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읽는 어른들의 로맨스는 어떤 느낌일까 싶어서 영어를 잘 하지도 못하는데 원서를 덜컥 사버렸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몇달에 걸쳐서 간신히 150페이지까지 훑고-말 그대로 '훑었다'- 그리고는 포기했다. 더이상은 못하겠다, 하고 구석에 던져두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인데, 끝까지 읽어야 내가 원하는 어른들의 사랑이(응?) 제대로 나올텐데, 에라이 모르겠다. 어쨌든 이 책의 49페이지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She stopped abruptly when he raised his hand to her cheek and brushed it with the back of his fingers. Startled into silence, she gaped at him. 
"Mosquito."
"Oh." She touched her cheek where his fingers had been. "Thank you."
"You're welcome."

그러니까 상황인즉슨, 남자가 갑자기 손가락으로 여자의 볼을 만지는데 그것이 모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그런가보다 하고 몇장 더 넘기다 보니 102 페이지에 이런 부분이 나온다. 

She recoiled. "Back up."
"Not yet."
"What are you doing?"
"Confessing. I lied to you."
"I would expect that. You'll have to be more specific."
"The mosquito."
She stared up at him with incomprehension.
"This afternoon, down at the bayou, when I brushed the mosquito off your cheek? There was no mosquito, Sayre. I just wanted to touch your face." 
He wasn't touching her now, except with his eyes, and their touch was almost as effective as fingertips. He shouldn't have been standing this close to her. It was an inappropriate distance between strangers. Furthermore it was physically uncomfortable. It was too sultry for two poeple to be standing this close, close enough to feel each other's body heat, forced to share the inadequate air.
"I don't remember that," she lied.

그러니까, 남자가 여자의 볼에 모기가 있다고 말하며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던 건, 거짓말이었다는 거다. 모기는 없었고, 나는 단지 너의 얼굴을 만져보고 싶었다는 것. 남자가 이렇게 고백하는 순간 그들 사이에는 관능적인 기운이 생겨버리고, 그래서 그녀는 그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한다. 

(아, 이젠 원서까지;; 나 진짜 별짓을 다하는구나. 힘들어.. orz) 

오늘 음악을 듣고 있다가 갑자기 이 부분이 생각나서 먼지가 풀풀 쌓인책을 뒤져 이 부분을 찾아냈다. 책갈피는 여전히 150페이지에 끼워져 있었다. 찾느라 애먹었다. 밑줄 그어놓은 것도 아니고 한글도 아니라 눈에 확 띄질 않아서. 이 장면들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나는 책에서 읽은 것 대신 내 마음대로 생각해본다. 왜냐하면 겨울이니까. 

1. 일단 로맨스소설식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될것이다. 

「오늘 오후 내가 당신볼을 쓰다듬으며 모기가 있다고 했던 건 거짓말이었소. 나는 단지 당신의 얼굴을 만져보고 싶었소.」 

ㅎㅎ 오글거린다.  

 

2. 다락방식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될것이다. 

「오늘 오후에 내가 당신볼을 만지며 모기가 있다고 했던거, 그거 거짓말이었어요. 나는 단지 당신의 얼굴을 만져보고 싶었어요.」 

ㅎㅎ 다정하고 예의바르면서 솔직한 남자구나. 1번에 비해서 뭐랄까, 육체적인 포스(?)는 약하지만, 괜찮다. 이정도면 됐다. 

 

3. 거기에 살을 붙여서 내 마음대로 여자주인공의 대사를 끼워넣어 보자면 이런 말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살랑거리는 버젼.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나 지금, 쇄골에 모기가 앉은 것 같아요.」 

여자의 쇄골에 앉은 모기라면, 남자가 손으로 쓰다듬어 떼어줘도 될 것이고 입술로 쓰다듬어 떼어줘도 될 것이다. 

 

4. 살랑 버젼 말고 두근거리는 버젼으로 해보자면 여자의 반응은 이렇게 되겠다. 

(앉은 자세로 스커트를 살짝 걷어올리며) 「내 무릎에 모기가 앉았어요.」 라고 할 수 있겠다. 이때 남자가 여자의 무릎에 앉은 모기를 어떤식으로 떼어낼지는 상상력에 맡겨두고. 

 

오늘 내가 이런 생각들을 참으로 잡스럽게 그리고 머리 터지게 해가며 들었던 음악은 K-Ci & JoJo 의 『All my life』 였다. 

