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하루키카 내 일기를 읽고 혹은 내 생각을 듣고 글을 쓰는게 아닐까 싶을때가 있다. 이 책의 1권에서 아오마메의 고환 걷어차기로 내 마음을 쥐락펴락 하더니, 이 책 3권에서의 아오마메가 가진 덴고를 향한 그리움이 꼭 나의 것과 같다.  

남들 다 쉴텐데(흑) 혼자 출근하는 것도 쓸쓸한데, 게다가 여름옷을 입고 출근하면서 나는 머저리, 추워라, 이러면서 이 책을 읽는데, 왜 이렇게 춥고 쓸쓸한 가을날에 아오마메는 그리움을 토로하는건가, 대체 왜! 나더러 어쩌라구!  

 

 

   
 

만일 덴고가 그때까지 공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경우의 얘기지만, 이 수수께끼로 가득한 1Q84년이 끝을 맞이하기까지 나는 이런 단조로운 생활을 고엔지 동네 한귀퉁이에서 계속 이어가게 된다. 요리를 하고, 운동을 하고, 뉴스를 체크하고, 프루스트의 책장을 넘기며 덴고가 공원에 나타나기를 계속 기다린다. 그를 기다리는 것이 내 생활의 중심과제다. 현재로서는 그 가느다란 한 줄기 선이 나를 가까스로 살아가게 해 주고 있다. (pp.57-58) 

 
   

 

그를 기다리는 것이 내 생활의 중심과제다. 현재로서는 그 가느다란 한 줄기 선이 나를 가까스로 살아가게 해 주고 있다. 캬~ 어쩐지 차디찬 소주 한잔을 입에 넣어야 할 것 같다. 이때의 안주는 삼겹살이어서는 안된다. 그렇게 기름지고 육덕진 걸 안주로 삼는 것은 쓸쓸하고 고독한 기다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때의 안주는 치킨을 시킬때 딸려 나오는 무여야 한다. 혹은 고추장을 푹 찍은 멸치라든가.  

 

   
 

하지만 만일 두 번 다시 그를 만날 수 없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오마메의 마음은 파르르 떨린다. 덴고와의 현실적인 접점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는 일이 훨씬 단순했다. 어른이 된 덴고를 만난다는 건 아오마메에게는 그저 꿈이고 추상적인 가정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실제 모습을 목격한 지금, 덴고의 존재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절실하고 강력한 것이 되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다시 만나고 싶다. 그리고 그의 품에 안겨 온몸 구석구석 애무를 받고 싶다. 그것이 이루어질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과 몸이 한가운데서 쩍 갈라져 두 동강이 날 것만 같다. (p.111)  

 
   

파르르 떨리는 아오마메의 마음도, 마음과 몸이 한가운데서 쩍 갈라져 두 동강이 날 것만 같은 마음도, 누군가를 향한 기다림으로 온 낮을 까맣게 태워본 사람이라면, 온 밤을 하얗게 지새워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지 않을까? 파르르 떨리는 마음이라니, 두 동강이 날 것 같다니. 덴고, 아오마메가 두 동강이 나지 않도록 어서 나타나줘.  

아오마메는 덴고가 나타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죽지도 못한다.  

   
 

그녀는 딱딱한 총신을 입에서 빼내고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죽는 건 못한다. 베란다 앞에 공원이 있고 공원에 미끄럼틀이 있고 덴고가 그곳에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는 한, 나는 이 방아쇠를 당길 수 없다. 그 가능성이 아슬아슬한 지점에서 그녀를 붙잡는다. (p.112-113) 

 
   

아오마메를 죽지 않게 하는 덴고는 희망일까, 그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게 해주는 덴고는 차라리 절망인걸까. 결국 아오마에의 마음속 부르짖음은 내가 내뱉는 비명과도 닿아있다. 아오마메의 이 절절한 마음은. 

