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병에 걸리지는 않았다. 놀랍게도 모두에게 감기 바이러스를 주입했지만, 인간관계가 두터운 사람은 감기에 걸리는 확률이 훨씬 낮았다. 2주 동안 하나에서 세 가지 유형의 인간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6가지 이상의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은 사람들보다 감기에 걸린 확률이 4배 더 높았다. 다시 말해서 다양한 호위대가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약을 복용하는 것과 똑같은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세포, 단백질, 조직 그리고 기관이 협력해 바이러스와 다른 외부의 침입자를 막아냈다. 20년 동안 '바이러스 공격' 연구를 한 심리학자 쉘던 코헨은 위험 요소에 대해 언급하면서 '낮은 수준의 사회 통합은' 흡연과 필적하는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p.156)
나는 최근 3,4년간 감기에 한번도 걸리지 않았다. 이 책을 읽기 전의 나는 내가 가끔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해진거라고.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자 어쩌면 일정 부분은 내 주변의 관계때문에 내가 건강한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아닌게 아니라, 나는 요즘 내가 맺은 인간관계들에 퍽 만족하고 있다. 꽤 감사해하고도 있다. 물론 간혹 '처음처럼 그렇게까지 좋지는 않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또 가끔은 '사생활까지 깊이 침해하려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해서 신경쓰이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지금 내 주변에 나를 둘러싼 사람들은 내게 고마운 마음을 갖게 해주고 있다. 며칠전에 엄마에게도 또 친구에게도 얘기했지만, 나는 나이들면서 점점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가 보다. 내 주변의 사람들과 내가 반드시 '사랑'이라든가 '우정'이라든가 하는 것들로 맺어졌는가 하면 그런건 아니다. 어떤이들은 내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고 어떤이들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어떤이들은 나랑 술을 마시고 어떤이들은 나와 영화를 본다. 나랑 같은 책을 읽는 사람이 있고 나랑 다른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 속에서 내가 웃고 행복해하는 건 그들 모두를 나는 내 스스로 얻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 때문에 나를 만나는게 아니고, 다른 이유때문에 나를 만나는게 아니라 순수하게 나 때문에 나를 만난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있고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있다. 물론 나와 동갑인 사람들도 있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다. 결혼을 한 사람도 있고 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고 만족하는 그 모든 사람들의 공통점은 내게 '너도 이렇게 살아' 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학때의 나는 내 표현으로는 '아웃사이더' 고 남동생 표현으로는 '왕따' 였다. 누군가 친구가 몇명이냐고 물으면 대답할 수 없을 정도로 친구가 없었다. 그러니까 소위 '절친'이라든가 '베프'라든가 하는 것들. 그저 나는 모두와 두루두루 친하고 혹은 모두에게 무관심한 사람이었는데, 수업시간에는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으면서 시험때는 가장 먼저 답안지를 제출하고 만화방에 가 있어서 아이들은 나를 천재인줄로만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성적이 나오고 나자 과 꼴찌를 한 걸 보고는 아, 그냥 또라이구나, 하는걸 알았다고 했다. 하하. 시험기간에도 나는 공부를 한다거나 컨닝페이퍼를 만든다거나 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 수업을 듣지 않았고 공부를 안했으니 꼴찌를 하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엔 그게 맞았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런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한 친구는 시험기간때마다 자신이 필기한 노트를 다 복사해주었다. 나는 이러지 말라고 했다. 니가 복사해줘도 안봐. 한 친구는 자신의 컨닝페이퍼를 만들면서 내껄 또 만들어서 나에게 건넸다. 이렇게 보는거야, 하면서. 나는 야, 이러지마, 나 이런거 안봐. 한 친구는 내가 답안지를 내고 나가려고 하자 내 이름을 계속 속삭였다. 나는 일어서려다가 그 친구를 보니 자신의 답안지를 내쪽으로 밀면서 빨리 보고 베껴써, 라고 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됐다고 했다. 왜 내가 꼴찌하는데 지들이 더 안타까워하지? 왜 내가 안본다는데 노트를 복사해주고 컨닝페이퍼를 만들어주고 자신의 답안지를 들이미는거야? 왜?
음...그때 복사해준 노트를 보고 친구의 답안지를 봤다면 나는 지금쯤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을까? 모르겠군.
다양한 유대감을 형성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들에 비해 정신적, 육체적 건강 상태가 더 좋았으며 음주나 흡연 같이 건강을 위협하는 습관에 젖어들 확률도 낮았다. (p.157)
사실 나는 '다양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지는 않다. 한정되어 있다. 위의 문장은 맞다고 볼 순 없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유대감을 형성한 사람들과 음주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하하하. 그러나 나는 내 나름대로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지 않고(혹은 원하는 만큼 고립되어 있고), '만족할 만한 사람들'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으니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건강하다는 생각은 든다. 어쩌면 정신적(으로도 건강한가? 또라인데..) 육체적으로도 건강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다양한 유대감'을 많은 사람들과 맺고 싶지는 않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관계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나는 지금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수록 좋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내게 있는 사람들로도 늘 충분했다. 지금도 나는 절친이나 베프가 누구냐고 물어오면, 혹은 친구가 몇명이냐고 물어보면 대답할 수 없지만, 내가 맺고 있는 관계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이 책은 206쪽까지 읽었다. 그런데 내 생각보다 재미없는 책이어서 206쪽까지 읽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더 읽을 수 없을 것 같아 책장에 꽂아두었는데 아마 앞으로도 읽지 않을 것 같다. 나는 그냥 소설만 읽어야겠다. 그러니까,
제가 206쪽까지 읽은 이 책을 읽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제가 206쪽까지 읽었던 책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어젯밤 꿈에는 군복 입은 현빈이 나왔다. 출근했는데 군복 입은 현빈이 내 사무실에 와 있었다. 휴가 나왔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출근하자마자 현빈은 가려는 것이다. 그래서 나랑 좀 더 얘기하자고 했더니 자신은 바쁘다며 뒤도 안돌아보고 가버렸다. 나쁜새끼. 아쉬웠다. 그렇지만 많이 아쉽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내 꿈속에서 군복 입은 현빈은 살이 피둥피둥 쪄서 그렇게까지 잘생겨 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