 

 

I will never find another lover sweeter than you,
Sweeter than you
And I will never find another lover more precious than you
More precious than you
Girl you are close to me you're like my mother,
Close to me you're like my father,
Close to me you're like my sister,
Close to me you're like my brother
You are the only one my everything and for you this song I sing

And all my life I've prayed for someone like you
And I thank God that I, that I finally found you
All my life I've prayed for someone like you
And I hope that you feel the same way too
Yes, I pray that you do love me too

I said you're all that I'm thinking of.....baby

Said, I promise to never fall in love with a stranger,
You're all I'm thinking of, I praise the Lord above,
For sending me your love, I cherish every hug,
I really love you

And all my life, baby, baby, I've prayed for someone like you,
And I thank God that I, that I finally found you, baby
All my life I've prayed for someone like you
And I hope that you feel the same way too
Yes, I pray that you do, love me

You're all that I ever known, when you smile, on my face, all I see is a glow.
You turned my life around, you picked me up when I was down,
You're all that I ever known, when you smile on your face all I see is a glow,
You picked me up when I was down
You're all that I ever known, when you smile on your face all I see is a glow,
You picked me up when I was down and I hope that you feel the same way too,
Yes I pray that you do love me too

All my life, I've prayed for someone like you,
And I thank God that I, that I finally found you
All my life I've prayed for someone like you
Yes, I pray that you do love me too
All my life I've prayed for someone like you
And I thank God that I, that I finally found you
All my life I've prayed for someone like you
Yes, I pray that you do love me too  

 

사실, 기분이 좀 나쁘다. 그래서 이것저것 좋은 생각들을 해보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자러 갈거고, 꿈을 꿀 예정이다. 꿈속에서 모기는 벗은등, 엎드려있는 내 날개뼈 위로 날아와 앉아줬으면 좋겠다.  

비록 날개뼈가 어디있는지 찾을 수 없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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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2-02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컷모기를 키워 보심 어떨까요?
꿈속에서 모기는 멋진 왕자님으로 변신이 가능하고...
근데,꿈속에선 날개뼈에서 날개가 돋아나지 않을까요?ㅋ~

엉뚱하게도 엉뚱한 얘기가 하나 떠올라요.
재주를 부리는 개미를 키우는 어떤 사람이 자랑을 하고 싶어 레스토랑에 개미를 데리고 갔대요.
개미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지배인을 불렀겠죠.
개미를 본 지배인은,
"죄송합니다,청결에 만전을 기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하면서 손톱으로 눌러 죽였다죠~

다락방 2010-12-02 09:02   좋아요 0 | URL
아, 양철나무꾼님! 너무나 슬픈 이야기에요. 자랑하고 싶은 개미를 한방에 눌러죽이다니. 세상은 늘 이따위죠. ㅠㅠ 죽은개미가 저 같아요. 흑흑 ㅠㅠ (아 이런 찌질한 모드 ㅎㅎ)

저는요, 양철나무꾼님.
날개뼈위로 날개가 돋아난다면 정말이지, 날아갈 거에요.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훨훨 날아갈거에요. 아무도 없는 외딴섬이라도 괜찮을거에요.
즐거움도 슬픔도 미움도 사랑도 없는곳으로 훨훨 날아가서 마음의 평안을 찾고 지내고 싶어요.

그런데 꿈에는 날개뼈도, 모기도 나오질 않았어요.

2010-12-02 0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2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2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2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12-0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꿈은 딱 하나. 딱 하나의 주제와 변주죠.
그 속에서 난 늘 뭔가를 찾아요. 급하게, 그거 아니면 안되는데 뭔가 희미하고 잘 안보여요.
어젯밤에도 그걸 찾았어요. 그런데 그게 뭔지는 전혀 모르겠어요.
내 세로토닌 수치는 거의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주는군요.

-이건, 모두 다 다락방님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들을 내게 다시 묻고, 내가 다시 답을 낸 것들.

어때요, 다락방님? 지금 어때요?

다락방 2010-12-02 09:37   좋아요 0 | URL
여전히 반복하고 있어요, Jude님.
하지말자
하지않는걸 할수있을까
하지말자
하지않는걸 할수있을까
하지말자
그럴 수 있을까
하지말자
그럴 수 있겠느냐고

혼자서요,
혼자서 그래요, Jude님.
주저앉고 싶죠, 늘.