   
 

덴고, 너는 어디 있어? 그녀는 생각한다. 입 밖에도 내어본다. 덴고, 너는 어디 있어? 빨리 나를 찾아줘. 다른 누군가가 나를 찾기 전에. (p.121) 

 
   

만나기로 운명지어진 사람들은 결국 만나게 될까? 사랑에 운명이란 것이 과연, 존재하는 걸까? 아오마메랑 덴고는 결국 만나게 될까? 그들은 사랑하게 될까? 나는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내가 기다리는 사람이 나를 기다리지는 않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다른 누군가가 나를 찾기 전에 나를 찾아줘, 라고 나 역시 외치고 있는데, 그는 내가 찾는 건 니가 아닌 걸, 할 지도 모를 일이니까. 내가 원한 사람이 나를 원한다는 그 기적같은 일이 살면서 몇번이나 있게 될까?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여러 사람들의 사랑에 대한 에피소드로 채워진 『뉴욕, 아이 러브 유』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인데, 특히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는 술집에서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보내게 된 남자와 여자의 사연이다. 그 둘은 우연히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다시 만나기를 약속한다. 여자를 만나러 가는 남자는 끊임없이 생각한다. 어디가서 술 한잔 하고 가는게 낫지 않을까, 그래도 여자는 예뻤는데, 담배 한대를 피우고 갈까, 그녀가 나올까? 남자를 만나러 가는 여자도 마찬가지다. 내가 평소엔 안이랬는데 왜이러지, 나를 쉬운 여자로 보지 않을까, 그가 없으면 어떡하지, 그래도 좋았는데. 그 둘은 서로의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머릿속에 오백만개쯤의 생각을 품고 있었는데, 결국 그 둘이 만나서 한 일이라고는 키스였으며, 키스 사이사이로 이가 드러날 만큼 환하게 웃는 일이었다. 결국은, 그럴거면서. 그렇게 환하게 웃으며 키스할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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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한 금요일, 연휴는 끝났다. 나는 이제 뭘 기다리면서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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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0-09-24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다락방님 출근하자마자 페파 하나 뚝딱!
오늘 저도 혼자 출근하면서 투덜투덜, 마음이 좀 울적했는데 이 글을 보니 기운 나네요. 고마와요. :)

연휴는 끝나가고, 전 이제 9월30일을 기다리며 살아효. ㅎ

다락방 2010-09-24 10:47   좋아요 0 | URL
추석연휴중에, 그리고 오늘까지도.
저는 글을 쓰면 와줄 사람이 없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도 그냥 쓰고 싶은 글을 썼어요. 그런데 그때마다 치니님이 오셨어요. 저는 외롭지 않아요, 치니님 덕분에. 그러니 고맙다는 말은 제가 해야 할 것 같아요. 고마워요.

저는 아직 아무런 계획도 없는 크리스마스나 기다릴래요. 그래봤자 토요일이지만.
:)

무해한모리군 2010-09-24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출근했어요.
정말 하기 싫은데 출근했더니 큰 사무실에 덜렁 한 열명 앉아있나.
게다가 출근한 여자사람은 저 뿐이예요!
그런데 다락방님 글을 읽으니 참좋다.

그래도 금요일이니까 주말을 보면서 하루를 보내요.

다락방 2010-09-24 10:50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그래요, 금요일이라는 사실이 아주 많은 위로가 되요. 그치요?
휘모리님 사무실에 출근한 여자사람은 휘모리님 뿐이지만, 저희 회사는 전 여자사람직원들이 전부 출근했어요. 그러니 외로워말고 우울해도 말아요. 알았지요?

아주 간단한 말인데, 다락방님 글을 읽으니 참 좋다, 란 휘모리님의 말이 오늘따라 유독 따뜻해요. 제가 뭔가 해낸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하네요.
잘 보냅시다, 휘모리님!
:)

푸른바다 2010-09-24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글을 읽다보면 고독해서 소주와 삼겹살을 먹기보단 소주와 삼겹살을 먹기위해 고독해지는 것 같기도 해요.ㅎㅎ 추석은 잘 보내셨나요? 금요일도 이젠 오후네요. 남은 시간 잘 보내시고, 즐거운 금요일 저녁, 주말 보내길 기원할께요.^^

다락방 2010-09-24 15:0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그렇네요. 저는 아마도 소주와 삼겹살을 먹기 위해 고독해지려는가 봐요. 남들 다 쉬는데 일하러 나왔다고 생각하니 일하기 참 싫으네요. 뭐 남들 일할때도 하기 싫었지만. ㅎㅎ 네, 푸른바다님도 즐거운 금요일 저녁과 주말 보내세요!

