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 comes the bus 가 이제는 출발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내게 준다면, Here comes the Christmas 는 두근두근, 드디어 그 날이 왔다는 설레임을 준다. 대체 크리스마스는 왜이렇게 설레임을 주는걸까. 내가 태어난 날도 아니고, 나는 교회를 다니지도 않는데. 게다가 크리스마스에 뭐 하나 특별했던 기억도 없고 앞으로도 크리스마스에 내가 뭔가 할 것 같지도 않은데. 그런데 이상하게 크리스마스는 행복과 설레임을 동시에 가져다준단 말이지. 안도감과 설레임이 아닌 Here comes 가 있다. 제목만 들어도 와인 한 모금이 막 입 안으로 들어가서 온 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은 안정적인 기분을 주는, Here comes your man.
영화 『500일의 썸머』 OST 에 실린 곡인데, 이 노래를 들으면 흥얼흥얼 편안해진다. 여름이 아니라 겨울에 들어도 충분히 좋을 그런 노래. your man 이 왔다는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람, 날씨가 무슨 상관이람.
크리스마스가 배경인 작고 아름다운 영화를 혹시라도 내가 만들게 된다면, 나는 Here comes your man을 삽입하고 싶은데, 그보다 더 적절하게 어울릴만한 노래가 있다. 크리스마스가 배경인 작고 아름답고 행복한 영화에 어울릴만한 곡. 전세계 누구라도 들으며 좋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곡. 그러니까 나는 세상에서 이 노래가 제일 좋아, 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곡이지만, 그런 영화에 삽입된 곡이 이 곡이라면 지독하게 어울릴 것 같고 또 모두를 어루만져줄 수 있는 곡. 오늘 아침 들었던 노래.
이런 가사로 만들어진 곡이 삽입된 그런 영화라면, 미성년자 관람불가가 아닌 15세이상 관람가로 만들어도 충분하겠다.
I wanna be with you
oh I wanna be with you
through the rain and snow I wanna be with you
oh I wanna be with you
and I really really wanna be with you
I'm so very lonely without you
I can hardly breathe when you are away
without you I might sleep away all day
so you can come and see me in my dreams
you can come and see me in my dreams
oh my eyelids are heavy
but my heart's filled with bright lights
sleep all day to see you
you'll be in my arms tonight
방금 막, 쵸콜렛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월요일에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는 미친 부담감-십년이나 이 짓을 했는데도 여전히!!- 때문에 어제는 하루종일 우울했는데, 그러면서도 나는 자꾸만 롤링 인 더 디이이입~~ 하고 노래를 불렀다. 엄마는 그게 뭐냐고 하시는데 이런게 있다고만 대답했다. 남동생은 근데 왜 그 가사밖에 안하냐고 내게 물었고, 나는 여기밖에 안들렸다고 말했다. 그래서 여기밖에 못외웠다고. 시작하고나면 잠시후에 쿵쿵쿵쿵 마치 심장 박동처럼 소리가 들리는데(드럼일까?), 그 부분에서 그냥 짜릿해진다. 두근두근. 목소리도 시원하다.
자, 그리고 다시, 크리스마스가 배경인 영화에 삽입 될 또 하나의 노래.
here comes your man - international love song - someone like you 의 순서로 삽입된다면, 이 영화는 슬픈 영화, 새드 엔딩이 될 것이다. 그러나 someone like you - here comes your man - international love song 의 순서로 삽입된다면, 이 영화는 기쁘고 즐거운 영화, 해피 엔딩이 되겠지. 뭐가 되든 괜찮을 것 같다. 한 영화에 이 세 곡이 모두 들어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주인공은 누구로 할까. 남자는 조셉 고든 래빗으로 할까. 여자는, 흐음, 흐음, 누구로 하지. 까칠해 보이면서도 웃을 때는 한없이 따뜻하게 보여지는 그런 이미지의 여자였으면 좋겠는데. 화려해 보이기 보다는 좀 수수해 보이는 여자. 아, 찾았다. 『할람 포』의 바로 그 배우, 소피아 마일즈.
음...마음에 들어..
토요일에 무겁게 책 네 권을 들고 알라딘 중고샵에 가서 팔고 9,100원을 받았는데(매입 등록 남자직원 훈남이에요, 제 스타일입니다. 훗.), 임태경 콘서트가 예정보다 늦게 시작하고 늦게 끝나서 지하철이 중간에 끊기는 바람에 택시를 타고 귀가하느라 11,400원을 썼다. 책 팔고 택시비 한 것 같아 어쩐지 찜찜한 마음. 시간을 지키지 못한건 임태경 탓은 아니었고, 임태경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초대권이 뿌려졌기 때문인 것 같았는데, 어쨌든 그걸 차치하고라도 전체적으로 만족도가 매우매우 떨어지는 콘서트였다. 콘서트의 초반, 임태경이 무대에서 내려와 객석 사이사이를 걸어줄 때는 잠깐 가슴이 뛰어서 어쩔줄을 몰랐지만(나는 VIP 좌석이었음), 전체적으로 선곡도 노래도 별로였다. 오히려 콘서트가 끝나고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내려오던 길, 캠퍼스에 모여 개기월식을 보려던 사람들과 또 고개를 들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개기월식의 순간이 더 가슴 벅찼달까. 나는 임태경 보다는 앞으로 개기월식을 더 좋아할것 같다.
위의 곡들의 실린 앨범은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