섬사이 2010-12-02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영어 원서다~~~!!!
다락방님, 기운내서 끝까지 읽어봐요.
49페이지에 여자볼을 만지고 싶어서 없는 모기가 있다고 거짓말한 남자가 나오고
102페이지에 그 거짓말을 고백하는 장면이 나온다면
한 200페이지나 300페이지 쯤에선... *^^*
기운내서 읽고 200페이지, 300페이지, 400페이지, 500페이지에 들어 있는 이야기를 해줘요. 제발..^^

다락방 2010-12-02 10:05   좋아요 0 | URL
아! 섬사이님!!! 이런 ... 이런..... 이런 끝까지 읽어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게 하는 댓글이라니요! 그러게요, 그러게요! 49페이지에서 그랬고 102페이지에서 그랬다면 으음, 200페이지쯤에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아 미치겠네 ㅎㅎㅎㅎㅎ
음,
음,
어쩌지..어쩌지..... 다시 읽어볼까요? 아 그런데 힘든데. ㅠㅠ
어쩌지..어쩌지..... 다시 시도해볼까봐요. ㅎㅎㅎㅎ 음.....

2010-12-02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2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2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2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0-12-02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요,













영어는 아무리봐도 느낌이 안 살아요. 삘이 안난다고나 할까.
옛날에 일본인 남자랑 사귀던 친구가 사랑고백을 영어로 받았는데 (러시아에서 왜 영어로 대화했는지..ㅋㅋ)
전혀 설레지 않더래요. 정말 그 남자를 좋아했는데. 우리말로 '사랑해'를 들었을 때의 감동이 없었다고 아쉽다고 말하던 기억이 나요. ㅎㅎ;

다락방 2010-12-02 11:54   좋아요 0 | URL
사랑한다는 말은 영어로 하면 별로 느낌이 안 살것 같긴 하지만,

I just wanted to touch your face. 이런건 영어가 더 좋지 않아요? 어떤 말이냐에 따라, 어떤 문장이냐에 따라 한국어와 영어가 주는 느낌이 다른것 같아요. 그나저나 영어로 받는 사랑고백이라니, 그것도 좋지만, 저는 그게 사랑고백인지 아닌지 알 수 없겠군요. 예를들어 I love you. 로 끝나는 고백이라면 오, 사랑고백이로구나 하겠지만, 아주 길고 멋지고 감동스럽게, 그러니까 예를들면 너의 골반에 모기가 앉는다면 그것을 내가 늘 잡아주고 싶어, 니가 앉아서 소파가 움푹 들어가는 그 자리 바로 옆에 내가 앉아서 나란히 움푹 들어가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 등의 고백을 영어로 한다면 저는 이게 대체 뭔말인가 싶겠죠. 아마 왜이렇게 길게 말하는걸까, 무슨말인걸까, 이해하지 못하고 저는 아마 뒤돌아 가버릴거에요. 어쩌면 말이죠. 그러니까 제 결론은,

저도 한국어를 모국어로 쓸 줄 아는 남자, 한국어의 분위기를 캐치할 수 있는 남자와 사랑하고 싶다는겁니다. ㅎㅎ

레와 2010-12-02 15:24   좋아요 0 | URL
한국어도 잘하고 영어도 잘하는 사람이면 더 좋겠죠?! (응?ㅋㅋ)

다락방 2010-12-02 16:2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그러면 좋죠. 아 근데 나는 욕심 없는 여자사람 ㅋㅋㅋㅋㅋ (설득력없나? ㅎㅎ)

레와 2010-12-03 09:23   좋아요 0 | URL
욕심 좀 있어도 됨!!

다락방 2010-12-03 09:40   좋아요 0 | URL
난 다른쪽으로 욕심과 질투의 화신 ㅠㅠ

moonnight 2010-12-02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다락방님은 영어도 잘 하시는군요. @_@;;
all my life 는 예전에 후배가 들어보라 해서 좋아하게 된 곡이에요. 간만에 들어도 좋네요. ^^

마지막에 날개뼈 부분에서 빵 터졌어요. ㅋㅋ 다락방님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못 찾을 리가 없죠!!!

다락방 2010-12-02 16:26   좋아요 0 | URL
내가 이래서 이 페이퍼를 쓸까말까 망설였는데 말입니다 문나잇님. 저 영어 못해요! 150까지 읽다가 던졌다니깐요. 제가 시도해본 유일한 원서입니다. 그마저도 내용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을거에요. 제가 이해한거라곤 (존재하지 않았던)모기를 사이에 둔 저 남자와 여자의 멜랑콜리 정도 입니다. ㅎㅎ 제가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일거라는 오해는 부디 하지 말아주세요. 그건 정말 오!해! 입니다.

all my life 는 아주아주 오래전에 명동레코드샵에 시디 사러 갔다가 그 매장에서 들려오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사게 된 음반이에요. 점원에게 이게 뭐죠? 라고 묻고는 이거 주세요, 라고 했거든요. 전 그렇게 산 시디가 좀 있어요.

날개뼈 보이도록 다이어트를 좀 해야겠어요. 그래야 모기가 앉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