다락방 2010-09-24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100, 총 95358 방문

오, 100명이나 방문! ㅎㅎ

... 2010-09-24 15:15   좋아요 0 | URL
저는 105번째 방문!

다락방 2010-09-24 15:20   좋아요 0 | URL
앗 12분만에 다섯명이나 왔다갔다니! 저 완전 인기서재 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9-24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퇴근해요~ ^^*
하도 느끼한걸 먹어됐더니 김치찌개 먹어야겠어요 오호호

다락방 2010-09-24 17:56   좋아요 0 | URL
8분 일찍 퇴근인가요? 저는 여섯시 땡 하면 가려구요. ㅎㅎ
아 배고파요, 휘모리님!
맛있게 식사하세요.

양철나무꾼 2010-09-25 0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어느분의 댓글에 이 책이 언급되어 왕 궁금했었는데...이런 내용이었군요.
일단 급한 마음은 다독이고...

연휴가 끝나면요,월급날을 기다리며 살죠.(나만 그런가?ㅠ.ㅠ)

저는 그런 삶을 살고 계신 다락방님이 왕 부러울 따름입니다~^^

다락방 2010-09-26 18:14   좋아요 0 | URL
월급날이 저는 너무 많이 남았어요.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그렇다면 지난번 월급이 남아있느냐 하면 또 그건 아니구요.

제가 무슨 삶을 살고 있길래 저를 부러워하시나요, 양철나무꾼님. 저는 아주 평범하다 못해 찌질한 삶을 살고 있는걸요.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해놓은 것도 없는걸요. 양철나무꾼님의 삶이 저보다 스물세배쯤은 더 풍족할거에요.

하루키는 제가 엄청나게 사랑하는 작가죠. 물론 이 책에서도 덴고(남자주인공)는 저를 또 살짝 실망시키고 있지만 흑, 그쯤은 괜찮습니다. 남은 주말 잘 보내세요, 양철나무꾼님!

2010-09-25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6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0-09-25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만남을 기다리자구요! 아자! ^^

다락방 2010-09-26 18:15   좋아요 0 | URL
레와님! 몹시 만나고 싶어요. 좀전에 마트를 가서 치즈매대 앞을 서성이면서 빨리 레와님 만나서 치즈를 함께 먹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

레와 2010-09-26 20:33   좋아요 0 | URL
월요일이 다가오고 있어요.
다락방을 만날 수만 있다면 월요일쯤 가~비엽게 맞이 할 수 있는데.. 응!

다락방 2010-09-27 08:36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정말이지 비 맞아서 쫄딱 젖는 월요일 아침을 맞이했어요. 흑 ㅜㅡ

다이조부 2010-09-25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능시험 전 날 에도 하루키 의 빵가게 재습격 을 읽을 정도로


학교 공부를 소홀히 했어요~ ㅋ

한 시절 하루키 가 낸 책이라면 어지간히도 읽어냈는데 해변의 카프카 이후에는 예전만큼 열정이 일지가 않네요~
이 소설 무진장 좋은가봐요? 게을러서 아직 읽지 못했는데 말이죠

다락방 2010-09-27 17:43   좋아요 0 | URL
저는 시험기간중에도 소설을 읽을 정도로 학교공부를 소홀히 했었는데요. ㅎㅎ

저도 해변의 카프카부터 예전의 사랑만큼은 줄 수 없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루키가 싫다고 말할수는 없어요. 저는 [댄스댄스댄스]와 [상실의 시대]가 훨씬 좋아요. 아직 읽지 못했으면 어떤가요, 나중에 읽으면 되지.

주말, 잘 쉬시고 계십니까?

차좋아 2010-09-26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휴의 부록같은 주말입니다. 연휴엔 정말 푹 쉬시는군요 ㅋㅋ
화제의 서재에 다락방님 글이 없어서 심심해요^^

다락방 2010-09-26 18:17   좋아요 0 | URL
아 이런. 글쓰고 싶게 만드는 댓글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이러저러한 개인적인 사정으로 넷북을 통 켤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제가 주말엔 좀 퍼져 있는것도 사실이구요. 므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흣

2010-09-26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6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