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 회식을 했다. 나는 개인적인 사정상 당분간 술을 마실 수 없는 관계로, 어제는 삼겹살을 먹으면서 소주를 딱 한 잔만 받아 마셨다. 삼겹살을 앞에 두고 소주를 마시지 못하는것은 지독한 고통이었다. 먹고싶다 먹고싶다..나는 자꾸만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욕망에 이끌려 한 잔을 더 받아두었는데, 옆에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마시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그래, 참자, 생각하고 소주 없는 삼겹살을 그리고 삼겹살 후의 비빔냉면을 먹었다. 소주를 마시지 않고 먹는 고기는 더 배부르게 했다. 나는 집에 갈 때 정말 배가 터지는 줄 알았다. 거북할 정도였다. 아 젠장. 이건 소주를 마시지 않아서 더 그런건가, 아니면 소주를 마셨어도 나는 이렇게 배가 터졌을까. 소주를 마셨으면 2차까지 갔을텐데. 안그래도 1차만 하고 가려던 나를 직원들이 팔을 한쪽씩 붙들고 잡고 있었다. 그게 다 롱부츠를 신다가...구두였으면 신고 다다다닥 잽싸게 갈 수 있었는데, 롱부츠라 그게 안되서..어쨌든 나는 무사히 도망을 갔고, 집에 도착해서는 좀 소화를 시키고 자려고 책을 읽었다. 그런데도 부른 배는 쉽게 꺼지질 않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미친듯이 배가 고팠다. 나는 이런 느낌을 잘 알고 있다. 전날밤에 미친듯이 먹고 배가 터질것 같으면 반드시 다음날 아침, 급격한 허기가 찾아오는 이 느낌. 오늘 아침의 내가 그랬다. 너무 짜증이 났다. 아직 내 뱃속에 삼겹살이 둥둥 떠있는것 같은데, 나는 오늘 아침 또 허겁지겁 갈치살을 두덩어리나 발라서 배를 두들길때까지 먹어댔다. 어제의 내 배가 어떤 상태인지 잘 아는데 오늘 또 그 배에서 음식물을 원하는 이 욕망이 정말이지 유쾌하지 않았다.
- 어제 이**님의 서재에서 『난반사』라는 책의 백자평을 보았다. 마구 호기심이 생겨서 당장 읽고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그 책을 장바구니에 던져 넣고 땡스투를 눌렀다. 그리고 결제하려고 했는데 땡스투 적용이 되질 않았다. 이**님의 백자평에 '구매자' 표시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 나는 당황스러웠다.
나에게 땡스투란, 정말로 그 책을 사게 만든 사람에게 주는 일종의 보상이다. 당신 때문에 내가 이 책을 읽는거야, 하는 일종의 표시랄까. 그래서 나는 나를 정말로 움직인 것들에 땡스투를 주고싶다. 단순히 적립금을 내가 받기 위해서 책을 수십권씩 링크한 페이퍼에 그냥 무작정 누르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책이 수십권씩 링크되어있는 페이퍼에 땡스투를 누르면 실제 그 페이퍼안의 수십권의 책에 모두 땡스투가 되어서 내가 다른 사람때문에 읽고 싶었던 책에도 한꺼번에 적용되어 버리고 만다. 그러면 나는 다시 원래의 리뷰나 페이퍼를 찾아 또다시 땡스투를 눌러야 한다. 책 한 권의 땡스투라야 봤자 100원 남짓이지만, 그래도 나는 그것이 아무렇게나 되지는 않기를 원하는데, 구매자 표시가 없는 백자평에 땡스투를 할 수 없어졌기 때문에, 나는 정말로 나로 하여금 책을 사게 한 백자평에 땡스투를 누를 수 없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오늘 이**님은 그 책의 리뷰를 쓰셨기 때문에, 나는 다시 드릴 수 있게 되었지만, 이미 유쾌하지 않은 마음이 되어버렸다.
'알라딘에서 구매한' 사람의 백자평에만 땡스투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썩 공평해보이지도 않고 썩 유쾌하지도 않다. 물론 읽지도 않은 수많은 감상전 백자평에 단순히 '적립금을 위한 땡스투'를 누르는 것을 피할 수는 있었겠지만, 나도 그것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정말로 땡스투를 주고 싶은' 평에 줄 수 없게 되어버린 것도 사실이다. 나는 결국 『난반사』를 동료로부터 선물받기로 했다. 내가 누르고 싶은 평에 누를 수 없어졌기 때문에, 예전부터 내게 책 한 권 꼭 사주고 싶다던 동료에게 부탁했다. 그럼 이걸 사다오, 하고.
나는 책을 구매할 때 나를 움직이는 리뷰나 페이퍼가 없다면 그 책에 대해 페이퍼나 리뷰가 여러개 있어도 땡스투를 누르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땡스투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얼마 안되겠지만, 그러니 사실 유난 떨 필요도 없겠지만, 유쾌하지 않았다.

- 이 와중에 점심은 어쩔수 없이 햄버거로 해결(!)해야 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가장 유쾌하지 않은 일이네.
- 그나마 유쾌한 일이라면, 내가 아직 올해를 결산하는 페이퍼를 쓰지 않았다는 것. 그랬기 때문에 나의 리스트에 '버네사 디펜보'의 『꽃으로 말해줘』를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읽으면서 몇 번이고 눈물이 고였던 이 책을 올해를 결산하는 페이퍼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 몹시 기분이 좋다. 물론, 그런 페이퍼를 쓰게 된다면 말이지만.
일단은 점심을 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