릿크래프트는(아니 근데 이름이 왜이렇게 어려워 완전 엑스트란데 -_-) 훌륭한 시민이자 좋은 남편이고 아버지였다. 외부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주변 화녕에 맞추어 사는 것이 편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식으로 교육을 받고 자랐다. 주변 사람들도 그와 같았다. 그가 아는 인생은 공평하고 정연하고 이성적이고 책임 있는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철제 빔의 추락이 인생은 본래 그런 것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훌륭한 시민이자 남편이자 아버지인 그도  사무실에서 식당에 가다가 떨어지는 빔에 맞아 즉사할 수 있었다. 그 순간 그는 죽음은 그렇게 마구잡이로 찾아오며, 사람은 눈먼 운명이 허락하는 동안만 목숨을 부지한다는 걸 깨달았다. (p.85)



이 책은 책 전체의 내용보다 잠깐 언급된 이 이야기가 나에게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조셉 고든 래빗'이 주연한 영화 『50/50』도 생각나고. 더 오래, 건강하게 살기 위해 정해진 규칙을 다 따르고 지내도 빔이 떨어지기도 하고 암에 걸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인생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것일까. 언제 죽을지 모르는게 인생이니 내가 원하는걸 가급적 많이 하면서 이 유한한 삶을 즐겨야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 이대로 계속 사는게 맞는걸까. 내가 원하는 책을 사서 읽고 싶고, 내가 원할때마다 술과 고기를 즐기고 싶으니 돈은 벌어야 한다. 나는 누군가가 사주는 걸로 연명하며 지내고 싶지는 않다. 내가 즐기기 위해서 기꺼이 내 돈을 지불하고 싶다. 그런데 이 직장은 내게 너무나 자주 우울함을 가져다준다. 그렇다면 뛰쳐나가는게 옳은가. 아, 제기랄. 내 현실의 아주 가까이에 북스앤컴퍼니 서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아주 예쁜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며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텐데. 이러나저러나 결론은 나질 않는구나.

























'브루스 윌리스'가 나오는 영화 두 편을 보았다. 『다이하드』에서 맥클레인의 아들로 나온 남자를 보면서, 아..저 남자 어디서 봤는데, 어디서 봤지, 하고 계속 갸웃하다가 영화가 끝난 후 검색해보니 오, 『잭 리쳐』의 나쁜놈이었다. 그렇군. 브루스 윌리스 아저씨는 참 멋지다. 아 정말좋아. 『문라이즈 킹덤』에서도 브루스 윌리스가 제일 멋졌는데 영화 자체는 뭐 딱히 좋진 않았다. 난 내가 되게 좋아할 줄 알았고 그래서 예고편 보고 개봉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흐음. 그런데 그저 그랬다.




오늘 출근 준비를 하며 틀어둔 라디오에서는 제니퍼 로페즈의 brave 가 흘러나왔다.







알라딘 중고샵에서 일하는것도 생각해봤는데 손님이 너무 많아서 ... 패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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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3-02-13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북스앤컴퍼니에서 일하고 싶어요! >.< (다락님은 내 라이벌 ^^;;)
다이 하드 저도 설날 저녁에 봤어요. 브루스 윌리스 아저씨 정말 관리 잘 했죠? 몸매가 ㄷㄷㄷ. 아들로 나온 사람 잭 리쳐에 나왔었군요. 첨 봤다고 생각했는데. -_-;;;;;;;; 좌우지간, 다이 하드 너무 재미있어요. ㅎㅎ

다락방 2013-02-14 16:21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우리 라이벌하지 말고 직장동료 합시다. 우리 함께 일해요. 교대로 일해도 좋고요. 일주일에 절반씩 나누어 일해도 좋고요. 서점이니만큼 일요일도 해야하잖아요. 그러니 우리는 사이좋게 나눠서 일해도 좋을것 같아요. 서로 휴가 쓰고 싶을 땐 휴가도 써가면서요. 아, 좋다..

브루스 윌리스는 진짜 짱이에요. 많이 늙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멋져요!! 흑흑. 최고최고최고최고!!

2013-02-13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14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13-02-13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딱 내 생각을 글로 접했을 때 내 눈을 의심했다는 말을 하는군요 ㅋㅋㅋ

다락방 2013-02-14 16:22   좋아요 0 | URL
오, 뽀도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ㅎㅎ
이놈의 직장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지금은 대안이 없네요. 능력도 없고. orz

가연 2013-02-13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더글라스 케네디가 쓴 책들 재미있어요? 자꾸 빅픽처랑 템테이션이 눈에 밟혀서..ㅎㅎㅎ

이건 여담인데 알라딘 중고서점은 정말 사람 많이 오더군요ㅎ 저 한 번 강남점 가봤잖아요, 괜찮던데요? 풋.

많이 늦었지만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ㅠㅠㅠ

다락방 2013-02-14 17:49   좋아요 0 | URL
엄청 잘 읽혀요. 책장이 휘리리릭 잘도 넘어가죠. 책 한 권을 뚝딱- 읽어낼 수 있어요. 재미도 있죠. 흥미롭기도 하고. 헐리우드 영화 한 편 보는 느낌이에요. 재미 면에서라면 읽어보셔도 좋을듯. 눈에 밟히면 참지 말고 읽어버려욧!
저도 강남점 가봤는데 종로점을 가장 먼저 가봤기 때문인지 강남점에는 딱히 정이 안가더라고요. ㅎㅎ

아니, 가연님. 우리 새해 인사 주고 받은것 같은데...아닌가요? 여튼 가연님도 해피 뉴 이어!!

2013-02-13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15 0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3-02-14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동네서점 괜찮은데요, 도서관에서도 알바 구했음 좋겠네요. 사실 책을 읽을 수는 없겠지만요. 요즘엔 도서관도 항상 북적북적 하더라구요. 알라딘 중고 서점은 사람 많아 패스!!에서 아침부터 웃었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3-02-15 09:28   좋아요 0 | URL
그치요, 단발머리님. 도서관에서 일하면 어쩐지 책을 읽지 못할것 같아요. 사람이 많지 않을까...시골 도서관이라면 괜찮을까요?

금요일이에요, 단발머리님. 금요일이란 사실이 제게는 아주 힘이 됩니다. 므흣. 단발머리님도 금요일 잘 보내세요!!

댈러웨이 2013-02-14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셰익스피어앤컴퍼니에서 오어 스쿨오브라이프에서. 함께 지원함 다락방님은 이뻐서 저는 랭귀지가 되서 같이 붙겠다요. :)

다락방 2013-02-15 09:29   좋아요 0 | URL
므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랭귀지가 되는 댈러웨이님 너무 멋져요! 전 랭귀지 되는 사람들이 무척 존경스럽고 부러워요. 시간을 과거로 돌려 전공을 다르게 선택할 수 있다면 저는 꼭 외국어로 선택할거에요. 물론 선택만 한다고 다 잘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공부를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orz

BRINY 2013-02-14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 엄마랑 노팅힐 영화를 보는데, 엄마가 '저 서점 적자라면서 저 남자는 왜 맨날 빈둥거리고 다니냐?'라고 했던게 기억납니다.

다락방 2013-02-15 09:3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맞네요. 그러고보니 그 영화에서 그 남자 빈둥거렸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머님 매우 날카로우신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