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있고 상식은 없는, 오만에 쩔은 삼성
며칠전에 서점에 갔는데 박민규의 『더블』중 B 권이 낱권으로 풀려있었다. 마침 작년이었나, 이 중에 어느 단편을 좋다고 추천했던 친구가 생각나 책을 집어들고 목차를 살폈다. 그 단편의 제목이 두 글자였던 건 기억났지만 어떤 제목인지를 몰라서 목차를 보면 알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봐도 눈에 띄는 제목이 없는거다. 그래서 A 권을 보려고 했는데 B 권은 쌓여있지만 A 권은 없었다. 아무리 B 권을 들춰내고 들춰내도 그 밑에 A 권은 없었다. 어쨌든 이제는 낱권으로도 파나보구나 싶어서 그 단편이 실려있는 책만 사서 읽어보자, 하고 좀 전에 알라딘을 검색해보니 이 책은 여전히 셋트로 팔리고 있었다.
아....짜증나.....대체 왜 셋트로 파는걸까? 왜? 설사 시리즈라고 해도 1권을 읽고 재미없으면 2권을 사지 않을 자유를 줘야 하는거 아닌가. 대체 왜 단편집을 두 권을 묶어놓은거야? 난 이런거에 기분 나빠하는 사람인데. 어쨌든 목차를 살펴보니 친구가 추천했던 작품이 기억났다. A권 처음에 실린 「근처」였다. 나중에 중고샵 가게 되면 찾아봐야겠다.
지겨운 책읽기(영국 남자의 문제;;)를 끝낸 기념으로 휙휙 넘어가는 책읽기를 하기 위해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이 책을 들고 나왔다. 86페이지까지 읽은 현재까지 좀 실망스럽다. 뭔가 좀...습작스럽달까. 잘 쓰여진 책이라는 느낌을 못받고 있는 것. 더글라스 케네디를 좋아하는 남동생은 현재 신간으로 나온 『행복의 추구』를 제외하고는 그의 모든 작품을 읽었는데, 이 책을 읽을때는 처음에 잘 안읽힌다고 했었다. 그러나 다 읽고 나서는 재미있고 감동적이라고 했다. 나는 겨우 80페이지를 넘겼을 뿐이니 아직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래도 좀.....어쨌든 정말 감동적인지 끝까지 읽어볼 참이다.
오전에는 1공장과 2공장의 직원 두 명에게 업무상 이메일을 보내야했다. 나는 업무적인 메일을 보낼때 하다 못해 날씨가 좋네요, 라는 등의 어떤 사적인 문구도 전혀 넣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어제 이 책을 읽었던 느낌에서 빠져나오질 못해, 처음에 이 책을 아느냐고 운을 뗐다. 그리고 추천했다. 내가 쓴 이메일은 정확히 이랬다.
안녕하십니까, 날씨가 덥습니다.
혹시 '김수박'의 [삼성에 없는 것: 사람냄새] 라는 책을 읽어보셨나요?
만화책이라 읽는데 한 시간도
안걸립니다.
혹시라도 이 더운날 몰두할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그 책을 추천해 드립니다.
단, 읽고난 후의 감정은 책임지지
않겠습니다.
보내놓고나서도 괜한짓을 했나 싶었다. 왜 안하던 짓을 했을까. 그리고 저 책을 읽는게 누군가에게는 꽤 불편한 일일수도 있는데 왜이랬을까 싶은거다. 그런데 좀 전에 2공장 직원으로부터 답장이 왔다. 예상하지 못한 답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공장 *** 대리입니다.
과장님, 빠른 업무처리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책은
바로 주문했어요 ~ ...^^* ( 리브로에서 10,800 원 ~ ...>_< )
먼지없는 방은 읽었더랬는데, 이런
책도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오! 바로 주문한것도 놀랍고 먼지없는 방을 읽은것도 놀랍다(나는 아직 사지도 않았는데)! 며칠전에도 빠른 업무처리 고맙다는 인사를 유선상으로 들었더랬는데, 오, 이렇게되면 앞으로도 신경써서 잘 해줘야지. 이뻐해줘야지. 꼬박꼬박 인사도 잘하는 예의바른 남자직원이다. 좋은 정보래 ㅠㅠ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신경써서 이메일을 보낼걸 그랬다. 추천하는 글이 너무 허접하네 ㅠㅠ
이 책은 4월에 출간됐는데 예상보다 리뷰와 구매자평이 없어서 놀랐다. 난 알라딘에서라면 이 책에 대한 리뷰가 주르르르르르르르 달려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 책이 만화책인지를 몰라서 잘 안읽히고 있는걸까? 나의 경우에도 표지만 보고는 이 책이 삼성에 대해 말하는 책이라는 건 알겠지만 잘 읽어낼 수 없을것 같아서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난주였나, 경향신문에서 만화라는 기사를 본거다. 그래서 잽싸게 주문한 것.
어제 강남 교보에 가서 같이 간 친구에게도 이 책을 사줬고, 제부와 여동생 읽으라고도 또 한 권을 사두었다. 그리고 내가 읽은 책은 회사 동료에게 읽으라고 빌려줬다. 남동생에게도 읽으라고 해야지. 이 책이 홍보가 부족한가? 내가 부지런히 여기저기 홍보해야지.
금요일이다. 금요일에 걸맞게 나는 오늘 맥주 약속이 있다. 노가리와 쥐포를 뜯을 것이다. 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